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3일 기자회견에서 오는 8월27일 치러질 국민의당 전당대회 당대표 선거 출사표를 던졌다.

 

 

안 전 대표는 자신이 영입한 이준서 전 최고위원이 증거조작으로 구속된 다음날인 지난달 12일 기자회견을 통해 "앞으로 모든 것을 내려놓고 깊은 반성과 성찰의 시간을 갖겠다"며 "원점에서 저의 정치인생을 돌아보며 자숙과 성찰의 시간을 갖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불과 23일 만에 국민의당 다수 의원들이 반대함에도 불구하고 당대표 경선 출마를 강행했다. 20일 남짓한 시간에 깊은 반성과 성찰을 끝내고 “나만이 당을 구할 수 있다”고 나선 모양새다. 이유가 있다.

제보조작사건이 발생하고 사과여론이 비등해질 때도 꿈적도 않고 있다가 16일 만에 대국민 사과에 나섰던 그였다. 그런데 지난달 31일 검찰이 ‘문준용 제보조작사건’ 수사 발표를 하며 안철수 박지원 전대표 등에 대해 혐의점이 없다고 발표를 한지 3일 만에 당대표 승부수를 띄웠다. 정치적, 도덕적 책임은 차치하고 일단 법적 책임에서 자유로워지자 전광석화와 같은 결정을 내렸다.

스스로도 옹색했는지 기자회견에서 “결코 제가 살고자 함이 아니다. 우선 당을 살려야 한다는 절박함 때문"이라고 밑자락을 깐 뒤 "국민의당이 무너지면 거대 양당의 기득권 정치는 빠르게 부활하고 국민은 그저 포퓰리즘의 대상이 되고, 정쟁에 동원될 것이다. 국민이 대접받는 정치를 위해 우리 국민의당과 같은 튼튼한 제3당이 있어야 한다”고 명분을 곧추 세웠다.

 

 

심지어 “조국을 구하지 못하면 살아서 돌아오지 않겠다는 각오로 얼어붙은 두만강을 건넌 안중근의사의 심정으로, 저 안철수, 당을 살리고 대한민국 정치를 살리는 길로 전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일제강점기에 온갖 핍박을 감내하며 목숨을 바쳐 조국의 독립을 위해 자신의 목숨마저 던진 안중근 의사까지 소환한데 씁쓸한 마음이 먼저 든다.

그가 거론했듯 국민의당은 ‘몹시 어렵다’ 수준이 아니라 풍전등화 신세다. 당 지지율은 바닥에서 회복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거점이었던 호남 민심은 싸늘하다 못해 등을 돌려버린 형국이다. 제보조작 사건을 거치며 전가의 보도처럼 앞세웠던 ‘새정치’는 ‘구태정치’로 전락했다.

오죽하면 대선 기간 내내 안철수 전 대표의 호위무사를 자처했던 김경진 국민의당 의원조차 “명분이 없다”며 “아직은 자숙하고 성찰하며, 정치인으로서의 실력을 키우는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질타했을까 싶다.

사과, 자숙, 성찰, 위기, 욕망의 조명이 교차하는 플로어에서 ‘퀵’ ‘슬로우’의 사교댄스 지르박 스텝을 밟는 것만 같은 안 전 대표에게 기회는 다시 찾아올 수 있을까. 정치공학으로 자체 연출한 것이 아닌 국민이 부여한 기회가.

사진= 연합뉴스TV, YTN 영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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