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텀싱어3’를 통해 ‘뿌리깊은 바리톤’ 애칭을 얻은 안동영(28)이 뉴노멀 시대의 여름을 바쁘게 질주하고 있다.

경연 당시 첫 등장부터 안정적인 발성과 잘 조율된 테크닉, 건실하고 단단한 중저음으로 시청자에게 어필했던 그는 최종 16인까지 진출했다가 결승 문턱에서 고배를 들이켰다. ‘팬텀싱어3’ 1~3위 팀의 전국 갈라 콘서트 투어가 이어지는 시점에 실력파 안동영의 근황이 궁금해졌다. 오는 9월 2~3일 서울 세라믹팔레스홀, 6일 대구 콘서트하우스에서 테너 윤서준과 듀오콘서트 준비에 여념이 없는 상태다. 듬직한 체구에 준수한 외모를 지닌 그를 싱글리스트 오피스에서 만났다.

부산에서 나고 자란 안동영은 영남대 성악과 1학년을 마치고 군입대, 전역한 2013년 성악가라면 누구나 꿈꾸던 이탈리아 밀라노로 유학을 떠났다. 올초까지 체류했으니 청년기의 8년을 성악의 본고장에서 보낸 셈이다.

밀라노 베르디 국립음악원에서 학사를 마치고, 베르디가 태어난 도시 부세토의 레나토 부르손 아카데미에서 최고연주자 과정을 밟았다.

“유학 초반에 ‘아직 나이가 어리긴 하지만 베르디아노(베르디가 창조한 오페라 인물) 목소리는 아니다’란 평가를 들었어요. 그러다 최고연주자 과정에서 이탈리아 벨칸토와 베르디아노의 대명사 같은 레나토 브루손 교수님으로부터 ‘너는 빛나는 목소리를 지녔으니 베르디 오페라를 해도 된다’는 말을 들었을 때 뛸 뜻이 기뻤어요. 성악을 시작했을 때 처음 들었던 CD도 그 선생님 거였거든요. 그런 전설같은 분을 사사해서 자랑스러워요.”

이탈리아 리날로 펠리조니 국제성악콩쿠르 3등, 몬테카티니 국제성악콩쿠르 특별상, 밀라노 루올리 오페라 국제성악콩쿠르 우승을 차지했다. 현지 유서 깊은 극장에서 모처르트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콘테와 피가로 역, 도니제티 오페라 ‘사랑의 묘약’ 벨코레 역, 롯시니 오페라 ‘결혼어음’ 슬룩 역, 푸치니 오페라 ‘나비부인’ 샤를플레스 역 등을 섭렵하며 관객을 사로잡았다.

전도유망한 성악가의 길을 ‘모범적으로’ 걷던 그가 현지에서 어렵사리 쌓아오던 커리어를 등뒤로 하고 돌연 남성 크로스오버 4중창단을 뽑는 ‘팬텀싱어3’에 지원하게 이유는 무엇일까. 궁금증이 똬리를 틀었다.

“최고연주자 과정을 수료한 뒤에 직장을 찾는 과정었어요. 매니지먼트사와 접촉하고, 오디션을 보고 다녔죠. 8년이나 해외에서 생활하고 있던 차라 고국에 대한 그리움이 커져가던 시기이기도 했고요. 항상 바라왔던 게 내 목소리를 많은 분들에게 들려드리고 싶다는 거였어요. 여전히 클래식 성악은 많은 분들이 접하기 힘든데 크로스오버로 성악을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었어요.”

’어떻게 나란 성악가가 있는 걸 한국에 알릴 수 있을까‘ 고민하던 차에 ’팬텀싱어3‘ 유럽예선이 열린다는 소식을 접했다. ‘팬텀싱어2’에 이탈리아에서 맹활약 중이던 바리톤 김주택이 출연한 거를 보고 자극을 얻었다. 방송이 성악가에게 닫혀 있지 않구나, 한번 도전해보자란 생각이 불끈 솟구쳤다. 막 시작하는 단계라 잃을 게 없다는 전략적(?) 판단을 하기도 했단다.

