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함께 지내는 마지막 날. 이날 일행 한 명은 오후 6시 비행기로 한국에 돌아가기 때문에 이른 아침부터 움직였다. 숙소인 아파트 뒤편 공영 주차장에 모셔놓은 렌터카를 이용하기로 했다. 사실 후쿠오카 시내는 지하철을 이용하거나 도보로 돌아다니기에 불편함이 없다. 자전거를 렌탈해 이곳저곳을 다니는 관광객들도 꽤 많다.

 

 

일단 우리는 커낼시티로 향했다. 하카타에 있는 거대한 복합시설로 쇼핑몰, 극장, 호텔, 오피스텔, 식당가, 진한 돈코쓰 라멘의 고향답게 라멘 스튜디오가 몰려 있다. 매우 크기에 공략할 곳을 미리 정한 다음 순례하는 것이 좋다. 마침 1층에선 분수쇼가 열리고 있었다. ‘커낼’이란 타이틀처럼 인공 운하를 만들어 곤돌라를 띄어놓기도 했다.

 

 

이곳엔 세계적인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의 대형 설치미술 작품이 항시 전시되고 있어 눈길을 끈다. 해외 브랜드부터 일본의 인기 로컬 브랜드에 이르기까지 원스톱 쇼핑을 할 수 있어 시간이 부족한 여행객이라면 이곳 한 군데만 들러도 만족할 만한 쇼핑이 가능하다. 야간에 방문하면 오색찬란한 빛의 향연을 감상할 수 있다. 별 감흥 없던 분수쇼도 색다를 것만 같다.

라멘과 군만두로 아점까지 해결하며 2시간 남짓 머무른 뒤 해변가의 마리노아시티로 차를 몰았다. 대관람차인 스카이 호이루가 랜드마크처럼 떡 버티고 있는 이곳엔 규슈 최대 규모의 복합 쇼핑공간이 자리한다. 마리노아 아웃렛에서 쇼핑을 하고 마리나사이드 동에서 푸른 바다와 하얀 요트를 감상할 수 있다.

 

 

시내에선 거리가 좀 있기에 마리노아 쇼와버스(100엔)를 타고 이동하면 편리하다. 여기선 훈이가 추가 할인 포함, 90%나 저렴해진 코치 가방을 20만원대에 득템한 것이 최대의 성과! 전체적으로 전날 들렸던 토스 아웃렛에 비해 브랜드와 아이템 구성 면에서 더 낫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어 다시 차를 타고 워터프론트 지구 시사이드 모모치로 이동. 중심부에는 높이 234m의 후쿠오카 타워(8000여 장의 유리로 덮혀 있으며 엘리베이터 역시 유리로 만들어졌다)가 위용을 뽐낸다. 타워 바로 옆에는 모모치 해변이 있다. 인공해변으로 낮에는 유럽을 방불케 하는 건축물들과 하얀 모래가 조화를 이루며 밤에는 고요하고 잔잔한 불빛이 반짝거려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 사랑받는 곳이다.

 

 

시내로 돌아오는 길에 우리는 중간에서 내리고, 귀국하는 일행은 차를 몰고 공항으로 가 렌터카를 반납하는 걸로 계획을 세웠다. 원래 1박2일 사용으로 예약을 했다가 현지에서 1박을 추가했다. 전체 비용은 첫 날 6900엔, 둘째 날 5900엔, 보험료는 완전 자차로 4000엔, 기름값은 2일에 3700엔, 톨비 4000엔이 들었다. 20만원 넘게 들었으니 3명이서 3개 도시를 기차, 버스, 택시를 이용하는 비용보다 훨씬 저렴해 규슈 여행은 렌터카로 하는 게 가성비가 높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나머지 2명은 숙소로 돌아와 짐을 풀어놓은 뒤 잠시 휴식을 취하고, 저녁 무렵 시내로 다시 나섰다. 이번엔 아파트 바로 앞 지하철을 이용했다. 후쿠오카 관광의 출발지라 불리는 하카타역으로 갔으나 주변 도시를 기차여행 할 계획이 아니라면 굳이 이곳에 숙소를 잡을 이유가 없겠다란 생각. 기차역을 중심으로 광장과 백화점, 상가들이 많은 ‘딱딱한’ 느낌의 지역이었다.

 

 

인증샷 몇 장을 찍은 뒤 바로 텐진으로 철수했다. 텐진은 이상하게 마음이 편해지는 지역이다. 유명한 텐진 지하상가와 숨통을 트여주는 텐진공원, 건물 한 면을 거대한 계단으로 만든 친환경 건축물 아크로스 후쿠오카, 운집한 쇼핑몰과 식당들이 있어서 그런가...일단 나카스 돈키호테에 들러 ‘생필품’ 몇 가지를 구입하고, 튤리스 커피숍에서 진한 커피를 마시며 시간을 때우다 다시 거리를 거니는데 라멘 맛집으로 유명한 ‘일란(이치란)’ 건물 3층 쇼윈도에서 열혈 연주 무대가 펼쳐지고 있었다. 건물 전체가 무수히 많은 홍등으로 장식돼 야간 포토 스팟으로 제격이다.

텐진에는 다이마루, 이와타야, 파르코 등 유명 백화점이 즐비한데 하카다 리버레인 몰이 엄지 척이다. 고급 편집숍이 주를 이룬 쇼핑몰, 7~8층에 위치한 후쿠오카 아시아 미술관, 가부키 공연장과 호텔 오쿠라가 동거하는 몰이다. 번잡한 소비지향적 분위기에서 잠시 벗어나고 싶다면 적당한 도피처다.

 

 

다음날 아파트 체크아웃을 하고 짐을 텐진역 로커에 집어넣은 뒤 텐진 메인스트리트 뒤편의 힙 플레이스 다이묘와 이마이즈미를 순례했다. 마술처럼 덩치 큰 빌딩도, 거리의 소음도 사라지는 이곳은 서울로 치면 홍대 앞 번화가 건너편에 자리한 연남동·망원동쯤 된다. 한적한 주택가였던 동네에 감각적인 숍과 카페, 레스토랑, 디저트 가게 등이 들어찼으나 여전히 작고 오래된 주택, 절과 신사, 낡은 목욕탕과 아담한 공원이 끝없이 펼쳐진다.

 

 

이어 코인로커에서 짐을 찾아 지하철을 타고 공항으로 달렸다. 빛의 속도로 공항 카운터에 도착한 느낌. 뒤늦게 접한 낭만적인 항구도시 후쿠오카. 다음엔 혼행으로 방문하면 더 좋을 것 같단 느낌이 드는 여행지다. 1박이든 2박이든 혹은 넉넉하게 3박이어도 좋다. 모든 일정이 스르륵 가능한 곳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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