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오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피살된 김정남(46)은 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장남이자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이다. 김정일과 본처 성혜림 사이에서 태어난 ‘백두혈통’이다.

김정남은 1980년대 모스크바를 거쳐 스위스 제네바대학에서 유학했다. 1990년 조선컴퓨터센터(KCC) 설립을 주도했고, 1998년 북한의 IT정책을 주도하는 조선컴퓨터위원회의 위원장을 맡기도 하는 등 첨단산업에 식견을 가진 인물이었다. 1988년부터 당시 국가보위안전부에 근무했고, 1998년 부부장에 임명되기도 하는 등 2000년대 초까지만 하더라도 아버지 김정일의 자리를 물려받을 강력한 후계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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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1년 일본 밀입국 사건에 후계구도 밀려

그러나 김정남은 1996년 이모 성혜랑의 미국 망명으로 위상이 흔들리기 시작했고, 자유분방한 성격과 잦은 돌출 행동으로 김정일의 눈 밖에 나면서 후계 구도에서 밀려나기 시작했다. 2001년 5월 아들과 두 명의 여성을 대동하고 도미니카 가짜 여권을 소지한 채 일본에 입국하려다 체포돼 추방된 사건으로 후계구도에서 완전히 밀려났다.

2011년 12월 김정일이 사망하고 김정은이 권력을 장악하자 북한의 김정남에 대한 경제적 지원은 사실상 끊겼다. 김정남이 호텔 숙박비도 내지 못할 정도로 자금난에 시달린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김정은 /flickr.com

◆ 김정은이 독살 지시 가장 설득적

김정은은 북한 권력의 적통이자 백두혈통인 김정남의 존재 자체를 껄끄러워 했다. 김정남은 2010년 아사히TV와의 인터뷰에서 “개인적으로 3대 세습에 반대한다”고 발언하는 등 김정은의 심기를 계속 건드렸다.

김정남을 챙겨온 것으로 알려진 고모부 장성택이 2013년 12월 처형되면서 가뜩이나 입지가 좁던 김정남은 더욱 궁지에 몰리며 해외를 전전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정황을 미뤄볼 때 김정은이 권력 유지를 위해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할 수 있는 김정남을 제거한 것이라는 관측이 가장 설득적이다.

 

◆ 김정은, 간부들 고사총·탱크 처형 공포정치

김정은은 북한 내에서도 공포정치를 펼치고 있다. 반당·반혁명분자로 지목된 북한의 고위층 간부들을 고사총으로 쏴 죽인 뒤 탱크로 밀어버리는 충격적인 장면도 연출했다. 이 같은 내용은 탈북자 단체인 북한전략센터나 NK워치 등으로부터 끊임없이 전해지고 있다. 북한 역사에서도 김정은의 고사총 처형과 같은 잔혹한 처벌은 전례가 없었다.

고사총은 구소련이 개발한 구경 14.5mm ZPU 중기관총으로, 주로 포신 4개를 결합해 지상이나 해상에서 공중 목표물을 격추하기 위해 만든 대공화기이다.

장성택을 비롯해 장성택의 측근인 장수길 노동당 부부장과 현영철 인민무력부장 등이 고사총으로 처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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