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원의 음악신보’는 빼어난 작곡가이자 통찰력을 지닌 음악평론가였던 슈만이 글을 실어왔던 잡지 ’음악신보(Neue Zeitschrift für Musik)’의 타이틀을 빌어 시리즈로 기획된 무대다. 지난해 ‘음악신보’라는 타이틀을 사용하며 슈만의 일대기를 음악과 이야기로 선보인 김정원이 올해는 브람스를 집중 조명한다.
다음달 5일 오전 11시30분 롯데콘서트홀 무대에서 펼쳐지는 음악신보 제3권 ‘가깝고도 먼’에서는 끝내 이루지 못한 사랑의 미학을 음악으로 승화시킨 브람스와 클라라 슈만의 음악 이야기를 다룬다.
피아니스트 김정원과 김규연이 각각 브람스와 클라라 슈만으로 분해 브람스의 6개의 피아노 소품, 클라라 슈만의 3개의 로망스, 브람스가 작곡한 ‘슈만 주제에 의한 네 손을 위한 변주곡’을 들려준다. 선보인다. 독일 낭만주의 예술사의 정점에 있었던 슈만과 클라라, 브람스의 사랑과 음악을 접할 수 있는 소중한 무대다.
슈만은 브람스를 베토벤을 이을 음악가로 평가했다. 두 달여를 슈만의 집에 머물며 같이 산책하고 음악을 나누며 시간을 보내던 브람스는 작품 출판에 관한 많은 부분을 슈만과 상의했고, 슈만은 라이프치히의 브라이트 코트&헤르텔 출판사에 브람스의 곡을 출판하도록 소개해주었다. 브람스는 슈만의 음악에 깊은 존경을 보냈으며 그를 최고의 스승으로 여겼다.
브람스가 오기 훨씬 전부터 극도의 정신질환을 앓고 있었던 슈만은 최악의 상태에서 결국 라인강에 몸을 던졌고, 겨우 구조됐으나 스스로 정신병원에 입원했다. 이때가 브람스가 슈만을 만난 지 5개월 만의 일이고, 클라라는 7번째 아이를 가진 상태였다. 이 소식을 듣고 한달음에 달려온 브람스는 클라라를 대신해 아이들을 돌봤다. 가까이에서 클라라를 위로하고 그의 가정을 보살피던 브람스는 시간이 흐를수록 클라라를 향한 자신의 마음을 바라보며 혼란에 빠졌다.
스승의 아내를 흠모하는 죄책감과 동시에 한없이 커져가는 깊은 사랑 사이에서 브람스가 느낀 갈등은 커져만 갔다. 하지만 21살의 브람스와 35살의 클라라는 세상의 편견, 명예와 미덕을 위해 사랑의 감정을 접어야만 했다. 그들이 서로를 위해 사랑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은 음악뿐이었다. 브람스는 영원한 은인이자 결코 넘어설 수 없는 존재에 대해 슈만이 했던 방식대로 클라라에게 음악 선물을 바칠 수밖에 없었다. 결국 그들은 음악으로만 서로 사랑하며 명예를 지키는 방법을 선택했다.
이번 공연에서 연주할 브람스의 피아노 솔로 작품 가운데 가장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피아노 작품집’ Op. 118은 슈만이 즐겨 작곡했던 낭만적 성격조곡에 속하는 작품이다. 전체 여섯 곡 가운데 네 곡은 인터메조(간주곡)이라는 제목으로 돼 있다. ‘인터메조’는 본래 오페라 사이에 연주되는 막간곡을 의미했지만 낭만주의 작곡가들은 이를 기악의 독립적인 악곡을 지칭하는 데 사용했다. 이미 예순의 노인이 된 브람스가 일흔넷의 클라라를 생각할 때처럼 지나간 긴 세월이 아득하지만 말로는 표현할 길 없는 다정함과 때로는 어두운 상념이 흐른다.
클라라가 브람스를 처음 만났던 시기(1853년)에 작곡된 ‘세 개의 로망스’에서는 그의 화려한 기교와 뛰어난 피아니즘을 확인할 수 있다. 슈만의 영향이 물씬 풍겨 나온다. 브람스의 ‘피아노 연탄을 위한 변주곡’은 때로는 서정적으로 때로는 영웅적으로, 베토벤과 슈만의 어법을 제 것으로 충분히 소화했음을 보여준다.
사진=롯데콘서트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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