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성우와 김향기의 ‘단짠’ 성장기가 따뜻한 공감으로 울림을 전하고 있다.

JTBC 월화드라마 ‘열여덟의 순간’(연출 심나연, 극본 윤경아, 제작 드라마하우스·키이스트)이 어른들에겐 아련한 추억을, 치열한 열여덟의 순간을 지나는 이들에겐 깊은 공감과 설렘을 선사하고 있다. 시청자들의 마음을 두드린 준우(옹성우)와 수빈(김향기)의 대사들을 되짚어 봤다.

# 최준우를 변화시킨 유수빈의 돌직구 “분하지 않아? 존재감 없이 사는 거” (1회)

친구 대신 누명을 쓰고 강제 전학을 오게 된 준우. 꼬리표처럼 따라붙은 오해와 편견 속에 전학 생활은 시작부터 평탄치 않았다. 시계 도난 사건의 범인으로 몰린 가운데 그를 믿어주는 아이는 오직 수빈뿐이었다. 모두가 이름 대신 ‘전학생’이라 부르고 ‘이태호’라는 남의 이름을 버젓이 달고 다니는 존재감 없는 소년에 수빈은 자꾸만 마음이 쓰였다.

수빈이 “분하지 않아? 존재감 없이 사는 거”라는 돌직구와 함께 이름표를 떼어 멀리 던지는 순간 준우의 눈빛은 일렁였다. 수빈이 새로 적어 붙여준 ‘최준우’ 이름 세 글자를 바라보던 준우. “존재감 따위, 굳이 있을 필요 있나? 태어날 때부터 그런 거 안 챙겼던 것 같은데”라는 나직한 내레이션은 보는 이들의 가슴을 찡하게 만들었다.

외로움이 습관이 된 소년 준우와 차갑게 닫힌 그의 마음을 두드리는 수빈의 교감은 열여덟 소년, 소녀의 변화가 시작될 것을 암시하며 첫 방송부터 따뜻한 설렘을 불어넣었다.

# 최준우, 절친 신정후에게 건넨 마지막 인사 “우리, 꼬여버린 인생 아니야” (4회)

수빈을 만나 처음 행복이란 감정을 느끼게 된 준우. 하지만 그가 떠나고 홀로 남은 절친 정후(송건희)의 일상은 더욱 꼬여가고 있었다. 병문고 일진 무리에게 폭력을 당하는 정후를 구하기 위해 몸을 던진 준우는 그와 함께 도망쳤다. 서툰 솜씨로 교복에 박음질한 새 이름표를 본 정후는 “그딴 거 새로 달고 다닌다고 뭐가 좀 달라질 것 같아? 절대. 어차피 태어났을 때부터 꼬여버린 인생이니까”라는 자조 섞인 말로 가슴을 찔렀다.

이후 준우는 떠나는 정후를 향해 “우리, 꼬여버린 인생 아니야. 좀 꼬여서 태어났으면 어때. 우리가 풀면 되지”라는 응원과 함께 그를 배웅했다. 정후에게 건넨 말이었지만 곧 스스로에 대한 다짐이기도. 무엇보다 이는 끝내 죽음을 맞은 정후와의 마지막 작별 인사가 된 만큼 먹먹한 울림을 안겼다.

# 최준우의 묵직한 충고 “이미 망친 인생이란 없어, 아직 열여덟인데” (5회)

준우는 자신을 학교에서 몰아내기 위해 기태(이승민)가 병문고 일진 무리와 모의한 결과로 정후가 떠나게 됐음을 알게 됐다. 준우는 기태의 집 앞을 찾아갔다. 애써 태연한 척 휘영을 두둔하는 기태를 향해 “네가 마휘영 감싼다고 걔가 의리 지킬 것 같아?”라고 자극했다.

두려움에 휩싸인 기태는 “넌 이미 망친 몸이지만, 난 아니란 말이야”라며 무릎까지 꿇고 흐느끼기 시작했다. 그를 일으켜 세운 준우는 “이미 망친 인생이란 건 없어. 아직 열여덟인데. 나도, 너도... 그리고 정후도”라며 진실을 밝혀줄 것을 요구했다. 차오르는 분노를 억누르고 차분하면서도 담담하게 건넨 준우의 목소리가 가슴을 파고들며 진한 감동을 선사했다.

# ‘공감요정’ 유수빈, 폐부 찌르는 한 마디! “딴 사람들한테 잘난 척하려고 나 낳았어?” (5회)

김향기의 연기는 5회에서 더욱 빛을 발했다. 욕심 많은 엄마(김선영)의 노력 끝에 어쩔 수 없이 수학학원 특별반에 들어가게 된 수빈은 결국 며칠 견디지 못하고 관뒀다. 뒤늦게 사실을 알게 된 엄마가 학교를 찾아왔다. “그렇다고 이렇게 갑자기 쳐들어오면 어떡해”라며 창피하다는 수빈에게 엄마는 “난 네가 창피해! 네가 창피해서 대학교 동문회도 못 나가”라고 신세 한탄과 잔소리를 퍼부었다.

그러자 수빈은 “엄마는 대학 동문회 가려고 결혼했어? 딴 사람들한테 자랑하고 잘난 척하려고 나 낳았어?”라며 그동안 참아왔던 눈물과 함께 원망과 분노를 터뜨렸다. 오직 최고가 되기만을 바라는 부모의 과도한 교육열과 그들이 정해놓은 기준을 마치 인생의 정답처럼 좇아가는 아이, 꼭 수빈 모녀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평범한 캐릭터들이 그려내는 현실적 이야기가 깊은 공감을 자극하는 가운데, 열여덟 수빈의 진정한 ‘홀로서기’가 과연 성공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JTBC 월화드라마 ‘열여덟의 순간’ 방송 캡처

저작권자 © 싱글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