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이런 ‘대사빨’은 없었다. 배우 천우희가 엄청난 대사량의 맛깔나는 소화와 더불어 다채로운 감정연기로 70분을 가득 채웠다.

서른 살 세 여자친구의 고민, 연애, 일상을 그린 JTBC 드라마 ‘멜로가 체질’에서 천우희는 똘기와 주체성 만렙에 비상한 두뇌와 독설을 장착한 드라마 작가 임진주 역을 맡았다.

회를 거듭할수록 유니크한 매력을 선사하며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고 있는 드라마의 세 여주인공(천우희 전여빈 한지은)은 모두 톡톡 튀는 대사를 맛깔나게 소화하며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이 가운데 천우희는 2004년 영화 ‘신부수업’으로 데뷔한 이후 15년 동안 벼려온 연기력을 바탕으로 '충무로 이야기꾼' 이병헌 감독과 합을 맞추며 가공할 대사 소화력을 뽐내는 중이다.

특히 17일 방송된 4회에서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보조작가 꼬리표를 떼내고 작가 ‘입봉’을 앞둔 진주에게 순탄치 않은 미래가 예고됐다. 7년을 교제했던 전 남자친구 환동(이유진)을 작가-조연출 관계로 재회한 것은 물론, 막말과 싸가지 없음으로 재수없이 여겨온 스타PD 범수(안재홍)와 거사를 도모하며 ‘썸’을 타게 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정혜정 작가(백지원 )의 횡포까지 맞닥뜨린 상황이다.

이날 천우희는 작품의 이모저모를 체크하며 자존심을 긁는 범수에게 반격을 가하기 위해 범수의 전 여자친구가 작사한 노래를 기타 연주와 함께 불렀다. 마치 시트콤 같은 이 장면은 독특한 캐릭터와 평범하지 않은 연출로 신선한 재미를 안겨줬다. 특히 천우희의 뻔뻔하기까지 한 코미디 연기는 압권이었다.

반면 동생 지영의 남자친구에게 연애에 임하는 남자의 태도에 관해 구구절절 얘기하는 장면에서 방대한 대사량과 쉼표 없이 이어지는 속사포 대사 속 감정의 높낮이 조절, 정확한 발음은 감탄을 자아냈다. 과거 김수현 작가 드라마 속 여주인공들의 대사량과 스타카토식 처리기법이 유명했으나 이를 양과 질 면에서 한 단계 뛰어넘는 모습이었다.

엄청난 대사량과 함께 쏟아낸 섬세한 감정은 사랑에 상처받았던 진주를 이해하게 만들었고, 극에 당위성을 부여하며 완성도를 높였다. 매회 코미디, 멜로, 로코의 얼굴을 들이미는 천우희의 화수분 매력과 독보적인 존재감에 대한 시청자 관심이 날로 뜨거워지고 있다. 매주 금토 밤 10시50분 방송.

사진= JTBC ‘멜로가 체질’ 방송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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