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들의 친구?’였던 미국 성인잡지 플레이보이(Playboy)가 누드 사진을 퇴출하겠다는 선언을 접고 정체성을 회복하겠다며 다시 지면에 누드 사진을 싣기로 했다.

오늘(14일) 플레이보이는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통해 3∼4월호부터 지면에 여성 누드 사진을 게재한다는 방침을 발표하며 몇 장의 세미누드 사진과 ‘#NakedIsNormal(나체는 정상)’이라는 해시태그를 달았다.

성인 잡지의 대명사인 플레이보이는 지난해 3월부터 지면에 누드 사진을 싣지 않았다. 온라인으로 포르노를 쉽게 접하는 시대에 종이에 인쇄된 누드는 한물갔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럼 플레이보이의 역사와 왜 플레이보이가 다시 누드 사진을 싣기로 했는지 짚어본다.

 

플레이보이 누드 재개 선언

◆ 1953년 휴 헤프너·아트 폴 결합 창간

플레이보이 창간자인 휴 헤프너는 1953년 ‘총각파티(Stag Party)’라는 잡지를 구상 중에 있었다. 그는 이 잡지를 아트디렉팅할 사람을 물색하다 아트 폴을 영입하고 잡지 이름을 ‘플레이보이’로 변경한다. 1953년 12월 마를린 먼로가 표지 모델로 등장한 첫 번째 플레이보이로 세상의 독자들과 첫 대면을 하게 된다.

이후 헤프너와 폴은 편집자와 아트디렉터간의 최상의 궁합을 자랑하며 30년간 플레이보이를 미국 성인 잡지의 대표주자로 부상시켰다. 폴은 잡지 초기엔 시카고 출신의 가난한 예술가들을 영입해 성과 섹스를 주제로 한 자유분방한 스타일의 일러스트레이션을 지면에 실었다. 특히 1970년대 전성기 때 실렸던 ‘리볼드리 클래식스(Ribaldry Classics)’라는 독특하고 개성 있는 일러스트레이터들의 작품으로 성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하지만 플레이보이는 디지털 매체가 등장하면서 전성기 때의 명성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 남성들의 욕망 로고에 담아

플레이보이의 로고는 남자들이 지적이면서 동시에 노는 것도 잘하는 사람이 되기를 바라는 욕구를 표현한 것이다. 폴은 턱시도 타이를 매고 귀가 쫑긋한 플레이보이의 토끼 로고를 디자인한다. 토끼는 놀기 좋아하는 말썽꾸러기를 암시한다. 그러나 토끼의 쫑긋한 귀는 지적 호기심으로 가득 차 있음을, 턱시도 타이는 우아함을 뜻한다. 단지 야한 사진만 보겠다는 저급한 독자들을 타깃으로 하지 않는다는 것을 표현한 것이다.

실제로 플레이보이 잡지는 나체의 여성 사진과 함께 당대 최고의 저널리스트와 작가들이 쓴 칼럼을 실었다.

 

플레이보이 모델 데빈 브러그맨

◆ 작년 트럼프 출연 포르노 나와 논란

플레이보이는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연계돼 논란을 빗기도 했다. 트럼프가 출연한 플레이보이의 포르노 비디오 여러 편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CNN은 트럼프가 카메오 출연한 사실이 알려진 2000년 플레이보이의 소프트코어 포르노 영화 외에도 트럼프가 1994년과 2001년에 출연한 플레이보이 포르노 영상 2편을 입수했다며 공개하기도 했다.

트럼프 논란 이후 플레이보이 창업자 휴 헤프너의 아들이자 최고창의성책임자(CCO)인 쿠퍼 헤프너는 오늘 페이스북에 플레이보이의 누드 재개를 선언하며 “잡지가 누드를 보여준 방식은 구식이지만 완전히 없앤 것은 실수였다”며 “누드는 한 번도 문제가 된 적이 없다. 오늘 우리는 우리 정체성을 회복했다”고 말했다.

 

플레이보이 모델 한나 글래스바이

◆ 6월 한국판 플레이보이 발간

한편 6월부터 국내에서도 플레이보이 한국판이 발간된다. 콘텐츠 기업인 가야미디어는 미국 플레이보이 엔터프라이즈와 계약을 맺고 6월 플레이보이 한국판을 창간한다. 가야미디어는 미국 플레이보이 정책에 따라 한국판도 누드 사진을 싣지 않고 유명인사 인터뷰와 정치사회적 이슈, 라이프스타일 기사, 화보 등을 다룰 계획이었지만, 플레이보이의 정책 변화로 한국판도 누드가 가미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 플레이보이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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