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쥐’로 취급받던 생태계 교란 생물 뉴트리아가 열풍에 휩싸였다. 뉴트리아 담즙에서 웅담 성분이 있고, 뉴트리아 기름에는 화장품 재료로 사용되는 고급 지방산이 함유됐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픽사베이

◆ 담즘에 웅담…지방조직엔 화장품 성분

경상대학교 수의대 연성찬 교수팀은 최근 뉴트리아 담즙에 웅담의 주성분인 ‘우르소데옥시콜산’(UDCA)이 다량 함유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연 교수팀에 따르면 뉴트리아 담즙의 UDCA 비율은 평균 43.8%로 아메리카흑곰 38.8%, 불곰 18.6%, 북극곰 17.4%, 말레이곰 8.6%, 오소리 4.5% 등 보다 높았다.

UDCA는 체내 독소와 노폐물의 원활한 배출, 간세포 보호, 신진대사 촉진, 콜레스테롤 감소 등에 효과적이며 항산화 효과나 미백·항노화 효과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뉴트리아 지방조직에서는 플라스틱, 합성 세제, 화장품 등으로 사용되는 고급 지방산 ‘팔미트산’과 향균 효과, 콜레스테롤 감소 등에 효능이 뛰어난 ‘팔미톨레산’이 함께 검출됐다.

뉴트리아 팔미트산 비율은 18%로, 오소리(18%)나 밍크(16%) 수준이었다. 팔미톨레산 비율은 6.4%로 오소리(7%)와 비슷한 수준이었으며 밍크(15%)보다 절반가량 낮았다.

 

◆ 기름 역시 불포화지방산

또 뉴트리아 지방 추출 기름은 불포화지방산 비율이 45.6%로 밍크(71.5%)와 오소리(56.3%) 다음 순이었다. 견과류나 오리고기 등에 많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불포화지방산은 노화를 방지하고 피부를 부드럽게 해줄 뿐만 아니라 암과 성인병 예방, 저혈압 치료 등에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성분이다.

연성찬 교수는 “자연 웅담 성분을 지닌 원료로 뉴트리아 담즙을 활용하면 충분히 산업적 가치가 있을 것”이라며 “기생충 등 문제가 있어 뉴트리아 야생 담즙을 함부로 섭취하면 안 되며 반드시 가공된 제품을 이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어떻게 잡느냐” 문의 폭주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생태교란 생물로 환경 당국이 현상금까지 내걸고 퇴치활동에 나섰던 뉴트리아를 “어떻게 잡을 수 있느냐”는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낙동강유역환경청은 “뉴트리아에서 웅담 성분이 발견됐다는 보도 직후 포획방법을 묻거나, 사육 가능 여부를 묻는 문의전화가 하루에 수십 통씩 빗발치고 있다”고 밝혔다.

인터넷 포털이나 SNS 등에는 며칠 사이 뉴트리아 포획방법을 묻고 답하는 게시글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낙동강유역환경청은 “사육이 가능한지 묻는 경우가 많은데 뉴트리아는 관련법에 따라 살아있는 상태로 보관할 수 없고 현장에서 바로 죽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2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면서 “하지만 이런 경고에도 불법 사육 등이 횡횡하면 지금보다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 ‘괴물 쥐’서 복덩어리로?

남아메리카 아르헨티나가 원산지인 뉴트리아는 1980년대 모피생산용으로 국내에 유입됐다. 당초 추운 겨울 날씨 때문에 뉴트리아가 국내에서 야생상태로는 살아남지 못할 것으로 예측됐지만 굴을 파 생활하며 겨울을 나는 등 뛰어난 적응력과 먹이를 닥치는 대로 먹어치우면서 국내에서는 생태교란 종으로 낙인찍혔다.

봄에는 미나리, 가을에는 벼와 연뿌리를 갉아먹는 통에 농가에도 큰 피해가 미치자 기초단체와 환경 당국이 나서 뉴트리아 1마리를 잡아오면 2만원을 주는 수매제를 실시해 퇴치활동을 하고 있다.

지난해 뉴트리아의 주 서식지인 부산·경남 낙동강 하류 일대에서 포획 신고된 개체 수는 5105마리이고, 2015년 6437마리, 2014년 7714마리, 2013년 3343마리가 각각 포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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