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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쇼 논란' 굿바이 호날두!...이제 '우리형' 타이틀은 없다

모든 건 7월 26일 시작됐다. 26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K리그1 올스타 ‘팀 K리그’와 이탈리아 세리에A 우승팀 유벤투스의 친선경기가 열렸다. 경기가 열리기 5시간 전 유벤투스 팀들이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그 당시 세계적인 축구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그는 이미 미래를 예견하고 있었을까? 그의 별명 ‘우리형’이 지워질 것이라는 걸.

사진=연합뉴스

킥오프 시간이 다 돼도 유벤투스 선수들은 경기장에 오지 않았다. 결국 경기 시작이 1시간 미뤄지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이것만으로도 역대 최악의 친선경기로 기록될 예정이었지만 경기 지연은 기우에 불과했다. ‘45분 출전’ 계약이 있었던 호날두가 부상을 핑계로 경기 끝날 때까지 벤치만 지키다가 떠난 것이다. 현장에 있었던 국내 팬들 중 어른들은 ‘메시’를 부르기도 했고 험한 말을 쏟아내기도 했다. 어린 아이들은 자신의 축구영웅의 행동에 눈물을 쏟았다.

그날 이후 호날두는 ‘우리형’이 아니었다. 날강도를 패러디한 ‘날강두’라는 별명을 새로 얻었으며 국내 축구팬들의 비판을 받아야했다. 당일 입국, 당일 경기, 당일 출국이라는 듣지도 보지도 못한 유벤투스의 일정이 마치고 이탈리아 토리노로 돌아간 호날두는 자신의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운동하는 사진을 올렸다. 국내 축구팬들의 혈압을 더욱 치솟았다. 그리고 스페인 마르카 레전드 시상식에 모습을 보인 호날두는 어린 현지 팬들과 농담을 주고 받으며 자상한 이미지를 드러냈다. 호날두가 한국 팬들을 ‘무시’한 이유가 무엇인지 더욱 궁금증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

다시 친선경기날로 돌아가보면 매 시간마다 문제가 쏟아졌다. 주최사 더 페스타 로빈장 대표는 호날두가 팀 시트에 ‘부상’이 아닌 교체명단에 포함됐다는 걸 알렸다. 하지만 호날두가 모습을 보이지 않자 유벤투스 관계자들에게 전화를 걸었고 이 시도가 불발되자 네드베드 유벤투스 부회장을 찾아갔다. 그에게 들은 말은 “감독도 알고 모두가 안다. 하지만 선수가 뛰기 싫어한다. 우리도 어쩔 수 없다”였다. ‘팀 위에 선수없다’는 말이 한방에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사진=연합뉴스, 호날두 인스타그램 캡처(친선경기 후 모습과 비교되는 다음날 인스타그램 사진)

경기가 끝난 후 모든 비난의 화살은 더 페스타에게 향했지만 로빈장 대표의 고백 이후 여론과 언론은 호날두와 유벤투스에게 화살을 돌렸다. 물론 더 페스타가 경기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점, 40만원 상당의 비싼 티켓을 팔고도 관중들이 뷔페를 서서 먹게 하는 등 문제점을 보인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하지만 호날두와 유벤투스의 행동과 비교하면 약과였다.

유벤투스는 이번주 공식 사과하기 위해 관계자들이 내한할 예정이다. 호날두는 오지 않는다. 계약서에 분명히 ‘호날두 45분 출전’이 명시돼 있었고 유벤투스 측은 경기를 전후반 40분, 하프타임 10분 등 축소해서 열자고 강요했다. 국내 축구 역사를 통틀어 이런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호날두의 ‘노쇼’에도 불구하고 유벤투스 선수들은 팀 K리그를 맞아 열심히 뛰어줬고 짧은 시간에도 스타플레이어다운 팬 서비스를 펼쳤다. 하지만 호날두가 이 모든 걸 뒤엎어버렸다.

결국 팬들은 소송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그 규모는 점차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 소식이 영국 BBC는 물론 스페인, 이탈리아 언론까지 퍼졌다. SNS에도 ‘호날두 노쇼’가 이슈됐다. 해외 팬들은 “한국 팬들이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라고 하기도 했고 “호날두가 잘못했다”며 옹호하기도 했다. 모든 논란의 진실 여부를 둘째치고 단 하나 확실한 건 호날두가 경기에 뛰지 않았다는 것이다.

유벤투스 사리 감독은 호날두가 부상을 당해 뛸 수 없다고 기자회견했으며 호날두 제외는 이미 정해진 일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거짓말로 드러났다. 호날두는 한국으로 넘어오기 전 중국에서 경기를 치르고 많은 행사에 참여해 피곤하다는 것을 유벤투스에 전한 것으로 보인다. 당연히 피곤할 수 있지만 팬 사인회는 물론 친선경기 ‘노쇼’까지 해야했는지는 의문이다. 프로라면 단 1분이라도 팬을 위해 얼굴을 비추는 게 당연하기 때문이다.

사진=연합뉴스, 433 인스타그램 캡처(경기장을 떠나는 아이들, 마르카 시상식에서 아이들과 하이파이브 하는 호날두)

폴 포그바, 리오넬 메시, 프랭크 램파드, 다비드 비야 등 세계적인 축구스타들의 이름이 팬들 사이에서 불려질 수밖에 없는 이유도 이들이 내한했을 때 단 하루 일정이라도 팬들을 위한 시간을 보냈기 때문이다. 스타는 실력으로 평가되는 게 아니라 인성과 품격이 동시에 갖춰져야 그 자리에 오를 수 있는 것이다. 현재까지도 호날두는 한국에서 ‘노쇼’를 펼친 것에 대해 한마디의 말도 하지 않았다. 한국에서 그가 한 말은 ‘Lovely, lovely fans’ 이외에 아무 것도 없다. 팬들을 위해 두 문장 이상 입을 열지 않았다. 경기가 끝난 후에도 인사 따위는 없었다.

경기장을 가득 메운 6만5000명의 관중들, 표를 얻지 못한 팬들, 호우경보가 내렸던 그날에 지방에서부터 휴가를 내고 가족과 함께 올라온 사람들, 여러 사연을 가지고 꿈에 그리던 호날두를 보기 위해 서울로 향했던 이들 모두 호날두에게 뒷통수를 맞고 말았다. 호날두는 비판받아야 마땅하다. 팬이 있어야 선수가 존재하는 법이다. 호날두가 자신의 몸상태만을 걱정해 한국을 무시했다면 그는 프로선수가 될 자격이 없다.

호날두는 그동안 인성 논란에 시달렸다. 어떨 때는 정말 천사같은 이미지를 보이다가도 경기 중 선수를 때리는 행위, 불쾌한 기분이 들면 그대로 행동하는 모습, 탈세, 성폭행 혐의 등 문제를 드러냈다. 결국 한국에서 ‘사기죄’로 고발되면서 스페인, 미국 당국이 탈세, 성폭행 혐의로 수사에 착수한 이후 3대륙에서 경찰 조사를 받게되는 놀라운 기록을 세우게 됐다.

이제 호날두에게 ‘우리형’이라 부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축구 커뮤니티에서는 ‘우리형’이란 타이틀을 메시에게 건네고 있다. 호날두의 발롱도르 5회, 유로 2016 우승,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 5회 등 이런 기록들은 ‘노쇼’ 앞에서 국내 축구팬들 기억 속에 사라지고 있다.  

에디터 박경희  gerrard@sli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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