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하고 올곧은 로맨스 장인.

배우 정해인에 관한 대중의 시선은 실제 그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아 보였다.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감독 정지우)’으로 첫 상업영화 주연을 맡은 정해인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그는 정장을 차려 입고 등장해 “이 차림이 가장 편하다”고 말해 놀라움을 자아냈다.

‘은교’ ‘4등’ ‘해피엔드’ 등을 만든 정지우 감독의 로맨스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은 김고은이 연기하는 미수와 정해인의 현우가 10년에 걸쳐 사랑을 이어가는 이야기다. 이전 tvN 인기 드라마 ‘도깨비’에서 김고은이 연기한 지은탁의 짝사랑 상대역 야구부 선배로 스쳐지나갔던 연이 있는 정해인은 영화를 통해 김고은과 재회했다. 정해인에게 영화 제의가 들어올 때 김고은의 출연은 이미 정해졌던 상황.

정해인은 “시나리오를 읽을 때부터 고은 씨가 하는 미수를 상상하며 읽었다. 그래서 더 재밌고 와닿았다”고 회상했다. 또한 “전부터 고은 씨가 출연한 영화를 많이 봤다. ‘도깨비’에 스치듯 참여했지만 작품을 챙겨봤던 팬으로서, 열심히 해서 언젠가는 함께 작품을 해보고 싶었다. 이번 기회를 통해 감사했다”고 팬심을 고백하기도 했다.

또한 그는 상업영화 첫 주연으로 참여하게 된 촬영장에서 연기만 중요한 게 아니라 현장 분위기를 만드는 배우가 되어야 하다는 점을 깨달았다며 살가운 성격의 김고은과 존중감을 잃지 않고 호흡해준 정지우 감독에게 감사를 전하기도 했다.

“고은 씨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정지우 감독과 김고은)두 분이 한 번 작업했기에 가까운 사이라 현장에 적응하게 많이 도와줬어요. 고은 씨는 워낙 상대방의 말을 잘 들어줘요. 다들 자기 대사하기 바쁘기 마련인데 경청하는 게 느껴졌어요. 또 정지우 감독님은 사전 미팅에서 첫인상이 좋았어요. 배우이기 전에 인간으로서 존중해주셨어요. 작품을 함께하면 행복하겠다 싶었죠. 근데 현장에선 상상보다 더 좋았어요. 해인 님, 고은 님처럼 주조연, 단역 관계없이 다 존칭을 쓰셔서 더 책임지고 잘해야겠다 싶었어요.”

영화 속 그가 연기한 현우는 학창시절 한순간 벌어진 사고가 오래도록 발목을 붙드는 캐릭터다. 잊을 만하면 과거로 소환돼 자존감이 오르락내리락하는 현우와 미수의 로맨스는 PC통신 이메일, 폴더폰을 넘나들며 아슬아슬 이어진다. 통신의 장벽이 존재하지만 사랑은 서로에 관한 마음에 숨김 없고 진솔해 통쾌한 매력이 있다. 정해인은 현우와 그가 비슷한 면이 있다고 전했다.

“사람을 오래 보는 편이에요. 인연을 맺기 전까지 오래 보는 편이고 감정표현에 솔직해요. 역시 솔직한 사람이 좋고요. 또, 친구들과 같이 있을 땐 말하기보단 이야기를 많이 듣는 편이에요. 많이 들어주려고 노력하는데 그게 더 좋아요. 영화에서 두 사람 사이에 밀당이 없어서 좋았어요. 옛 시대라 둘의 소통에 답답함이 있지만 그만큼 애틋함이 더 커요."

"또 자존감이 엮이다보니 사랑에 어려움이 있죠. 휴대폰이 부서진 상황에서 미수는 이메일로 연락하는 반면 현우는 자신의 신세를 못 이겨 답하지 않는 장면이 있어요. 타인을 사랑할 때 나 자신을 사랑해야 나를 사랑할 수 있다는 점이 영화에 드러나죠. 그래서 저는 제 팬분들에게도 자신을 아끼고 사랑했으면 좋겠다고 말하곤 해요.”

주로 조연을 맡아오다 작년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올해 ‘봄밤’ 등으로 대세 배우가 된 정해인. 항시 맑고 단단해 보이는 그에게도 현우처럼 자존감이 떨어지는 순간이 있었을까.

“자존감이 낮아질 때가 많아요. 자존감이란 건 지키기는 힘들고 무너지는 건 한 순간이에요. 저는 ‘봄밤’을 촬영하면서도 많이 느꼈어요. ‘이것이 내 한계인가’ 하고요. 표현할 수 있는 데까지 했는데 한계에 부딪힐 때가 있었고 움츠러들었어요. 그럴 때마다 집에 가서 엄마, 아빠 얼굴을 보면 싹 잊혀요. 연기하던 몰입이 깨져요. 밖에선 연기하는 배우지만 집에 가면 그게 아니라 아들 정해인일 뿐이니까 몰입이 깨지고 그게 긍정적으로 작용해서 재충전할 수 있어요.”

②에 이어집니다.

 

사진=CGV아트하우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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