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홍이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로 돌아온다. 그는 지난 2018년과 같은 버트 베리 역을 맡았지만, 그를 바라보는 팬들의 시선은 조금 달라졌다. 넷플릭스 드라마 '인간수업'부터 MBC 예능 '라디오스타'까지. 무대를 넘어 브라운관까지 장악하며 광폭행보를 본격 시작한 그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한마디로 표현하면 '즐겁다'"

임기홍은 약 2년만에 돌아온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에 또 한번 버트 베리 역으로 참여했다. 2001년부터 20여년간 수많은 작품에 오른 그는 '브로드웨이 42'번가의 매력으로 '즐거움'을 꼽았다. 

"연습때부터 그냥 너무 즐거워요. 그런 작품이 흔치않은데. 그 즐거움이 그대로 관객분들께 전달돼요. 남녀노소가 한꺼번에 즐거워하는 작품이라는게 최고의 메리트라고 생각해요"

같은 작품, 같은 역할로 돌아오면 반가움과 함께 새로운 것을 보여줘야한다는 부담감도 있을 터. 그러나 베테랑답게 임기홍은 부담감보다는 새로운 재미를 찾는데 열중하고 있었다. 특히 이번에 새로 캐스트로 합류한 정영주, 양준모, 임하룡, 김환희, 서경수 등에 반가움과 칭찬을 보내면서 설렘을 드러냈다.

"더 나은걸 보여주기 이전에 새로운 멤버들과 한다는 것 자체가 너무 즐거워요. 새로운 배우가 들어오면 새로운 재미가 분명 생기거든요. 그래서 부담감은 크게 없는 것 같아요. 전수경 선배님과도 이번에 상대역으로 만났는데 너무 재밌어요. 둘이 같이 티키타카하는 것도 또 다른 매력이에요"

"정영주 누나도 거의 10년만에 봤어요. 서경수 배우도 직전 '그리스'에서 같이 했지만 너무 사랑하고 잘하는 동생이에요. 김환희 배우는 이번에 처음 같이 하게 됐는데 '빅피쉬' 너무 잘봤거든요. 실제로도 정말 잘하더라고요. 임하룡 선생님은 우리의 우상이죠. 너무 좋으시더라고요. 아버지 같았어요. 양준모 배우는 '레미제라블'에서 장발장으로 만났는데 노래를 잘하는건 알았지만 이번 뮤지컬 격을 한단계 높여주는게 아닌가 생각돼요"

'브로드웨이 42번가'는 1930년대 미국 대공황 시기를 배경으로 한다. 코로나19 여파와 맞물려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현 시기를 떠올리게 하는 지점이 분명 존재한다. 임기홍은 극중에서 새로운 작품을 무대에 올리려는 작가이자 연출가 버트 베리 역할에 대해 "더 절실해졌다"고 표현하며 새로운 마음가짐을 전했다.

"절실해진 건 있어요. 대공황 시기를 배경으로 하다보니 지금 상황과 유사한 부분도 있어요. 그 어려움을 타파하려는 개개인의 모습이 담겨있고요. 그래서 작품 안에서 (버트 베리가) 작가이자 연출가로서 작품을 올리는데 절실함이 더 배가된거죠. 그래서 관객분들께도 더 힘을 내서 가보자 하는 메시지를 전하는 부분이 더 커진 것 같아요"

임기홍은 공연계 대표적인 '멀티맨'으로 불린다. 많은 작품에서 각종 캐릭터를 소화하는 건 물론, 한 작품에서도 여러 역할을 맡아왔다. 배우로서 조연에만 머물러있다고 불평할 수도 있겠지만, 임기홍은 '멀티맨'이라는 수식어 자체를 사랑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여러 역할을 한다는 건 그만큼 캐릭터 소화력과 연기력이 뛰어나다는 방증이다. 그렇게 할 수 있었던 배우로서 그의 장점은 무엇일까.

"저를 예전부터 보셨던 분들은 행동과 몸의 움직임으로도 재미를 많이 느끼셨을거예요. 이젠 나이가 들어서 그런 부분들이 좀 약화가 됐지만, 그 외에도 상대방과 같이할 수 있는 호흡, 디테일한 부분들이 더 살아나서 약해진 부분을 채울 수 있을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김종욱 찾기'에서 멀티맨이라는 명사가 생겨서 그렇게 불려왔는데 그 자체를 사랑해요.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긴 호흡으로 가보고 싶은 갈증은 있죠. 멀티맨은 최소 1인10역 이상이에요. 하루 23역까지도 해봤거든요. 1년에 50몇 역을 한 적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어떤 작품이든 즐겁게 해요. 현실과 부딪히고 잘 안풀릴때도 있지만, 그래도 즐기자는 생각이에요. 내가 좋아하는 작품,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데 왜 어려워하나 그런 생각으로 리프레시하면서. 성격이 기본적으로는 말수도 없고 무뚝뚝한 편이에요. 근데 벗어나려고 더 밝은걸 하는것도 있는 것 같아요"

매 순간 만족하고 즐기며 살아왔지만, 그에게도 아쉬움이 없진 않을 것이다. 임기홍은 이번 '브로드웨이 42번가' 속 다른 캐릭터 중 해보고 싶거나 탐나는 것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솔직하게 탐나는 배역을 밝혔다. 또한 아쉽게 무산됐던 작품을 다시 도전하고 싶다는 바람도 함께 전했다.

"사실 다 탐나요. 근데 줄리안은 특히 더 탐나고요. 너무 멋져요. 제일 멋질 때가 마지막에 공연을 끝내고 혼자 무대에서 하는 게 있거든요. 그 장면은 정말 압권이에요. 상남자. 리더. 그런 모습이 함축된 장면이라 생각해요"

"'미스사이공' 준비를 했었어요. 제일 열심히 본 오디션이었거든요. 거기서 엔지니어 역할인데 합격을 했어요. 근데 안타깝게 공연 자체가 무산된 적이 있어요. 너무 해보고 싶은 역할이었는데 지금도 아쉬워요"

긍정적인 에너지 가득한 '브로드웨이 42번가'로 돌아온 임기홍. 하지만 그에겐 '인간수업' 속 잔혹한 대열의 눈빛과, '라디오스타' 속 웃기고 러블리한 아저씨의 이미지도 함께 존재했다. 배우이자 인간으로서 임기홍의 삶은 어떨까.

②에서 이어집니다.

사진=최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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