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극장가는 ‘천만 공장’이라고 할 정도로 천만 영화가 쏟아진다. 역대 최다 관객 1위를 차지한 ‘명량’은 2014년 7월 말에 개봉해 관객들의 큰 사랑을 받았고 ‘도둑들’ ‘암살’ ‘신과함께-인과 연’ ‘베테랑’ ‘택시운전사’ ‘해운대’ ‘괴물’ ‘부산행’까지 총 17개 천만 한국영화 중 9개가 7~8월에 나왔다. 올해 여름극장가에 천만을 노리는 두 영화가 있다. 바로 ‘엑시트’와 ‘봉오동 전투’다.
# 출구없는 매력 ‘엑시트’ - 배우 앙상블, 스릴과 코믹함 흥행 한몫
7월 31일 개봉한 ‘엑시트’는 개봉 첫주에 200만 이상 관객을 동원하며 순항 중이다. 5일에는 300만 돌파까지 앞두고 있어 당분간 ‘엑시트’ 신드롬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엑시트’의 최대 강점은 ‘신파’가 없다는 것이다. 재난탈출 액션영화이지만 다른 재난 영화와 다르게 신파 요소가 단 하나도 없다. CJ엔터테인먼트 홍보팀은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문법의 한국형 재난영화라는 평을 받고 있다”며 “‘스릴+비장함’이 아닌 ‘스릴+코믹함’으로 중무장해 억지 신파와 분노 유발 캐릭터를 없앤 게 관객들에게 신선함으로 다가오지 않나 싶다”고 전했다.
또한 “남녀노소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오락성을 갖췄다고 생각한다”며 “‘가족영화’로 제격이라는 평과 함께 빠르게 입소문을 타고 있다. 폭력성과 선정성이 없지만 오락성은 극강인 영화인 것이다”고 말했다. CJ엔터테인먼트 측의 말대로 오로지 코믹으로 직진하는 ‘엑시트’는 조정석, 임윤아의 케미가 터져 보는 재미를 관객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재난 때문에 눈물짓던 다른 영화 주인공들은 이번 영화에서 어떻게든 가스가 방출된 건물을 탈출하기 위해 애쓴다. 이들의 살고자하는 욕망이 극적으로 그려지고 웃음을 유발하기도 한다.
물론 ‘엑시트’가 웃음만 있는 게 아니다. 현 시대를 반영하는 사회적 메시지도 담고 있다. 주인공 용남은 청년백수로 나이가 들어가지만 이렇다할 직업 하나 없다. 용남의 대학 동아리 후배 의주(임윤아) 역시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벌어가며 짠내 나는 일상을 살아간다. 2030세대의 현실적인 스토리를 그대로 반영해 관객들로부터 큰 공감을 얻고 있다.
여기에 조정석, 임윤아는 물론 고두심, 박인환, 김지영 등 베테랑 배우들의 연기 또한 한몫했다. CJ엔터테인먼트는 “조정석 배우 특유의 생활밀착형 연기, 임윤아 배우의 망가지는 모습에 호감도가 높은 상태다”며 “여기에 베테랑 배우들의 연기가 극의 몰입감을 더해 앙상블에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고 흥행 이유를 추측했다.
빠르게 흥행 속도를 올리고 있는 ‘엑시트’이지만 배급사 측은 ‘천만’ 달성 이야기에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놓았다. CJ엔터테인먼트 홍보팀은 “모두가 알고 있듯 ‘천만’ 달성은 아무도 모른다”며 “매주 경쟁작들이 개봉하니 ‘엑시트’의 미래를 예측할 수 없다”고 말했다. CJ엔터테인먼트는 올해 ‘극한직업’ ‘기생충’으로 벌써 두 작품이나 천만 영화를 탄생시켰다. 이 기세를 ‘엑시트’까지 이어간다면 최고의 한 해를 보내게 된다.
# 애국심 폭발 ‘봉오동 전투’ - 과거와 현재 상황의 맞물림...날 것 그대로의 전투 액션
‘엑시트’의 현재 경쟁 상대는 ‘봉오동 전투’다. 8월 7일 개봉하는 ‘봉오동 전투’는 유해진, 류준열, 조우진 등 충무로 흥행 보증 수표들이 모두 모여 관객들을 끌어모을 준비를 마쳤다. 99년 전 봉오동에서 일어난 독립군들의 승리를 그린 ‘봉오동 전투’의 천만 달성 가능성이 높은 이유는 현재 국가의 상황과 맞물리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은 일본의 수출 규제를 받고 있다. 이에 국민은 일본 제품 불매운동을 진행하고 있고 그 여파로 일본이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 명단에서 한국을 제외해버렸다. 한국과 일본의 외교 마찰이 계속 일어나는 가운데 ‘봉오동 전투’가 개봉한다는 점에서 관객들의 이목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천만 한국영화들을 보면 ‘명량’ ‘암살’ 등 일본과 관련된 이야기들을 다룬 작품들이 존재한다. ‘봉오동 전투’도 이 작품들과 함께 관객들에게 항일 감정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특히 독립군이 일본군을 상대로 거둔 첫 전면전 승리라는 역사적인 사실에 관객들의 관심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이 영화가 기대되는 건 배우들의 열연과 실제 같은 그날의 모습, 그리고 하이라이트 액션이다. 유해진, 류준열, 조우진은 감정에 치우치기보다는 조국만 생각하는 독립군의 마음을 그대로 표현해낸다. 여기에 현지 로케이션으로 진행된 촬영은 실제 봉오동 지역을 떠올리게 한다. 또한 날 것 그대로의 전투 액션 장면은 멋과 기교를 빼고 담백하게 담아내 새로운 항일 액션영화로서의 맛을 제대로 전한다.
각자의 무기들을 가지고 있는 ‘엑시트’와 ‘봉오동 전투’가 8월 여름극장가 흥행을 노리고 있다. 과연 두 작품 중 어떤 영화가 천만 달성을 이뤄낼지, 아니면 두 영화 모두 관객들의 큰 사랑을 받을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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