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하나 바뀌었을 뿐인데 세상이 달라졌다는 이야기가 속출한다. 변화가 피부로 느껴진다. 영원히 바뀌지 않을 것만 같았던 것들이 LTE급으로 사라지고 생겨난다. 어찌 보면 당연한 것들일 텐데 10여 년의 세월 동안 길들여지고, 호환 마마보다 무섭다는 ‘자기 검열’ 탓에 엄두도 못냈기 때문일 것이다.

박근혜와 문재인, 2명의 대통령을 둘러싸고 불통과 소통, 독선과 협치, 나 홀로와 더불어, 밀실과 광장 등 대구어가 끊임없이 밀려든다. 하지만 오랜 시간이 흘러도 잊혀지지 않을 2장의 사진이 있다. 국가 최고 권력자의 서로 다른 모습이기도 하거니와 자연인으로서의 상이한 민낯이기도 하다.

 

 

2014년 4월16일 여객선 세월호가 진도 인근 해상에서 침몰하면서 승객 300여 명이 사망, 실종된 국가적 대재앙이 일어난 다음날인 17일, 박근혜 대통령은 진도 실내체육관을 찾았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 가족들과 대화하는 도중 속이 시커멓게 타들어갔을 한 실종자 가족이 무릎을 꿇은 채 조속한 구조를 호소했다. 무대 위에 서 있던 박 대통령은 다소 당황한 표정을 지은 뒤 두 손에 마이크를 꼭 잡은 채 물끄러미 바라만 보고 있었다.

2017년 5월18일, 제37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5·18 당시 아버지를 잃은 37살 김소형씨가 편지를 읽어내려 갔다. "아버지, 당신이 제게 사랑이었음을. 당신을 비롯한 37년 전의 모든 아버지가 우리가 행복하게 걸어갈 내일의 밝은 길을 열어주셨으면. 사랑합니다. 아버지"라며 눈물을 쏟은 김소형씨가 낭독을 끝마친 뒤 퇴장하려 할 때, 문재인 대통령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고는 퇴장하고 있는 김소형씨의 뒤를 말없이 따라가 꼭 안아주었다. 그는 대통령의 품에서 한동안 눈물을 흘렸다.

무대 위에 서 있던, 무대 아래에 앉아 있었던 두 대통령에게 국민은 어떤 대상이었을까. 국민의 생명을 짓밟은 국가와 국민의 생명을 지키지 못한 국가에 대한 생각은 무엇이었을까. 국가 지도자로서의 철학을 떠나 무엇보다 아픔과 상처로 어깨를 들썩이는 이들에 대한 공감지수만큼은 확연히 드러난 듯 보인다.

 

사진출처= 비즈니스워치, SBS 뉴스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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