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영화계에선 꽤 이름을 알렸다. 연극 출연을 발판으로 단편영화 작업으로 차근차근 필모그래피를 쌓아온 배우 한해인은 오는 15일, 첫 장편 주연을 맡은 영화 ‘밤의 문이 열린다’의 개봉을 앞뒀다. 지난 9일 을지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한해인은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설레는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한해인은 지난 2016년부터 단편영화 ‘합의’ ‘모모’ ‘나와 당신’에 잇달아 출연해오며 존재감을 드러냈고 독립영화계에서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충무로 유망주로 꼽히곤 했다. 그리고 드디어 2017년, 유은정 감독의 첫 장편이자 한해인의 첫 장편 주연 영화인 ‘밤의 문이 열린다’가 크랭크인했고 2년이 지나 올여름 개봉하게 된 것.

‘밤의 문이 열린다’는 갑작스런 죽음으로 하루아침에 유령이 되는 혜정(한해인)이 지난날들을 돌아보며 변하는 이야기를 담는다. 영화에서 매일 하루 전으로 돌아가는 유령의 시간 속에서 자신의 죽음과 얽힌 사건의 실체에 접근하는 혜정을 연기한 한해인은 고단한 삶에 찌들어 무미건조함의 끝을 보여주는 전반부부터 변화를 겪고 생기를 띄는 후반부를 담담한 얼굴로 과장 없이 설득력 있게 소화한다.

“저 역시 평소에 혜정 같은 면이 있기는 한데...더 뜨거운 편이에요.(웃음) 혜정이라는 캐릭터를 처음 만났을 때 ‘이 사람은 어떻게 살아왔길래 이렇게 건조하게 살아갈까’ 의문이 들었어요. 그때부터 혜정의 배경과 성격을 상상하면서 캐릭터를 만들어가려고 했어요.

제가 상상한 혜정이는 어렸을 때부터 할머니 손에 자라와 사랑도 못 받고 외로움이 몸에 뱄고 남 앞에 서기 싫어하고 말수도 없고 조용조용한 인물이었어요. 감정 표현이 서툰 혜정울 미묘하게 표현하려고 했는데 연기하다 보면 저도 모르게 감정이 확 올라오기도 했어요. 그때마다 (유은정) 감독님이 잘 잡아주셨죠.”

‘밤의 문이 열린다’에서 한해인이 연기하는 혜정은 덤덤하고 건조한 반면, 함께 출연한 배우 전소니가 연기하는 효연은 감정과 욕망을 표현하는 데 숨김이 없는 캐릭터. 한해인은 “혜정의 입장에서 효연은 자극되는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효연은 ‘왜 자꾸 저런 말을 하고 어떤 비밀을 가지고 있길래 저렇게 불안한 상태일까’ 등 혜정이 난생처음으로 타인에 대해 궁금증을 품는 캐릭터고 갈수록 효연이 욕망을 쏟아내기 때문에 혜정 또한 ‘내 삶을 지켜야겠다’고 다짐하는 계기가 돼요. 촬영장에선 제가 유령이기 때문에 직접 호흡을 나누는 장면은 많지 않았지만 (전)소니 배우가 쏟아내는 에너지가 좋은 자극이 됐어요.”

또, 영화 속에서 혜정의 변화에 결정적인 계기가 되는 꼬마 수양 역을 맡은 감소현 배우에 대해선 “영화와 달리 성격이 굉장히 활달하다. 스스럼없이 다가와서 함께 촬영하면서 재밌었다. 어린데도 연기에 집중을 잘하고 너무 씩씩했다”고 칭찬을 잊지 않았다.

‘밤의 문이 열린다’는 외롭고 팍팍한 삶에 찌들어 있던 혜정이 죽음을 경험하고 이전의 삶을 돌아보고 변화하는 모습을 그린다. 나만 힘들고 나만 괴롭다고 생각될지언정 주변을 돌아보고 손을 내미는 작은 연대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로 울림을 전한다.

“저도 좋은 영향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은데 너무 어려워요. 스스로 조금이라도 여유가 없으면 남들에게 마음을 베푸는 게 어려워지잖아요. 그래서 혜정의 성장이 저에게도 여러 생각을 하게 했어요. 저도 혜정처럼 놓치고 있는 부분이 있지 않을까. 너무 남들 신경 안 쓰고 혼자서만 사는 순간들이 있는 건 아닌가, 닫혀 있는 건 아닌가 걱정이 되면서 돌아보게 되더라고요.”

②에서 이어집니다.

사진=지선미(라운드테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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