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의 유령' 월드투어팀이 부산, 서울에 이어 대구공연에 돌입한다. '역시 명작'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완성도 높은 공연으로 팬들을 사로잡았다. 배우들의 인기도 공연을 거듭할수록 치솟고 있다. 그중 라울 역 맷 레이시는 관객들에게 '찐 라울'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높은 캐릭터 싱크로율을 보이고 있다.

코로나19로 공연계는 그 어느때보다 어려운 시기다. 다행히 한국에선 세계 유일의 월드투어를 포함, 다양한 공연이 방역수칙을 지키며 열리고 있다. 맷 레이시는 지난 8일 서울 공연을 마치고 가진 휴식기간에야 비로소 코로나19를 뚫고 무대에 오른 일이 와닿았다고 밝혔다. 

"이번 공연은 평생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나중에 친구들과 대화할 때 '너 코로나19 때 뭐하고 있었어?'라는 질문에 답 할 만한 경험을 한 것 같아요. 전세계 눈이 한국 공연계에 쏠려있잖아요. 고향에 있는 공연계 친구들은 자리를 잃기도 했어요. 그래서 우릴 많이 응원해줘요"

맷 레이시는 지난 2019년 2월 마닐라 초연부터 월드투어팀에 합류했다. 한국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근 기록적인 폭우를 마주한 그는 피해를 입은 이들에게 위로를 전하면서도 "우산은 언제나 들고다녀야 한다는 걸 배웠다"고 긍정적인 마인드를 내비쳤다. 그는 밝고 유쾌한 성격처럼 한국에 머무는 기간 눈에 담은 여러가지 것들이 그에게 좋은 인상을 남겼다고 전했다.  

"비가 내리지 않았을 때는 궁도 구경하고, 가고 싶었던 곳들 목록에 맞춰 관광하러 다니기도 했어요. 어제도 등산을 갔는데 거의 정상까지 오르니 바람이 살살불고 너무 좋더라고요. 또 한국에 산과 현대식 건물이 많아요. 모서리만 꺾어 들어가면 궁도 있어요. 현대와 고전적인 것들이 공전한다는 점이 인상깊었어요. 평소 돌아다니는 걸 좋아하는데, 탐험하기 좋은 도시가 아닌가 싶었어요. 새해를 한국에서 보냈는데 그때 부산에 있었거든요. 해변가에서 불꽃놀이도 하고 가수 싸이의 공연도 봤어요. 너무 즐거웠어요"

'오페라의 유령' 속 라울은 크리스틴과 사랑을 나누는 인물이다. 귀족답게 부드러움을 지녔지만, 위기에 빠진 크리스틴을 구하려 몸을 사리지 않는 거친 매력도 지녔다. 영국계 미국인인 맷 레이시는 다수의 브로드웨이 뮤지컬과 연극을 거치며 실력을 쌓아왔다. 풍부한 경험을 토대로 그는 "라울의 영웅적인 면모를 표현해 관객들이 나를 선택하는데 주저함이 없게 하고 싶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가 생각하는 라울은 어떤 인물인지 들어본다. 

"라울같은 경우는 사랑이 생각지도 못했던 행동을 하게 만든다는 걸 증명해주는 인물같아요. 또 한편으론 한 번도 진솔한 사랑을 해본 적 없는 인물이 아닐까 싶기도 해요. 이기적이지 않고, 타인을 위하는 인물이기도 하고요. 또 그가 하는 모든 행동의 이유는 사랑에 빠졌기 때문이죠. 목숨을 걸고 지하에 내려가 크리스틴을 구하려는 것도 그 일환이에요. 사랑때문에 사람이 변한다는 말이 있잖아요. 라울을 보면 사랑이 좋은 측면으로 사람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지난해 12월 부산 공연을 시작으로 반년 이상 한국에 머물다보니 자연스레 한국팬들과의 소통도 늘었다. 주로 SNS를 통해 응원과 칭찬의 메시지를 받는다. 그는 기억에 남는 코멘트를 떠올리며 무대 위 배우가 줄 수 있는 영향력을 되새겨보게 됐다고 밝혔다.

"앞으로 배우나 가수, 아티스트가 되고싶다는 분들이 이 작품을 통해 영감을 받았다는 게 중요한 메시지로 다가와요. 그분들이 '당신과 한 무대에 서고 싶어서 열심히 하려고 한다' '당신이 롤모델이다'라는 말들을 해줄 때, 누군가 저로 인해 영감을 받고 꿈을 키운다는 것이 뿌듯하죠"

"요즘은 코로나19 때문에 우울하다는 메시지도 종종 받아요. 근데 우리 공연을 보고 '터널 끝에도 빛이 있을거라는 걸 깨달았다'는 식의 메시지를 받으면 가슴이 뭉클해져요. 살면서 힘든 시기를 보내는 분들께 영감과 위로를 주는 것 자체가 이 일을 하는 이유를 상기시켜주죠"

이번 월드투어 내한공연에서는 라울 역의 조나단 록스머스, 크리스틴 역의 클레어 라이언이 함께한다. 특히 조나단 록스머스는 맷의 연기를 통해 "라울이 어떤 인물인지 제대로 알게됐다"며 그를 극찬했다. 맷 레이시 역시 이들의 칭찬에 보답하듯 함께하는 두 콤비와의 호흡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두분과 같이 일하다보면 내가 맡은 일이 쉬워져요. 클레어를 처음 본 순간 '이런 사람이 여주인공이구나' 싶었어요. 바로 사랑에 빠질 수 있겠구나 생각했죠. 너무 사랑스럽거든요. 조나단도 유령의 의상을 갖춰입고 서있으면 위압감이 들어요. 이 사람과의 경쟁에서 내 사랑을 빼앗기지 않게 애써야겠구나 생각이 들어요. 캐릭터 몰입이 쉬워지는 거죠"

"극에서는 세 사람의 관계가 중요해요. 서로 한 여자를 두고 경쟁을 해야하니까. 관객들이 결말을 미리 예상하지 못하게 해야한다고도 생각해요. 자연스럽게 인물이 가진 감정이 올라오게하는 이 두 배우라면 함께 무대에 섰을 때 수월해지는 것 같아요"

대구 공연을 앞두고 "최고의 공연을 보여드릴 것을 약속해요. 곧 만나뵙길 바랍니다"라는 인사를 전한 맷 레이시. 국내팬들의 환호를 넘어 오래도록 세계를 대표하는 '찐 라울'로 거듭나길 기대해본다. 

사진=에스엔코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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