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 깊은 바리톤’ 안동영(28)과 ‘유기농 테너’ 윤서준(27)이 아름다운 화음으로 코로나 블루를 씻어낸다.

국내 최고의 남성 크로스오버 4중창단을 뽑는 JTBC ‘팬텀싱어3’에서 짱짱한 실력과 훈남 비주얼로 대중의 눈도장을 찍은 두 성악가는 오는 9월 2~3일 서울 세라믹팔레스홀에서 듀오 콘서트를 진행한다. 6일로 예정돼 있던 대구 콘서트하우스 공연은 안타깝게 잠정 연기됐다. 남다른 각오로 마련한 콘서트 준비에 여념이 없는 안-윤 페어를 만났다.

‘팬텀싱어3’ 전까지 둘의 교집합은 전혀 없었다. 부산 태생인 안동영은 영남대 성악과 1학년을 마치고 2013년 이탈리아로 유학을 떠나 올 초까지 현지에서 수학하며 오페라 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강화에서 성장한 윤서준은 지난해 경희대 성악과를 졸업하고 각종 콩쿠르 출전, 오케스트라 협연 등으로 성악가의 길을 차근차근 밟아나가고 있었다. ‘팬텀싱어3’에서도 같은 팀에서 호흡을 맞춘 것도 아니었다.

“서준이랑 제가 ‘팬텀싱어3’에서의 접점이 그렇게 많지 않은데 어떻게 듀오 콘서트를 기획하게 됐느냐고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은 듯해요. 서준이가 프로듀서 예심 때 이탈리아 가곡 ‘카타리 카타리(Core’ Ngato)‘를 부를 때 인상적이었어요. 음악적인 면이나 언어적인 면에서 얼마만큼의 공부를 해야 나오는지 가늠이 금방 됐기 때문이죠. 그런 점을 당시에도 서준이에게 얘기했었죠.”(안동영)

바리톤 안동영

“동영이 형이 ’이탈리아 유학을 다녀왔느냐. 발음이 엄청 좋다‘고 칭찬해줬어요. 그러면서 자연스레 음악적 교류를 음으로 양으로 많이 했었죠. 본방송에서는 안나왔었는데 2대2 미션을 할 때 잠깐 팀이 됐었던 적이 있어요. 테너-바리톤 전개가 다소 진부할 수도 있을 거 같아서 테너-테너, 바리톤-바리톤 팀으로 재구성됐었죠. 그때 언제 기회가 되면 무대를 함께하자고 얘기를 나눴는데 이제야 실천하게 된 셈이죠.”(윤서준)

’팬텀싱어3‘ 최종 결승 진출이 물거품이 되고 나서 두 사람은 각자 독창회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윤서준이 안동영에게 먼저 연락을 해왔고, 듀오 콘서트를 제안했다.

“서준이의 제의를 받고 단 3초 만에 ’난 좋지!‘ 그랬어요. 서준이와 함께하는 무대라면 가치 있을 뿐만 아니라 좋은 음악을 만들 수 있겠다 싶어서였어요. 그 뒤 콘서트 프로그램 결정은 시원시원하게 이뤄졌어요. 음악적 생각이 비슷하고, 어떻게 공부하면 될지 공감하는 부분도 많았기 때문이죠. 현재까지 순탄하게 잘 진행되고 있습니다.”(안)

“아직 내가 ’완성형‘이 아니란 생각이 들어서 독창회를 잘 해낼 자신이 없었어요. 공부가 좀 더 필요한 상황이라고 여겼죠. 만약 잘하는 누군가와 함께한다면 나의 부족함도 채울 수 있지 않을까 여겼어요. 동영이 형이 이탈리아에서 오래 공부했고, 저 역시 이탈리아 유학을 준비하던 상황이라 형한테 이탈리아 음악을 많이 배우면서 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 거죠. 제가 해보고 싶던 이탈리아 오페라를, 본고장에서 제대로 공부한 사람과 한다면 어느 정도 맛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윤)

테너 윤서준

공연 1부는 이탈리아 정통 오페라 아리아로 구성했다. 솔로와 듀엣곡을 안배했다. 2부에서는 한국 가곡과 가요들을 선곡했다. 과거 콩쿠르에서 불렀던 가곡도 있으며 애창가요를 재해석해서 선보일 예정이다. 듀엣곡은 앙코르까지 포함해 6곡 정도로 맞췄다.

‘팬텀싱어3’ 경연 당시 바위 같은 든든한 중저음으로 탱크처럼 밀어 부치던 안동영의 경우 테너 유채훈과 부른 아이유의 ’러브 포엠‘, 정민성과 호흡을 맞춘 러시아 가곡 ’KAK MOLODY MY BYLI’, 고영열X구본수X김성식과 4중창으로 소화한 ‘테키에로 테키에로’와 같은 순도 높은 무대를 들을 수 있으리란 희망이 고개를 내민다.

모범생 이미지에 걸맞은 청아한 목소리뿐만 아니라 다크한 톤의 격정적인 노래로 묘한 감흥을 안겨줬던 윤서준의 노래 향연에도 기대감이 차오른다.

다른 참가자들과 마찬가지로 ‘팬텀싱어3’는 두 청년의 음악인생을 송두리째 흔들어버릴 영향을 끼쳤다. 오페라와 성악의 요람에서 커리어를 쌓아나가기 시작하던 시점에 한국으로 유턴한 안동영은 “무대에 서는 게 얼마나 소중하고, 얼마만큼의 간절함이 있는지를 다시금 깨달은 시기였다. 무언가를 계획하는 것도 좋지만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다 보면 좋은 기회가 생기지 않을까 여긴다”고 말했다.

윤서준은 “훌륭한 동료들을 많이 만나게 됐다. 음악 그리고 성악가의 길에 대해 얼마나 고민했을지 이해하면서 자극을 받았고 위로를 얻었다. 뭐로도 환산할 수 없는 값진 경험을 할 수 있었던 기회였다”고 전했다.

이어 “모든 생각이나 가능성을 열어놓으려 한다. ‘팬텀싱어3’에 참가했던 것부터가 그런 마음가짐이었다. 이탈리아 유학은 코로나 때문에 강제 종료된 상황인 거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더불어 경희대 성악과를 함께 다녔던 동기 바리톤 박현수(레떼아모르), 1년 후배인 형 베이스 김바울(라비던스)이 고비를 하나하나 잘 헤쳐나가 좋은 결과를 얻어서 기쁘단다. 세 사람은 다른 멤버 한명과 함께 잠깐 동안 4중창단 활동을 한 적도 있었다고 귀띔했다.

안동영 윤서준이 향후 클래식과 대중음악의 경계를 넘나들며 얼마나 다이내믹한 행보를 그려나갈지 궁금해진다.

사진= 최은희 Oso0@sli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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