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을 대표하는 연극제작 극장 도이체스 테아터가 5년 만에 내한해 우리의 미래를 예측한 실험연극 ‘렛 뎀 잇 머니(Let Them Eat Money. Which Future?!)’를 선보인다.

오는 9월20~21일 LG아트센터 무대에 오르는 136년 전통의 도이체스 테아터는 막스 라인하르트, 베르톨트 브레히트, 하이너 뮐러와 같은 저명한 예술가들이 거쳐간 독일 최고의 명문 극장이다. 매년 레퍼토리 작품 50편, 신작 30편 등 고전과 현대를 아우르는 80편에 달하는 작품을 선보이며 현대연극의 담론을 확장시켜 왔다. 지난 2014년 처음 내한해 데아 로어 극본의 ‘도둑들’을 선보이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렛 뎀 잇 머니’는 도이체스 테아터와 독일의 훔볼트 포럼이 경제, 사회, 환경 등 다양한 분야의 학자, 전문가, 시민들과의 리서치, 토론 등을 통한 ‘참여형 제작방식’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베를린국제영화제 알프레드 바우어상(2011)과 유럽영화상 다큐멘터리상(2001) 등을 수상한 바 있는 독일의 저명한 영화감독 안드레스 바이엘이 연출을 맡아 지난해 9월 독일에서 초연했다.

‘Which Future?!’라는 연구 및 연극제작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탄생했다. 프로젝트에 참가한 과학자, 예술가, 관객들은 2년에 걸친 리서치, 심포지엄을 통해 미래에 대한 예측과 계획의 상관관계를 탐구하면서 향후 10년 우리에게 다가올 미래를 그려냈고, 이 내용을 바탕으로 연극 ‘렛 뎀 잇 머니’가 만들어졌다.

유로존 붕괴부터 난민 대이동, AI(인공지능)에 의해 대체되는 노동력, 데이터의 통제와 감시, 민주주의의 위기까지 2018년부터 2028년까지 10년간 유럽에서 일어날 것으로 예측되는 사건들이 촘촘하게 나열된다.

이 모든 문제는 어디서부터 시작된 것일까. 무능한 정치가 혹은 탐욕스러운 자본가가 국가와 시민을 기만한 결과일까. 우리 모두가 예측할 수 있었지만 현실이 되지 않기를 바라보던 결과가 도래한 것일까. 작품은 누구도 원치 않았던 실패의 결과와 책임을 그들에게 그리고 우리에게 묻는다.

공연이 시작되면 새하얀 소금이 촘촘히 깔린 무대 위에 검은 옷을 입은 배우들이 등장한다. ‘렛 뎀 잇 머니’라고 불리는 이들은 2028년 현재 유럽 사상 최대의 위기가 찾아오게 된 이유를 조사한다. 유럽의 경제가 붕괴되는 상황에서 정치가, 자본가, 권력자들의 선택은 과연 옳은 것이었을까.

‘렛 뎀 잇 머니’는 가장 중요한 순간에 의사 결정을 내린 책임자들을 납치해 질문한다. 질문과 추궁받는 사람들은 서로 한 편이 되기도 혹은 책임을 전가하는 반대편이 되기도 하면서 과거와 현재를 오간다.

무대 위에는 와이어에 매달린 커다란 철판이 바닥과 천장을 오가며 스크린을 통해서는 인물들의 끝없는 설전과 라이브 방송, 그 모습을 지켜보는 시민들의 댓글이 투사된다. 여기에 배우들의 아크로바틱한 움직임이 더해지며 자칫 무겁게 느껴질 수 있는 주제를 흥미진진하게 풀어낸다.

사진=LG아트센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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