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여성감독 전성시대가 펼쳐지고 있다. 무엇보다 충무로를 주름잡았던 이들이 아닌 신인감독들이라는 점에서 눈에 띈다. ‘우리집’ 윤가은, ‘벌새’ 김보라, ‘메기’ 이옥섭, ‘아워 바디’ 한가람 감독은 국내는 물론 해외 영화제에서 큰 사랑을 받으며 앞으로의 한국영화를 책임질 연출가로 기대받고 있다. 이들이 시작부터 비상할 준비를 마쳤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우리집' 포스터

# ‘우리집’ 윤가은 감독 – 어린 소녀들의 시선으로

첫 장편데뷔작 ‘우리들’의 성공에 힘입어 3년 만에 신작 ‘우리집’(8월 22일 개봉)을 내놓은 윤가은 감독은 어린 소녀들의 시선을 있는 그대로 스크린에 담아 봉준호 감독 등 충무료 대표 감독들의 찬사를 받고 있다. 그는 단편 ‘콩나물’ ‘손님’ 등으로 2010년대 초반부터 주목받아왔다.

윤가은 감독의 가장 큰 장기는 어른의 시선이 아닌 아이의 시선으로 영화를 만든다는 것이다. 카메라 워킹 등 촬영방식부터 대사, 소품까지 보는 이들의 동심을 자극한다. 2만 돌파에 성공한 ‘우리집’의 매력이 바로 관객들의 어린 시절 향수를 자극하는 것이었다. ‘우리들’에 이어 ‘우리집’까지, 이른바 ‘윤가은 시네마틱 유니버스’ ‘우리 유니버스’ 신조어가 만들어지고 있다. 윤가은 감독만큼 어린 아이들의 마음을 잘 읽어내는 연출가가 또 있을까.

사진=싱글리스트DB, '벌새' 포스터

# ‘벌새’ 김보라 감독 – 새처럼 날아서 벌처럼 쏘다

전세계 25관왕. 이 말 하나로 김보라 감독이 설명된다. 첫 장편데뷔작 ‘벌새’(8월 29일 개봉)는 올해 초부터 하반기 기대작으로 꼽혔다. 1994년 14세 소녀 은희(박지후)를 내세워 그 당시 현실과 은희가 그 나이에 겪어야했던 사건들을 고스란히 스크린에 옮겨 담았다.

2000년대 초반부터 영화판에 뛰어들었지만 많은 작품을 만들지 못했던 그에겐 2011년 단편 ‘리코더 시험’이 인생작이라고 할 수 있겠다. ‘리코더 시험’은 ‘벌새’의 모티브가 됐으며 김보라라는 신예 감독을 세상에 알렸다. 윤가은 감독처럼 어린 소녀의 감성을 영화로 만드는 데 탁월한 감각을 선보이며 앞으로 어떤 작품을 내놓을지 더욱 기대를 높이고 있다.

사진=엣나인필름 제공, '메기' 포스터

# ‘메기’ 이옥섭 감독 – 장르를 가리지 않는 지휘자

‘오늘영화’ ‘4학년 보경이’ ‘연애다큐’ ‘플라이 투 더 스카이’ ‘걸스온탑’ 등 이옥섭 감독은 독립영화계를 대표하는 연출가 중 한명이다. 그는 제작, 연출, 주연, 각본, 편집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자신의 역량을 마음껏 펼치고 있다. 그와 함께한 배우들의 네임밸류도 남다르다. 제작을 맡은 ‘남매’에서는 이상희, 각본과 연출, 편집을 맡은 ‘연애다큐’에서는 남자친구 구교환과, ‘걸스온탑’에서는 천우희, 이주영과 작업했다.

9월 26일 개봉하는 이옥섭 감독의 장편데뷔작 ‘메기’에서는 충무로 대표 여배우 문소리가 출연한다. 이옥섭 감독은 분야뿐만 아니라 영화 장르까지 모두 섭렵하고 있다. 코미디, 다큐, 드라마, 미스터리, 멜로 등 다재다능한 매력을 뽐낸다. ‘메기’로 관객들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그의 모습이 벌써부터 눈에 선하다.

사진='아워 바디' 스틸컷, 포스터

# ‘아워 바디’ 한가람 감독 – 천재인가 노력파인가

한가람 감독의 이력은 독특하다. 2017년 한국영화아카데미 연출 전공하기 전 ‘열정같은 소리하고 있네’ ‘대호’ 등의 예고편 작업을 맡았다. 이후 2017년 이재인이 출연한 단편 ‘장례난민’으로 제16회 미쟝센 단편영화제 비정성시 부문 최우수작품상의 영예를 안았다. 연출 첫 작품에 거둔 엄청난 성과였다. 영화계의 기대는 커질 수밖에 없었다. 한가람 감독의 다음 작품은 9월 26일 개봉하는 ‘아워 바디’다.

이 작품은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4관왕은 물론 토론토국제영화제, 홍콩국제영화제 등에 초청되며 전세계에서 주목을 받았다. 불과 2~3년 만에 한가람 감독은 충무로 기대주가 됐다. 위의 세 감독이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관객에게 선보이는 것처럼 한가람 감독도 최희서, 안지혜, 이재인 등과 함께 ‘아워 바디’를 만들었다.

네 감독 모두 이번 작품들에서 세대불문하고 여성의 시각으로 현실을 바라보고 있다. 장르는 물론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다르지만 관객들의 공감을 이끌어낼 만큼 파급력이 있다는 건 개봉 전부터 증명됐다. 이제 장편영화 한두편 연출한 신인 여성감독 4인방이 최근 작품을 통해 관객들의 주목을 받을 수 있을지, 한국영화 미래를 책임질 재목이 될 것인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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