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밤을 오싹하게 얼리는 공포영화들이 속속들이 개봉하는 극장가에 일상 판타지공포물이 등장했다. 영화 ‘밤의 문이 열린다’는 유령과 타임슬립이라는 판타지 소재로 현실을 날카롭게 묘사하며 조금씩 심장을 옥죈다.
‘밤의 문이 열린다’는 하루아침에 유령이 된 혜정(한해인)이 유령처럼 살아온 지난날을 돌아보며 변하는 이야기를 담는다. 인간이 더 유령 같고, 유령이 더 인간 같아지는 모습으로 삶과 죽음의 의미를 고민하게 한다.
영화에 등장하는 세 여자 혜정, 수양(감소현), 효연(전소니)은 뫼비우스의 띠처럼 얽혀 있다. 혜정은 공장에서 일하면서 힘겹게 하루하루를 지탱한다. 같이 일하는 동료 남성이 고백해도 “연애나 결혼에 관심 없어요. 제가 그런 걸 잘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안 들어요”라며 돌아서는 혜정의 일상엔 무기력이 팽배하다. 혜정은 어느 날 집 앞에서 꼬마 수양을 본다.
수양은 도움을 요청하지만, 혜정은 왠지 모를 오싹함에 뿌리치고 집으로 달아난다. 그 후 혜정은 유령이 된다. 하루아침에 피가 낭자한 채 죽어 있는 자신을 발견한 혜정은 매일 하루 전으로 돌아가는 이상한 시간 속에서 수양, 그리고 하우스메이트의 동생 효연(전소니)의 존재를 조금씩 파악하며 사건의 실체에 접근해나간다.
영화는 유령을 소재로 현실 속 문제를 그려내며 판타지와 현실고발물, 미스터리를 오간다. 공장-집을 오가며 모든 게 귀찮고 무기력한 혜정, 사채 빚 때문에 언니 방에 숨어 사는 효연, 그리고 아빠와 할머니의 방치 속에서 “아빠 언제 와?”라는 회신 없는 문자만 시시때때로 보내는 수양.
팍팍한 생활에 찌들어 연애, 미래 등 포기하는 게 많은 청년부터 돌봄 없이 방치된 아동의 삶까지 건조한 장면이 나열되지만 죽음을 계기로 자신을 비롯한 두 여자의 인생에 개입하는 혜정의 변화가 활기와 희망을 부여한다.
배우들의 연기는 흠잡을 데 없다. 혜정을 연기한 한해인은 상업영화에선 낯선 얼굴이지만 차근차근 단편영화와 연극을 통해 주목받아온 배우. 전반부 말주변 없고 무기력한 혜정이 후반부 각성으로 활기를 띠기 시작하는 다채로운 모습을 하나의 흐름 안에서 자연스럽게 소화한다.
효연 역의 전소니는 보다 강렬하다. 빚 때문에 숨어 사는 효연은 영화에서 두 번이나 “소리 지르면서 뛰고 싶다”고 말하는 등 감정을 감추지 않는 인물. 혜정과는 전혀 다른 성격이다. 전소니는 날 선 눈빛과 몸동작 등으로 효연을 표현한다. 수양을 맡은 감소현은 다크호스다. 감소현은 자그마한 체구로 동네를 누비고 유령이 된 혜정을 의심하며 조금씩 마음을 여는 수양 캐릭터 그 자체로 분해 또 한 명 어린 기대주의 탄생을 예고한다.
팍팍한 삶을 살다 보면 주변을 돌아볼 여유가 없어져 외로운 삶에 빠지곤 한다. ‘밤의 문이 열린다’는 그런 삶을 살던 혜정이 죽음에 당면하고 삶을 돌아보는 과정을 통해 변화를 이야기한다. 갑작스레 유령이 된 혜정은 억울해하지 않고 세 여자를 구할 길을 찾아나선다. 이때 비로소 그는 산 사람처럼 보인다.
무기력하게 집과 공장을 오가던 침울한 혜정이 눈물을 흘리고 연민도 보이면서 뜀박질을 시작한다. 죽음에 가까워서야 삶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는 보편의 진리를 설명하는 ‘밤의 문이 열린다’는 극장 문을 나서는 관객에게 삶의 다른 가능성을 상상하게 한다. 러닝타임 90분, 12세 관람가, 8월 15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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