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사건 수사 당시 검찰이 한 전 총리의 유죄 입증을 위해 법정 증인의 진술을 조작했다는 주장이 또 나왔다.

29일 KBS ‘뉴스9’은 한명숙 사건 1심 재판에 출석한 검찰 측 증인 가운데 한 명이 과거 검찰의 '위증교사'가 있었다고 진술한 사실을 처음으로 확인했다. 한명숙 사건 법정에 정식 증인으로 채택돼 출석한 사람 가운데 검찰의 부당한 수사를 폭로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KBS는 문제의 증인이 이번 한명숙 사건 관련 보도가 처음 나오기 한 달쯤 전인 지난 4월 7일 법무부에 진정서를 제출한 사실을 확인했다. 그는 진정서에서 한명숙 사건 당시 검찰 수사 과정에서 '증거조작 등 부조리'가 있었다는 내용을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적었고, 법무부는 이 진정서를 4월 17일 대검찰청에 이송했다.

연합뉴스 역시 이같은 내용을 보도했다. 한 전 총리 재판 당시 증인이었던 A씨는 지난달 초 법무부에 '(한명숙 사건 수사) 당시 검찰의 위증교사가 있었다'는 취지의 진정을 냈고, 진정은 관련 절차에 따라 대검찰청으로 이송됐다.

A씨는 한 전 총리에게 9억원을 전달했다고 했다가 진술을 번복한 한신건영 전 대표 고 한만호 씨의 구치소 동료 수감자다.

최근 뉴스타파가 공개한 한씨의 비망록에는 한씨가 검찰의 추가 기소에 대한 두려움 등으로 검찰 조사 때 "한 전 총리에 돈을 건넸다"고 진술했다가 법정에선 진술을 사실대로 바로잡았다고 적혀있다. 당시 한 전 총리 재판에는 한씨의 동료 수감자 2명이 증인으로 나와 한씨가 구치소에서 '검찰 진술이 맞지만 법정에서 뒤엎겠다'고 말하는 걸 들었다는 증언으로 한씨가 번복한 법정 진술의 신빙성을 떨어뜨리는 역할을 했다.

당시 증인 2명 중 1명인 A씨가 9년 만에 입장을 바꿔 검찰로부터 위증교사를 받아 거짓으로 한 전 총리와 한씨에게 불리한 증언을 했다며 최근 불거진 검찰의 증언조작 의혹에 가세하고 나선 것이다. 이로써 한 전 총리 사건과 관련해 검찰의 증언 조작을 직접 목격하고 경험했다고 증언하는 인물은 2명으로 늘어났다. 다른 1명은 역시 한씨의 구치소 동료로 A씨를 포함한 증인 2명과 함께 위증교사를 받았으나 검찰 협조를 거부해 최종 증인에서는 배제된 B씨다.

B씨는 최근 뉴스타파와의 인터뷰에서 검찰의 증언조작을 폭로한 데 이어 한 전 총리와 한씨를 조사하고 재판을 담당한 검사와 검찰 간부들을 직권남용과 모해위증교사 등의 혐의로 고발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검찰은 이날 A씨의 법무부 진정 사실이 알려진 직후 수사팀 명의의 입장문을 내고 제기된 증언조작 의혹에 대해 "객관적 사실과 명백히 다른 허위 주장"이라며 강하게 부인했다.

새로운 증인의 등장으로 검찰의 증언 조작 의혹이 확산할 조짐을 보이면서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정치권 안팎의 목소리에 더욱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한명숙 전 총리 사건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공수처의 우선 수사대상으로 '(검찰의) 권력 유착이나 제 식구 감싸기' 등을 거론하기도 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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