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진화하는 편의점

 

2011년 기준 일본의 1인가구 비중은 31.5%로 한국(24.7%)보다 훨씬 높고 영국 프랑스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1990년대부터 이어온 장기 불황과 황혼 이혼 등으로 인해 1인가구가 살기 최적화된 사회가 됐다. 한국보다 앞서 1인가구 문화가 정착된 일본의 특징은 편의점과 식당에서 또렷하게 나타난다.

 

 

다양한 도시락과 삼각김밥·디저트·음료·술·책·만화·잡지가 눈이 돌아갈 정도로 그득 쌓여 있다. 국내 편의점들도 날로 발전하고 있으나 기능성 및 소비자 만족도 면에서 일본 편의점을 따라가려면 아직 멀어 보인다. 단적인 예 중 하나가 복사기 비치다. 서울에서 가끔 급하게 문서 출력을 해야할 경우 마땅한 곳을 찾기 참 힘들다. 가격도 무지하게 비싸다.

최근엔 패밀리마트와 노래방기기업체 다이이치고쇼가 ‘편의점×노래방’ 일체형 점포를 오픈했단다. 편의점에서 구매한 음료·음식을 들고 노래방에 갈 수 있는 만큼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 또한 10분 단위로 가격을 책정해 편의점을 즐겨 찾는 1인가구의 눈높이를 맞췄다.

미니스톱은 식품이나 음료를 직접 맛보고 살 수 있는 카페 외관의 매장 ‘시스카’를 선보였다. 이외 슈퍼나 드럭스토어와 융합한 점포도 등장하고 있다. 일본여행 시 편의점 방문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이번에도 예외 없이 바구니에 삿포로와 아사히 맥주, 도시락, 호로요이, 도지마롤, 오후의 홍차(밀크티), 명란마요 삼각김밥을 가득 채워 호텔에서 호로록~.

 

9. 혼밥의 전당

 

1인가구 600만 시대를 바라보고 있지만 아직까지 한국에서 혼밥은 편치 않다. 전용 식당이 많지 않을뿐더러 혼자서 4인용, 2인용 테이블을 떡하니 차지하고 있기엔 눈치가 보여서다. 하지만 일본의 체인 식당들은 기본이 혼자 먹기에 최적인 바 형태다.

 

 

저렴한 한끼 식사를 할 수 있는 3대 규동(소고기 덮밥) 체인점 마츠야(松屋), 요시노야(吉野家), 스키야에는 바에 앉아 혼밥 하는 손님들이 즐비하다. 나도 자연스럽게 한 자리를 꿰찼다. 경기침체의 여파인지 규동보다 50엔 저렴한 330엔짜리 부타동(돼지고기덮밥)이 부활했다기에 요시노야에서 주문해 먹었다. 언제 먹어도 진한 나마비루(생맥주)와 함께.

 

 

바 형태인 회전초밥집이나 1인석이 빼곡한 커피숍도 혼자 식사를 하거나 차를 마시며 노트북 키보드를 두드리는 사람들 천지다. 2~3명이서 온 경우에도 더치페이는 기본이다. 잔돈까지 꼼꼼하게 나눈다.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도, 누군가로부터 간섭받는 것도,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것도 싫어하는 개인주의 성향이 기분 좋게 전해진다.

 

10. 달라진 사람들

 

2년 전 왔을 때와는 또 달라진 풍경이 사람들이다. 찾아갈 장소를 물을 때 능숙한 영어로 대답하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길거리엔 노숙자들이 심심치 않게 눈에 띄었다. 무엇보다 사람들의 표정에서 과거에 비해 활력이 떨어진 느낌이 난달까? 1990년대 거품경제 붕괴로 부동산 가격이 폭락하고 자산과 임금소득이 줄어들면서 미래에 대한 전망이 어두워졌기에 나타난 현상이지 싶다.

 

시부야 뒷골목에 밀집한 작은 선술집들

여행 마지막날 밤의 시부야 뒷골목, 5명이 앉으면 꽉 찰 허름한 포장마차에서 오뎅과 유부주머니 5개에 똘랑 생맥주 2잔을 마시고 3400엔이나 지불해야 했다. 셀 수 없을 정도로 자주 일본에 왔어도 이자카야나 포장마차에서 바가지 써 본 경험이 거의 없었는데 내심 불쾌하고 씁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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