일본 정부가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를 결정한 뒤 반일 감정이 확산되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 따르면 지난 26일 전국 성인 504명을 대상으로 ‘한일 갈등 외교적 타협론’에 대한 의견을 물은 결과, 48.8%는 외교 타협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반면 40.3%가 찬성한다고 답해 오차 범위 내에서 두 입장이 팽팽하게 대치하고 있다.

사진=일본대사관 앞에서 시위하는 학생들. 연합뉴스 제공.

거세지는 일본 제품 불매운동의 틈바구니에서 관련 문화 콘텐츠 역시 주목받고 있다. 일본 영화나 아티스트의 공연을 불매하는 한편, 위안부·항일 전투 등 역사를 소재로 한 영화들을 향한 시선이 여느 때완 사뭇 다른 느낌으로 관객에 다가가고 있는 것. 광복절을 앞둔 시점에서 극장가에 내걸린 ‘항일’ 테마 네 영화를 소개한다.

사진='김복동' 포스터.

◆ '김복동' (송원근 감독, 8월 8일 개봉)

‘김복동’은 다큐멘터리 영화다. 여성인권운동가이자 평화운동가였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가 92년부터 올해 1월 세상을 떠날 때까지 일본의 사죄를 받기 위해 투쟁했던 27년의 여정을 담았다. 김 할머니는 계속해서 일본 정부의 사과를 요구했지만 끝내 받지 못하고 아흔 넷의 나이로 눈을 감았다.

김복동 할머니가 되찾고 싶었던 삶, 전세계에 세우겠다던 소녀상의 의미, 그리고 ‘나는 희망을 잡고 산다, 희망을 잡고 살자’며 후세에 희망의 씨앗을 뿌린 발자취가 깊은 감동을 선사한다. 또한, 사과하지 않는 일본 정부, 피해자들을 배제하고 한일 위안부 합의로 분노를 일으킨 박근혜 정부, 불의에 대항한 어린 학생들과 시민들의 모습은 반성을 이끌고 동참과 연대를 다짐하게 한다. 뉴스타파 송원근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배우 한지민이 내레이션으로 참여했다.

사진='주전장' 포스터.

◆ '주전장' (미키 데자키 감독, 7월 25일 개봉)

일본계 미국인 미키 데자키 감독의 영화 ‘주전장’은 드물게 일본 내 위안부 문제를 다룬다. 감독은 우익들의 협박에도 일반군 위안부 문제에 뛰어들어 한국, 미국, 일본 3개국을 넘나들며 3년간 취재한 내용을 영화로 만들었다. 일본 내에서도 취재하기 힘든 극우세력의 핵심 인물들을 카메라에 담아 4월 일본 개봉 당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일본 내에선 영화에 출연한 우익 인사들이 상영 중지를 요청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미키 데자키 감독을 고소하는 등 고초를 겪었다. 기존 위안부 소재 영화와 다른 시선으로 일본 내 위안부 이야기를 풀어낸 ‘주전장’은 관객들에게 큰 울림을 선사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에움길' 포스터.

◆ '에움길' (이승현 감독, 6월 20일 개봉)

개봉한 지 한 달을 훌쩍 넘긴 ‘에움길’은 독립영화관을 중심으로 조금씩 상영을 이어가고 있다. 이승현 감독은 2016년 영화 ‘귀향’에서 일본군 역할로 출연하는 동시에 스태프로도 일하며 일본군 성노예제 피해자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가까이서 접했다. 이 감독은 나눔의 집에서 거주하는 할머니들의 20여 년 전부터 최근까지의 모습이 담긴 기록들을 충실히 담아 영화를 완성했다.

올해 제52회 월드페스트영화제, 제9회 유타주 영화제, 제13회 캐나다국제영화제, 제11회 런던 국제영화제 등 해외 유수의 영화제에 공식 초청되며 위안부 문제를 세계에 알렸으며 지난 6월 8일 일본 요코하마에서 재일교포를 비롯한 일본인들을 초청해 시사회를 진행하며 큰 관심을 받기도 했다.

사진='봉오동 전투' 포스터.

◆ 봉오동 전투 (원신연 감독, 8월 7일 개봉)

앞 세 영화가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라는 공통점이 있다면, ‘봉오동 전투’는 약 100여 년 전 일제강점기 때 만주 봉오동에서 일본군에 맞서 승리를 거둔 독립군의 이야기를 그리는 극 영화다.

유해진, 류준열, 조우진 등 유명 배우들이 출연했다는 점과 더불어 반일 감정이 극에 달한 현 시점에서 개봉하는 본격 항일 영화이기 때문에 더 주목받고 있다. 잘 알려지지 않았던 봉오동 전투에 관한 역사적 사실과 더불어 당시 평범한 삶을 살던 민초들이 독립운동가로 분하는 과정을 통해 깊은 울림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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