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에 이어서...

배종옥은 보수적이고 깐깐할 거 같다? 이런 선입견이 배종옥에게 존재한다. 하지만 그는 연기를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다는 열린 마인드를 가지고 있다. 신인감독의 작품이든, 스스로 망가질 수 있는 코미디 연기든, 그 무엇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저는 시나리오를 볼 때 ‘결백’ 박상현 감독처럼 신인이라고 해서 유명한 감독들과 차이를 두지 않아요. ‘환절기’를 했을 때도 이동은 감독이 신인이었죠. 신인감독의 작품은 신선하고 연출가의 컬러가 가장 돋보여요. 앞으로도 신인감독 작품을 마다할 생각은 없어요. 물론 ‘기생충’ 봉준호 감독님이 저한테 기회를 주면 꼭 하고 싶죠. 천만 관객 영화 타이틀 욕심이 있거든요.(웃음)”

“배우 생활을 오래했지만 여전히 하고 싶은 건 많아요. 이번에 ‘결백’으로 만난 허준호 배우와 로맨틱 코미디를 하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허준호 배우가 오랜만에 보니 배우로서 섹시하게 잘 나이들었더라고요. 배성우, 성동일씨를 만나도 좋을 거 같아요. 똑같은 말을 해도 재미있게 맛을 살리시는 분들이잖아요. 그런 분들과 코믹하게 연기 호흡하면 새로울 거 같아요.”

드라마, 연극판에서는 배종옥의 작품이 수도 없이 많지만 영화계에서는 이와 비교하면 작품 수가 적다. 배종옥도 자신이 영화판에서 부족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결백’을 통해 배종옥은 영화가 주는 기쁨을 다시 느끼게 됐다. 

“제가 드라마, 연극은 많이 했지만 영화판에선 부족함을 느끼고 있어요. ‘60일 지정생존자’를 같이한 박근록 배우가 ‘기생충’에 출연해서 정말 부러웠어요. 저도 그런 기쁨을 누려보고 싶거든요. 여전히 큰 스크린으로 저를 보는 건 새로워요. 노희경 작가는 자기 작품을 마지막에 영화관에서 봐요. ‘그 겨울, 바람이 분다’부터 시작된 연례행사같은 거였죠. 큰 화면에서 자기 연기를 본다는 게 배우들에겐 상상할 수 없는 느낌을 주기도 해요.”

“예전에는 매너리즘을 느낄 때가 많았어요. 그래서 연극도 하고 드라마도 하고 스스로 연기 공부도 했어요. 무엇보다 연극을 하면서 많은 도움을 받았죠. 그래서 신인 배우한테 연극 그리고 공부가 연기에 큰 도움이 될거라고 말해요. 넓은 극장에서 2시간을 한꺼번에 라이브로 하다보면 드라마 연기에도 자신감이 생기죠.”

배종옥은 배우로서 후배 양성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모교인 중앙대학교에서 연극영화과 겸임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쳤고 자신의 이름을 딴 연기학원을 직접 차리기도 했다. 오로지 연기에만 집중했던 배종옥. 연기자로서 연기 선생님으로서 배종옥이 앞으로 해나갈 도전들이 무엇일지 기대가 된다. 

“대학에서 10년 정도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배우가 되고 싶은 이들에게 조언을 해주고 싶었어요. 하지만 제가 때론 어린 친구들에게 도움을 받기도 했죠. 드라마 제작 실습을 하다보면 ‘저 연기를 저렇게 할 수 있구나’하는 케이스가 많았어요. 그 아이들을 보고 저의 구시대적인 연기를 고쳐야겠다는 생각을 했죠.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 일을 오래 한 사람으로서 배우는 자세도 중요해요.”

“저는 항상 움직이는 스타일이에요. 워낙에 가만있질 못해요. 그래서 운동도 열심히 하지만 연기할 때 제가 제일 살아있는 걸 느껴요. 좋은 작품을 만나면 심장이 쿵쾅쿵쾅 뛰죠. 연기 이외에 다른 건 제가 잘 못해요. 요리도 못하고 할 줄 아는 게 없어요. 그래서 연기에 더 집중하는 거 같아요.(웃음)”

사진=(주)키다리이엔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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