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여덟의 순간’ 옹성우와 김향기의 변화가 가슴 따뜻한 울림을 선사하고 있다.

JTBC 월화드라마 ‘열여덟의 순간’(연출 심나연, 극본 윤경아, 제작 드라마하우스·키이스트)은 오랜만에 만나는 ‘감성만렙’ 청춘 학원물답게 풋풋한 설렘과 짙은 감수성을 자극하며 시청자들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무엇보다 각자의 고민과 상처를 지닌 인물들의 내면을 있는 그대로 담백하게 담아내는 배우들의 연기가 공감대를 높이고 있다.

회를 거듭할수록 시청률은 상승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방송된 4회 시청률이 전국 3.4%, 수도권 4.5%(닐슨코리아, 유료가구 기준)를 기록, 자체 최고를 경신하며 상승세에 올랐다. 방송 직후에는 실시간 검색어를 장악하는 등 각종 포털사이트와 SNS를 통해 폭발적 반응이 쏟아졌다.

특히 TV 화제성 분석기관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이 발표한 화제성 지수(7월 22일부터 7월 28일까지, 굿데이터코퍼레이션)에서 월화드라마 가운데 50.32%의 점유율로 1위를 차지하며 그 인기를 입증했다. 여기에 옹성우, 김향기 역시 출연자 화제성 지수에서 각각 1위, 7위에 이름을 올리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꼬리표처럼 따라붙은 오해와 편견 속에 아무런 존재감도 없이 살아가는 준우(옹성우). 시작부터 꼬여버린 전학 생활이었지만 그 가운데는 수빈(김향기)이 있었다. 어느새 서로에게 서서히 스며들고 있는 두 사람의 감정 변천사를 짚어봤다.

아침 등굣길 엄마(김선영)의 차에 부딪힐 뻔한 ‘체크 셔츠’를 다시 만난 수빈은 왠지 모르게 반가웠다. 절도와 폭행으로 강제 전학을 오게 됐다는 소문에 반신반의하면서도, 보통의 아이들과 다른 준우에게 호기심을 느끼기 시작했다. 준우는 시계를 훔쳤다는 억울한 누명에 호소하지도 않았다. 지겹도록 반복된 오해와 편견은 그의 존재감마저 빼앗아 버렸다. 중고 교복에 달린 ‘이태호’든, 편의점 아르바이트 조끼에 걸린 ‘박영배’든 자신의 존재감 따위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 준우였다. 하지만 수빈은 “분하지 않아? 존재감 없이 사는 거”라며 ‘최준우’라 눌러쓴 스티커를 가슴에 붙여주는 순간 일렁이는 준우의 눈빛은 그의 변화와 ‘각성’이 시작됨을 알렸다.

반장 마휘영(신승호)이 거짓을 꾸몄음에도 수빈은 준우를 신뢰했다. 그 작은 믿음 하나에 준우는 다시는 도망치지 않겠다는 큰 용기를 얻었다. 무엇보다 떠나기를 결심한 전날 밤, 휘영은 “너 같은 애? 숨 쉬고 살고는 있지만, 이런 식으로 계속 살아봤자 무슨 희망이 있을까 싶은 애. 아무거나, 아무 취급이나 받아도 괜찮은 애”라며 “불쌍하잖아, 너 같은 애들”이라고 비아냥거렸다. 결국 준우는 ‘정면승부’를 택했다.

하지만 준우 인생의 짠내는 가시지 않았다. 휘영의 지시에 그의 오른팔 기태(이승민)는 돈 봉투까지 준비해 ‘병문고’ 일진 무리를 포섭했다. 준우의 절친 신정후(송건희)를 앞세워 준우를 불러냈고, 그를 구하려던 준우는 폭행 시비에 휘말릴 뻔했다. 정후는 자신의 죄를 뒤집어쓰고 떠났던 준우를 향해 원망의 목소리를 높였다. “너도 딴 데 가서 다시 시작하라고 했잖아”라는 준우에게는 “우리 같은 새끼들한텐 어딜 가든 지옥인데, 뭘”이라는 정후의 쓴웃음만 돌아올 뿐이었다.

한편 수빈은 그동안 엄마에게 참아왔던 울분을 터뜨렸다. 자신의 성적을 위해 휘영의 엄마(정영주) 앞에서 체면이고 자존심이고 모두 내려놓은 엄마의 모습이 속상했던 것. 수빈은 “서울대 나오고 회사에서 큰소리치는 사람이면 뭐해? 저 아줌마한테 이러는 거 진짜 쪽팔려”라며 뛰쳐나왔다. 슬픔을 안고 정처 없이 빗속을 걷던 준우와 수빈이 우연히 마주했다. 말하지 않아도 눈빛을 읽으며 교감한 두 사람. 그때, 천둥소리에 놀란 수빈과 그의 머리 위로 손 우산을 씌워주는 준우의 모습이 풋풋한 설렘을 선사했다. 깜깜하고 막막한 세상의 틈을 비집고 들어오는 한 줄기 빛처럼 두 사람은 서로를 위로하고, 다시 또 위로받고 있었다. 지난 방송 말미, 정후의 죽음으로 인생 최대 고비를 맞은 준우에게 수빈의 존재가 어떤 변화를 일으킬지도 귀추가 주목된다.

‘열여덟의 순간’ 제작진은 “위태롭고 미숙한 열여덟 소년, 소녀들의 ‘단짠’ 청춘 성장기를 담백하고도 밀도 있게 그려내는 배우들의 세밀한 감정선이 공감과 몰입도를 높이고 있다”며 “지나고 나면 아름다운 추억으로 기억되지만, 그들에게는 인생의 그 어느 때보다도 진중하고도 치열할 이 순간들에 함께 공감해 달라”고 전했다.

한편 ‘열여덟의 순간’은 매주 월, 화요일 밤 9시 30분 방송된다.

사진=드라마하우스, 키이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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