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든 혼자 하는 데는 도가 텄다. 혼밥, 혼술은 기본이고 국내외로 혼행(혼자 여행)도 어렵지 않다. 넋 놓고 있다가 불쑥 다가와버린 여름휴가를 어떻게 하면 가장 즐겁게 보낼 수 있을지 궁리하다 혼행을 떠나기로 했다.
휴가 콘셉트는 강원도 양양 서핑여행. 요즘 힙하다는 서핑에 도전하기로 했다. 국내 서핑 인구가 20만 명에 육박한다는 자료(2017년 기준, 대한서핑협회 발표)를 ‘어렵지 않으니까’라고 제멋대로 해석하곤 배낭에 대충 짐을 때려 넣고 고속버스에 몸을 실었다.
강원도 양양은 부산 송정, 제주 중문해수욕장과 함께 한국 3대 서핑 성지다. 내가 양양으로 향했던 지난 8월 중순은 휴가철과 광복절 휴일이 겹쳐 전국에서 온 서퍼들로 서핑샵이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었다. 특히 서울 기준 약 2시간 거리로 가깝기 때문에 수도권에서 온 일행이 다수였다.
양양에는 죽도해변을 비롯해 서핑 전용으로 ‘서피비치’라 불리는 기사문해변, 죽도해변, 동호해변, 하조대, 설악해변 등이 서퍼들을 두 팔 벌려 환영한다. 양양이 서핑에 제격인 이유는 바로 파도. 서핑은 파도를 타는 스포츠인데 파도가 너무 세도, 너무 약해도 서핑을 제대로 즐길 수 없다. 양양의 파도는 기상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너무 세지도 약하지도 않아 서핑에 딱이다.
서핑을 체험하기로 결심하고 먼저 알아본 건 서핑숍이었다. 양양에 포진한 대부분 서핑숍에서 강습과 함께 보드와 슈트 등 렌탈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중 고려해야 하는 사항은 강습 커리큘럼과 패키지 내용인데 검색을 통해 미리 알아볼 수 있었다. 내가 중점적으로 본 사항은 패키지 내용 중 숙박시설이었다.
아무래도 혼자 떠나는 뚜벅이 여행이다 보니 해변과 가까운 곳에 숙소가 있었으면 했는데, 다행히 모든 요소를 만족시켜주는 서핑숍 겸 게스트하우스가 있었다. 해변 바로 앞에 위치한 데다 샤워 시설도 갖췄으며 초급자를 위한 체험강습 선택지도 1시간 강습+3시간 프리라이딩으로 구성돼 합리적이었다.
숍에 도착하자마자 슈트로 갈아입고 바다로 나섰다. 모녀, 친구, 동기동창 등 모인 사람들은 각양각색이었고 나는 홀로 혼자였다. “혼자 와서 서핑고수인 줄 알았다”는 말을 듣고 왕초보 실력이 부끄러워지기도.
강습 내용은 간단했다. 1시간여 동안 모래 위에서 보드 각 부분의 명칭과 주요 동작을 연습하고 바로 바다로 나갔다. 초보 서퍼들은 열심히 보드 위에서 물을 젓다가(패들링) 적당한 파도가 들어올 때 강사님의 신호를 듣고 일어서기를 시도했다.
결과는 참 짰다. 이효리, 엄정화 언니처럼 척척 일어설 줄 알았는데 짠내 나는 3시간의 프리라이딩 중 몸을 일으킨 건 고작 한두 번이었다. 그럼에도 파도에 지지 않겠다고 애쓴 내가 기특했다. “나중엔 파도를 타는 것보다 수많은 파도 중 적당한 파도를 잡는 게 더 짜릿하다”는 강사님의 말과 함께 중급 서퍼로 도약할 날을 기약했다.
하루의 대미를 장식한 건 바비큐파티였다. 이 역시 혼행과 찰떡이었던 건 샤워를 마치고 온몸이 쑤셔서 뭘 챙겨 먹을 생각조차 나지 않았기 때문. 게스트하우스에서 진행되는 바비큐파티에선 참여비만 내면 재료와 술을 모조리 준비해줘서 간편했다.
서핑 강습을 받았던 사람도, 숙박만 하는 사람도 다함께 둘러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금세 친해졌다. 멀리 떠나온 탓일까 처음 본 사람들에게 마음을 활짝 열고 밤늦도록 여행의 여운을 나눴다.
혼행이 외로울 때도 있다. 아름답고 멋진 광경을 봐도 나누지 못하고, 먹고 싶은 게 많은데 다 먹지 못해 아쉬울 때도 있다. 그럼에도 혼행을 자꾸 떠나게 되는 건 모든 시간 동안 내 멋대로 자유로울 수 있어서다. 자유롭게 또는 생각없이 떠나왔던 초보 서퍼의 첫 서핑여행은 아주 짰지만 동시에 잊지 못하도록 달콤한 휴식이었다. 왜들 서핑만 다녀오면 "또 가고 싶다"를 연발하는지 이제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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