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팬텀싱어3’에는 실력 못지않게 수려한 비주얼을 갖춘 참가자들이 유독 많았다. 테너 윤서준(27)은 톱3에 이름을 올릴 만큼 ‘만찢남’ 외모를 자랑한다. 강화 출신인 그는 경연 내내 ‘유기농 테너’로 불리며 사랑받았다.

 

청아하고 감성적인 음색이면서 파워풀한 소리와 단단하고 안정된 고음을 갖췄다. 그가 솔로 무대에서 카루소의 이탈리아 가곡 ‘무정한 마음(Core ’ngrato)’를 불렀을 때 청정 꽃미남이 발산하는 다크 테너 분위기에 모두들 깜짝 놀랐었다.

JTBC ‘팬텀싱어3’ 종영 이후 잠시 숨을 고르던 그는 올가을 풍성한 수확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오는 9월 2~3일 서울 세라믹팔레스홀, 6일 대구 콘서트하우스에서 ‘팬텀싱어3’에서 인연을 맺은 바리톤 안동영과 듀오콘서트를 진행한다.

경기도 안산에서 태어난 윤서준은 4살 때 강화도로 이사를 가 강화중·고교를 졸업하고 경희대 음대에 입학했다. 최종 3위 팀 레떼아모르의 바리톤 박현수가 동기이며 2위 팀 라비던스의 베이스 김바울이 두 살 많으나 1년 후배라 함께 학교를 다녔다.

초등학생 시절부터 교회 성가대에서 활동하는 등 노래를 좋아하던 소년이었다. 중3 때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를 시청하면서 본격적으로 음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족·친척 가운데 음악을 전공한 사람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고, 예체능 뒷바라지를 해줄 형편도 아니라 부모님의 반대가 심했다.

“어머니를 상대로 1년에 걸친 눈물의 사투 끝에 고등학교 1학년 4월부터 피아노 학원을 다니게 됐어요. 그런데 강사가 제게 재능이 없다면서 대신 성악을 추천해 주시더라고요. 그래서 그해 10월부터 성악을 공부하기 시작했어요.”

빌딩 숲으로 둘러싸인 도시가 아니라 너른 들과 시원한 해풍은 소년 성악도의 소리에 시나브로 자연의 톤을 새겨넣었다. 지난해 졸업 후 참가한 콩쿠르 수상 경력도 화려하다. 2019년 제59회 동아음악콩쿠르 성악 남자 1위를 비롯해 제26회 KBS 한전음악 콩쿠르 성악 남자 1위(금상), 제11회 세일 한국가곡 콩쿠르 남자 1위, 제28회 성정음악콩쿠르 성악 남자 금상을 휩쓸었다.

성악의 본고장인 이탈리아로 유학을 가려고 어학원에 다니던 무렵 ’팬텀싱어3‘ 오디션 공고와 운명처럼 맞닥뜨렸다. 고민을 거듭하다 올해 1월 마지막 예심을 치렀다.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던 거 같아요. 크로스오버 음악 프로그램인 ‘팬텀싱어’에 참가하면 나중에 클래식 활동이 어려워질 수 있지 않을까, 중도 탈락했다가 꼬리표처럼 남아서 걸림돌이 되면 어떡하나 하는 기우였죠. 그래서 나의 선택이 맞는지 끊임없이 물어봤어요.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도전해보자는 생각에 결정을 내렸고요. 비록 최종 결승에 진출하지 못한 채 탈락했지만 후회는 없었요. ‘테너 윤서준이 이렇게 열심히 노래하고 있습니다’를 보여드렸고, 제가 그동안 불러왔던 가곡, 오페라 아리아를 지금 오히려 더 많이 찾아 많이 들어주세요. 현명한 선택을 했구나 싶어요.”

그리 길지 않은 기간이었지만 드라마틱한 순간을 꽤 많이 경험했다. 하이라이트는 탈락했다가 다시 소환돼 ‘멍뭉즈’(윤서준X최민우X김민석)로 부활, 절치부심해 원 없이 성량과 감정을 터뜨리며 부른 ‘D'amore'로 깊은 감동을 안겨줬을 때다.

“떨어진 날 하필 비가 내리고 있었어요. 집으로 운전하고 가면서 ’이제 뭐 먹고 살지?‘ 하며 암담해 했던 상황이었죠. 집에 도착해서 샤워하고 자려고 하는데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오는 거예요. 받았더니 방송사라 했고요. 감이란 게 있잖아요. 아! 다시 기회가 주어졌구나,란 생각이 퍼뜩 들더라고요. 지옥과 천당을 오간 기분이었어요.”

’팬텀싱어3‘에서 부른 그의 무대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곡이 2대2 매치에서 테너 유채훈과 함께 부른 파바로티의 ’스타라이 꼰메(Starai Con Me)’다. 투 테너의 서정적인 소리와 아름다운 화음을 만끽할 수 있었던 시즌3의 베스트 무대 중 하나로 꼽힌다.

“테너 윤서준의 이미지에 있어 많은 부분을 심어준 듯해요. 저 자신도 놀라움 속에 많은 깨달음을 얻었던 공연이었어요. 성악가도 저렇게 말랑말랑하고 달콤하게 소리를 낼 수 있구나. 그동안 제가 해왔던 음악은 다크하고 강한 음악이 대부분이었거든요. 때려부수는 듯한 노래만을 주로 하다 보니 라인이 있고 선율적인 노래를 피했어요. 제가 잘 못하는 거라서요. 무조건 이겨야 다음 라운드에 진출하는 상황에서 내가 자신 없어하는 발성으로도 불러야 한다는 게 엄청나게 큰 도전이었어요.”

준비하면서 보컬 코치로부터 많이 혼났다. 유채훈에 이어 자신의 파트가 시작되면 너무 딱딱해 감정선 등이 확 무너져버린다는 혹독한 질책이 뒤따랐다. 그러면서 감정과 발성, 창법 심지어 낯선 마이크 사용법까지 배웠다.

“그전에는 온몸의 공명기관을 이용해 울림을 줘야 했다면 팝페라 무대는 마이크가 있으니까 좀 더 섬세한 표현이 가능하죠. 반면 저의 작은 실수마저 다 드러나므로 예민하고 섬세하게 노래하는 방법을 많이 체득했어요. (유)채훈이 형으로부터도 배우고, 제 노래를 모니터링하면서 깨달은 거죠. 그동안 이렇게 섬세하게 노래하질 않았구나, 스스로를 되돌아봤고요.”

자연을 사랑하는 그는 최근 들어 유튜브 채널 ‘유기농 테너 윤서준’을 개설해 한국 가곡을 올리고 있다. 우리 가곡과 대한민국의 자연이 너무 잘 어울려서 강화 명소들을 직접 촬영한 영상에 자신이 부른 가곡을 얹혀 동영상을 제작한다.

자연의 소리를 녹음해 반주에 효과음으로 입히기도 한다. 현재까지 가곡 3곡과 CCM 1곡을 업로드했다. 잘 알려지지 않은 가곡들을 골라 아름다운 자연과 함께 소개해나갈 예정이다. 많이들 응원해줘 힘이 불끈불끈 치솟는다고 하얀 치열 사이로 웃음을 터뜨린다.

사진= 최은희 Oso0@slist.kr

저작권자 © 싱글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