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개봉한 ‘마스터’에서 이병헌, 강동원, 김우빈 사이에 존재감을 드러낸 이가 있었다. 바로 우도환이다. 조연인 스냅백 캐릭터를 맡으며 단숨에 관객들의 눈을 사로잡은 우도환은 3년 만에 첫 영화 주연 자리를 꿰찮다. 그것도 오컬트 장르의 악역이었다. 7월 31일 개봉한 ‘사자’에서 우도환이 악의 화신으로 변신해 자신의 연기 포텐을 확실히 터뜨렸다.

우도환은 ‘사자’로 첫 영화 주연에 이름 올렸다. 그것만으로도 뜻깊겠지만 여기에 대세 박서준과 한국영화 역사의 산 증인 안성기가 함께 해 우도환을 들뜨게 했다. 영화 속에선 강렬한 카리스마를 뿜어내는 그도 첫 영화 주연을 맡아서 그런지 떨린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그에겐 ‘사자’가 새로운 도전이자 경험치를 쌓을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

“‘사자’가 관객들에게 보여졌지만 지금도 너무 떨려요. ‘마스터’ 할 때 이 정도로 떨리진 않았거든요. 제 얼굴이 영화포스터에 들어간 첫 영화라 그런지 안 떨릴 수가 없더라고요. 물론 ‘사자’라는 작품을 잘 선택한 것 같아요. 영화가 가지고 있는 판타지적인 요소에 끌렸거든요. 제가 ‘검은 주교’ 지신 역을 맡아 악을 숭배하고 주문을 외우는 걸 잘 표현하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처음엔 시나리오 받고 ‘이걸 어떻게 스크린에 표현하지?’라는 의문이 생겼지만 김주환 감독님이 구체적으로 ‘사자’ 세계관을 설명해주셔서 더욱 도전하고 싶어졌죠.”

“제가 악의 화신으로서 특수분장 같은 걸 언제 또 해보겠어요. 이번 영화를 통해 경험치를 많이 쌓았어요. 감독님이 저를 보시고 양면성이 확실하다고 하셔서 솔직히 부끄러웠지만 그게 저만의 장점이라고 생각하고 지신을 연기했어요. 영화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박서준 선배님, 안성기 선배님과 마주치는 장면이 많지 않아요. 저 혼자 연기해야하는 신이 대부분이었죠. 혼자 주문 외우고 보이지 않는 악들과 교감해야한다는 게 어려웠죠.”

우도환이 맡은 ‘검은 주교’ 지신은 박서준, 안성기 캐릭터와 반대편에 선 인물이다. 악을 숭배하는 지신을 연기하기 위해 우도환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양면성을 드러내는 것뿐만 아니라 캐릭터 그 자체가 돼야 했다. 자신의 능력 이외에 필요한 건 노력이었다. 캐릭터를 이해하면서 이해되지 않거나 부족하게 느꼈던 부분을 우도환의 방법대로 해결해갔다.

“지신은 격투기 챔피언 용후(박서준)처럼 힘든 삶을 살았을 거예요. 과거에 아픈 기억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신에 반하는 행동을 하는 것이죠. 지신이 클럽 사장이 된 것도 혼자 지내기보다는 여러 사람들을 사귀고 싶어하는 인물이었을테고 클럽 무대는 시끄럽지만 다른 방에서 혼자 악과 함께하는 시간을 보내는 공간을 만들고 싶어했을 거예요. 어떻게 보면 이중적인 사람이죠. 인간의 양면을 보여줄 수 있는 지신의 캐릭터를 연기하게 돼서 정말 재미있었어요. 클럽 사장이란 설정도 지신과 잘 맞아떨어졌죠.”

“제가 기독교 신자여서 이 영화에 다가가기 편했어요. 내용적인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았거든요. 집에서 혼자 촛불을 켜놓고 주문을 외워보기도 하고 저만의 방식으로 주문을 만들어보며 녹음하기도 했어요. 제가 악필이지만 감독님께 대본 가득 주문을 적어서 보여드렸어요. 손동작도 마치 만화 ‘나루토’처럼 따라해보고 저만의 방식을 찾으려고 했죠. 소품, 조명, 공간의 도움을 받으니 제 연기가 마냥 어색해보이진 않았어요.”

우도환에겐 ‘사자’의 모든 것들이 새로웠다. 연기 인생 첫 특수분장을 시도했고 악역을 맡으면서 색다른 연기에 도전하게 됐다. 이 정도만으로도 우도환은 만족할 수 있었다. 그가 새로운 것을 두려워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여기에 박서준, 안성기와의 호흡은 우도환을 더 기쁘게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용후와 대결하는 장면을 찍기 위해 7시간 정도 분장했어요. 온몸에 파충류 비늘같은 걸 입혔죠. 솔직히 정말 힘들었어요. 많은 분들이 고생하셨을 거예요. 분장을 떼어낼 때도 1시간 넘게 걸렸으니까요. 촬영하면서 분장한 게 찢어지면 잠깐 멈추고 수정해야했죠. 그 무게가 상당했는데 막상 입어보니 정말 괴물같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이런 새로운 경험에 도전하는 게 저는 즐거웠어요. 판타지 영화 악역이라는 점도 신선했죠.”

“박서준 선배님이 이 대결 장면을 찍을 때 큰 도움을 주셨어요. 제가 힘들까봐 쉬었다가 가자고 자주 말씀하셨죠. ‘괜찮겠어? 촬영 들어가도 돼?’라고 말하시며 저를 신경쓰셨죠. 선배님도 보이지 않는 불이 손에 있다는 생각으로 액션을 해야해서 어려우셨을 텐데 정말 감사했어요. 안성기 선배님은 올해 데뷔 62년 되셨잖아요. 제 앞에 계신 것만으로도 배울 점이 많았죠. 안성기 선배님과 작품했다는 것 자체가 저한텐 큰 영광이었어요.”

②에서 이어집니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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