‘팬텀싱어3’는 성악가 안동영에게 터닝포인트이자 희열과 뼈아픔을 동시에 안겨준 무대이자 우정의 전당이었다.

1차 솔로 오디션에서 ‘발밤발밤’ 가창 도중 가사를 잊어버리는 치명적인 실수로 탈락 위기에 내몰렸으나 “다시 듣고 싶은 목소리”로 인정받아 추가 합격의 기회를 얻었다. 1대1 라이벌 미션에서 그는 강력한 우승후보인 테너 유채훈을 골라 아이유의 ‘러브 포엠’이라는 역대급 무대를 만들어내며 드라마틱한 반전에 성공했다. 이후 듀오, 트리오, 콰르텟 무대에서 ‘데 딸리’ ‘테키에로 테키에로’ 등 인상적인 공연을 연이어 보여줬다.

“최종 16인까지 갈 수 있도록 었던 저를 지탱해준 원동력은 초반에 가사 틀렸던 거였어요. 다음 라운드를 향해 전진해 나갈수록 있도록 채찍질을 해준 셈이죠. 그때 제가 완벽하게 그 곡을 소화했더라면 과연 유채훈 형을 선택할 수 있었을까, 그런 무대들과 성적을 남길 수 있었을까 싶어요. 돌이켜 보면 짜여진 운명처럼 여겨져요. 실수를 통해 무대가 많이 간절하구나를 절감했고 이후 매 무대에 혼신을 다할 수 있었던 거 같아요. 제가 예선에서 실수한 참가자 가운데 유일하게 16인까지 갔던 케이스에요. 하하.”

항상 최선을 다하는 자세로 임한 그에게 성악가 손혜수 프로듀서는 “굵직한 탱크같은 목소리로 무대의 기둥을 세워주는 사람이 동영씨인 거 같다”란 찬사를 선사했다. 그 코멘트가 지금도 가끔 귓전을 맴돌 만큼 고맙다. 더불어 ‘팬텀싱어3’를 통해 평생을 함께하고 싶은 음악적 동료를 다수 만났다.

“누구 하나 자기의 캐릭터를 강조하려던 사람이 없었어요. 팀 프로젝트다 보니 동료의 소리에 귀기울이려 하고, 그 사람의 장점을 끌어내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음악을 만들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임했던 듯해요. 모든 싱어들이 다 그런 사람들이었어요. 그 가운데 유채훈 형이 아주 인상적이에요. 클래식 보컬을 소유하고 있으면서 팝페라, 가요를 부를 때 그 장르에 최적화된 발성과 테크닉을 구사해서 빛나 보였어요.”

하고 싶은 일들이 그득하다. 이탈리아에서의 공부와 경험을 바탕으로 오페라, 크로스오버 등 다양한 음악 활동을 추구할 계획이다.

“아무래도 가장 좋아하는 작곡가인 베르디 오페라 작품으로 국내에서 데뷔하고 싶어요. 개인적으로는 ‘리골레또’를 가장 좋아하고요. 무엇보다 음악으로 감동을 주는 일을 업으로 삼고 있으므로 내 노래를 통해 치유받는 사람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20대 대부분을 이탈리아에서 유학하며 지내느라 혼자 스코어(악보)를 보고, 피아노 앞에서 연습하고 정적인 시간을 주로 보냈다. 영등포 쪽에 ‘마이 싱글하우스’를 마련한 그는 캠핑, 등산, 낚시 가는 취미에 빠져볼 요량이다. 항상 오페라만 듣느라 가요나 다른 장르 음악을 별반 들어본 적이 없었는데 좋은 곡들을 폭넓게 찾아 듣는 것도 새로 생긴 취미 가운데 하나다.

사진= 최은희 Oso0@sli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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