벳부에 가볍게 Bye~를 외치고 앙증맞은 렌터카 짐칸에 캐리어와 백팩을 바리바리 실은 채 고속도로를 달렸다. 다음 목적지인 유후인까지는 50분 남짓 소요된다.

처음 호텔 예약을 고민할 때 벳부에서 1박을 할지, 유후인에서 1박을 할지 고민했다. 각기 장점이 있었기 때문인데 벳부로 선회한 결정적 이유는 비용이었다. 유후인은 개인 온천탕이 딸린 료칸(여관)이 대부분이라 가격대가 비쌌다.

 

 

왜 이러지? 막상 유후인에 도착해보니 절로 이해가 갔다. 매우...아주...몹시 작은 도시였다. 오전과 낮에 관광객들만 바글거릴 뿐, 저녁에는 도무지 할 일도 갈 만한 데도 없는 곳이라니! 벳부와 마찬가지로 온천으로 유명한 도시지만 관광객들은 딱 두 군데, 긴린코 호수와 각종 상점들이 밀집한 민예촌 거리를 둘러보기 위해서다.

 

 

이른 아침에 보면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아름다운 풍광을 목격할 수 있다는데 우리는 오후 2시쯤 도착해서 관광객에 에워싸인 호수를 배경으로 증명사진만 찍었을 뿐이다. 단풍이 피어오른 가을쯤 방문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민예촌 거리는 우리의 북적이는 재래시장을 연상케 하기도 하고, 교토의 기온거리가 포개지기도 했다. 중간중간 귀엽고 앙증맞은 카페와 넝쿨로 뒤덮인 서점, 인테리어 숍들도 눈에 들어왔다. 유후인의 맛집으로 유명한 금상 고로케는 종류는 다양했으나 긴 줄을 견디며 먹을 만큼 인상적이진 않았다. 일단 사이즈가 너무 스몰~ ㅠㅠ

 

 

유후인에서 들른 곳 중 제일 기억에 남는 스팟은 긴린코 호수 옆에 자리잡은 샤갈미술관&카페 라루체였다. 짙은 고동색 나무로 지어진 삼각지붕의 이 미술관 안에는 작은 갤러리, 기념품숍, 식사 디저트 커피 음료를 즐길 수 있는 카페가 있는 야외 테라스 테이블에서 바라보는 호수 전경이 아름답다.

보통 여행객들이 후쿠오카에서 벳부로 가는 도중 혹은 벳부에서 후쿠오카로 가는 도중 짬을 내 들르곤 하는데...실체를 알았다면 오지는 않았을 것 같다. 이건 순전히 개취(개인 취향)다. 아침저녁으로 잔잔한 호수를 감상하고, 호수 주변의 잘 정돈된 산책길을 거닐고, 느긋하게 온천욕에 심취하고 싶다면 적당한 장소겠다만.

운좋게 유후인 입구 공용주차장 한구석에 박아놓은 렌터가에 다시 올라 이번 여행의 메인 디시인 후쿠오카로 Go~Go~. 일행 훈이는 한국에서도 스피드광이라 그가 모는 차에 타는 걸(특히 보조석은 롤러코스터와 비슷함) 극도로 기피했는데 일본까지 와서도 그 버릇을 못 고치네.

 

 

고속도로에 차들이 없기도 해서인지 미친 듯이 액셀레이터를 밟았다. 100...120...140...150...속도 좀 줄이라고 몇 차례나 구박을 해서야 120으로. 뭔가 불안한 느낌이 뒤통수를 휘감아오는 듯할 때 허걱...아니나 다를까 어느 새 고속도로 순찰차가 경광등을 번쩍이며 뒤따라오네!?? 갓길에 차를 세우니 순박해 보이는 젊은 경찰이 다가와 국제면허증을 확인한 뒤 서투른 영어로 우리의 과속을 지적했다.

이국만리 타향에서 벌금을 얼마나 내야 하나 고민하는 순간, 속도를 80 이하로 낮추고 차선을 유지하며 가라고 주의 조치만 내리네. 이런 감사할 데가. 고속도로에서 80은 거북이나 진배없으나, 투아웃 강퇴 당할 순 없기에 엉금엉금 기다시피 하며 중간 목적지인 토스(TOSU) 프리미엄 아웃렛까지 갔다.

 

 

후쿠오카 시내에서 차로 50분 거리에 있는 이곳을 방문하는 한국인들은 나이키와 아디다스를 대량 구매한다고 블로그에서 여러 차례 봤으나 우린 조신했다. 싸긴 쌌으나 크게 메리트가 느껴지질 않았기 때문이다. 대신 오랜만에 들른 데시구알(스페인 브랜드) 매장에서 저렴한 신상 반팔 남방을 발견해 2명이 각각 한 피스를 골랐다. 푸드코트에서 간식과 음료를 먹고 차에 올라탔다.

이후 후쿠오카 항구 쪽에 있는 마리아노시티 아웃렛도 들렀는데 일부 블로거들은 비싸니 토스를 강추하기도 하나, 시간과 비용 등을 고려하면 난 마리아노에 한 표! 그곳에서 3명 모두 만족할 만한 쇼핑을 했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싱글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