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에 이어서...

배우 한해인은 15일 개봉하는 영화 ‘밤의 문이 열린다’에서 첫 장편 주연을 맡았다. 영화가 제22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부천 초이스 장편 부문에서 관객상을 받고 제44회 서울독립영화제에 초청되며 한해인은 보다 다양한 경험을 거쳤고 배우로서 성장하는 중요한 지점을 맞았다.

“초청된 것만으로도 기뻤는데 관객상을 수상하게 돼서 정말 좋았어요. 관객분들이 투표하시는 게 단순한 이벤트일 거라 생각해서 전혀 (수상을) 예상하지 못했거든요. (유은정) 감독님은 얼마나 좋으실까 싶더라고요. 또 첫 장편 주연이라 처음엔 떨리기도 했는데 촬영이 끝나고 나선 성취감이 생겼어요.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기도 했고요. 예전엔 혼자 일하는 기분이 들 때도 있었는데 이번에 좋은 동료들을 만났고 영화에 대한 마음이 더 커진 것 같아요. 더 잘하고 싶어졌어요.”

“장편영화는 호흡이 길어서 인물이 겪는 여정을 따라가다 보니까 제가 내면적으로 성장하는 면이 있어요. 반면 성격이 내향적으로 변하는 부분도 있는 것 같아요. 촬영하면서 새롭고 많은 사람을 계속해서 만나는데 작품이 끝나면 헤어지잖아요. 만남과 이별을 겪으며 제가 내면을 자꾸 드러내게 돼서, 저만의 시간이 소중해지는 것 같아요. 그래서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려고 해요. 일이 많을 때도 일주일에 하루라도 집에서 아무것도 안 하고 쉬어야 정말 쉬는 것 같아요. 그 시간이 굉장히 소중해요. 강아지를 키워서 주로 같이 산책하면서 보내요.”

한해인은 단편영화 작업 이전, 어린이 뮤지컬 극단과 연극반 등에서 활동한 초·중학생을 거쳐 안양예술고등학교, 단국대학교 연극영화과 등을 통해 짧지 않은 시간 동안 꾸준히 연기에 몸담아왔다.

“어렸을 때는 제가 연기로써 만나는 인물들이 사랑을 쏟아부어도 배신하지 않고 곁에 있어주는 실제 인물 같다고 생각했어요, 제 삶의 빈 부분을 채워주는 존재들이라고 생각해서 연기에 빠져 있고 싶었고 그 순간들이 행복했어요. 그래서 연기가 좋았어요. 가끔 예전에 썼던 일기장을 꺼내 볼 때가 있어요. 그러면 깜짝깜짝 놀라요. 소름 끼칠 정도에요. 지금의 저보다 건강하고 성숙한 면이 발견되는데 제 과거긴 하지만 ‘이 나이에 어떻게 그랬을까’ 싶을 만큼 성숙했더라고요. 읽다가 울기도 해요. 과거의 제가 현재의 저를 위로해주고 성장시켜줘요.”

장편영화 출연으로 중요한 분수령을 맞이한 만큼 부담도 커졌다. ‘밤의 문이 열린다’ 이후 현재 후반작업 중인 제목 미정의 또 다른 장편을 촬영하며 연기 활동이 가속화되고 있다.

“올해 들어서 압박감이 조금 심해진 것도 같아요. 긴 호흡의 작품을 또 한 편 만나고 나니까 아쉬운 마음도 생기고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어요. 완벽하게 하고 싶어졌고요. 그런데 생각에 갇힌다고 더 좋은 연기가 나오는 건 아니니까...연기를 취미로 한다고 생각하기로 했어요.(웃음) 편하게 릴랙스 하면서 작업하고 싶어요.”

아직 하고 싶은 역할도 많고 경험하고픈 바도 많다. 한해인은 “자신을 여러 방면으로 자유롭게 하려는 편”이라고 소개하며 다양한 경험에 대한 갈증을 내비쳤다. 지난 2016년 출연했던 퀴어 단편영화 ‘모모’는 그 일환이었다.

“필름메이커스를 통해 오디션을 보게 됐어요. 퀴어영화라는 사실이 오디션 공지에 올라와 있어서 알고 있었는데 저 스스로 거부감이 없고 그게 당연한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 영화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한 사람이고요. 시나리오 받아 봤을 때도 성 정체성 때문에 힘들어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여성 커플의 자연스러운 이야기라서 좋았어요. 동성커플이 이성커플과 다를 바 없이 비슷한 갈등을 겪는 게 좋았어요. 그래서 고민 없이 오디션에 참여했고 연기할 때도 상대 역 배우가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상상하면서 임했어요.”

“앞으로 장르물에 나올 법한 독특한 캐릭터나 내적으로 깊게 파고드는 캐릭터도 연기해보고 싶어요. 다양한 영역에 가볼 수 있는 인물을 만나보고 싶어요. 외국영화에선 미셸 윌리엄스가 ‘우리도 사랑일까’에서 연기했던 역할이 좋았어요. 사랑스럽고 섬세한 캐릭터도 해보고 싶네요.

또, 한국영화에선 ‘마더’에서 김혜자 선생님이 연기했던 캐릭터에 도전해보고 싶어요. 지금 제 나이로는 할 수 없는 역할이지만요. 나이가 들어서도 이미지에 국한되지 않고 무언가를 보여주고 싶은 작품을 만나고 싶단 의미에서요. 김혜자 선생님처럼 나이에 한정되지 않고 삶과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열린 채로 나이 들고 싶어요. 분명 나이를 먹으면 지치는 부분도 생기겠지만 따뜻한 시선으로 살아가고 싶어요. 계속 성장하고 싶어요.”

 

사진=지선미(라운드테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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