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작가 글로리아 뮤노즈의 전시가 국내서 열린다.

서울 종로구에 자리한 더 트리니티 갤러리가 ‘마블러스(Marvelous)’展을 통해 글로리아 뮤노즈의 작품을 국내에 본격 소개한다.

사진=글로리아 뮤노즈

뮤노즈는 35년 가까이 고향인 바르셀로나의 대학에서 교수생활을 병행하며 스페인은 물론 뉴욕, 런던, 샌프란시스코 등 세계를 무대로 활발히 활동해 왔다. 그는 92년부터 스페인의 유서 깊은 산트 발토메 수도원을 아틀리에로 삼아 깊은 ‘사색’을 바탕으로 한 작업으로 잘 알려져 있다.

뮤노즈 스스로도 자신의 작품세계를 대표할 키워드로 ‘사색’을 꼽는다. 그는 전시에 앞서 가진 인터뷰에서 “내가 사색에 도달하면 나는 우주의 일부분이라는 것을 느끼고 황홀한 느낌이 든다”며 “사색의 경지에 도달해 내 자신이 우주의 일부라는 사실을 지각하고, 작업을 통해 침묵과 기억 그리고 회상과 존재의 부재, 궁극적으로 삶과 죽음을 모두 강조한다”고 했다.

뮤노즈의 사색 대상은 수도원의 제단, 중세의 고풍스런 책 등 과거 문명의 흔적에서 시작해 유럽인의 일상 속 사물과 지중해 바닷가의 풍경으로 이어진다. 그래서인지 지중해 문명이 삶에 스며든 유럽인의 감성이 깊게 배어난다.

이번 전시에서는 제단 작업, 정물화, 종이 작업 등 작가의 핵심연작 15점 가량을 선보인다. 석고가 벗겨진 버려진 제단 연작에는 신성한 엄숙함, 지나간 세월을 환기하는 공허함 같은 작가의 개인적인 감상들이 녹아 있다. 뮤노즈는 “눈에 보이는 것과 형이상학적인 것들 사이 속 괴리에 대해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정물화 작품들에는 일상 속 사물에 수도원에서 얻은 영감이 담겨있다. 그는 “사물에 새로운 차원과 관점을 부여하고 우리에게 일상적인 오브제들에 대한 특이한 인식을 갖게끔 유도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사진=전시회 전경

종이 작업은 작가의 사색을 다양한 질감으로 표현해 낸 역작이다. 그는 “종이 작업은 마치 내가 커다란 벽화를 그리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하고, 대리석 가루와 금과 같은 소재를 사용해 다양한 질감들을 혼합하는 방식은 회화적 표현 능력을 진화 시킨다”며 “황금빛과 고고학의 상징 '양피지'라는 소재에서 비롯된 나의 종이 작업은 곧 변하지 않는 본질과 영원함에 대한 이야기”라고 한다.

무엇보다 이번 전시의 관람 포인트는 뮤노즈의 작품에 녹아 있는 지중해 문명의 감성이다. 그는 그리스와 폼페이, 모로코 등 지중해 곳곳을 돌아보고 그 경험을 작품에 반영했다.

트리니티 갤러리의 최태호 큐레이터는 “이번 전시는 이름 그대로 ‘경탄할 만하다”며 “고대 문명과 존재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번 전시는 11월 30일까지 계속되며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사진=트리니티갤러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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