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대 소리꾼’ 고영열이 바쁘면서도 한가하게 수확의 계절 9월을 맞았다.

JTBC ‘팬텀싱어3’ 준우승팀 라비던스(존노 고영열 김바울 황건하)의 멤버이자 신세대 소리꾼인 고영열이 4일 초록 식물 내음이 향그러운 플라워 카페에서 만나 근황을 전했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빼곡했던 공연 일정이 연기되거나 줄취소돼 안타깝다는 말부터 꺼내 놓는다. 하지만 종영 직후 만났을 때와 사뭇 달라진 훤한 풍채(?)가 눈길을 붙든다.

“‘팬텀싱어3’ 갈라콘서트 서울 공연을 5차례 했고 이어 대구 공연을 1회 했어요. 다음날 공연은 취소됐기 때문이죠. 올해 들어 이렇게 큰 공연은 처음이라 감회가 새롭고 심장이 쿵쾅거렸어요. 전에 안해봤던 긴장감도 느꼈고요. 멤버들 역시 마찬가지였을 거예요. 재밌게 하려는 모습이었어요.”

갈라콘서트 전국 투어에서는 방송 때 불렀던 곡들을 비롯해 솔로(유채훈), 팀 미션곡, 콜라보 무대가 이어졌다. 레전드 무대로 꼽히는 존노, 황건하와의 월드뮤직 듀엣송을 불렀고, 우승팀 라포엠의 카운터테너 최성훈과 영화 ‘해어화’ OST ‘조선의 마음’을 선보였다. 고영열의 굵고 허스키한 보컬과 최성훈의 가녀리면서 청아한 하이톤 목소리가 직조되며 깊은 감흥을 지폈다.

톱3 멤버들 전원히 함께한 댄스 메들리 코너에서는 존노X최성훈X길병민X고영열이 ‘친구여’를 열창했고, 3팀이 함께 싸이의 ‘연예인’을 신명나게 합창했다. 객석간 거리두기로 인원이 제한돼 팬들의 함성은 평소처럼 크지 않았으나 박수 열기 만큼은 뜨거웠다. '연예인'을 부를 땐 싸이와 비주얼상 데칼코마니란 소리도 들었다고 살짝 귀띔한다.

대한민국 사회의 일상과 마찬가지로 직격탄을 맞은 공연계가 아예 멈춰버리다시피 한 요즘, 고영열을 비롯한 라비던스 멤버들은 ‘개점휴업’ 상태다.

“9월 공연 일정이 대부분 캔슬돼서 멤버들끼리 가끔 만나 집에서 밥 먹거나 회의하곤 해요. 팀에 대한 애착이 더 진해지는 걸 느껴요. 사실 ‘팬텀싱어3’ 출연 당시엔 결선 오기 전까지는 나를 주로 생각했어요. 내가 살아남아야 하니까. 그런데 방송이 끝나고 보니 이젠 팀이 살아야 내가 생존하는 거니까 팀을 위한 생각을 하면서 더 많이 하면서 지내고 있어요. 한 식구가 됐기 때문에 가족 구성원들과 어떻게 해야 좋은 방향으로 갈 것인가 대화를 나누곤 하죠. 라비던스는 어떤 팀인가, 무엇을 추구하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가에 대해 다방면으로 논의 중이죠.”

‘소리꾼+성악가+뮤지컬배우’ 조합은 전 세계적으로도 레퍼런스가 없는 크로스오버 4중창 팀이라 우리가 만들어나가야 한다는 개척자 정신으로 충만하다. 그러다보니 만들어 나갈 게 산더미다. 당장 데뷔 앨범 준비가 가장 큰 과제다.

“차근차근 하나하나씩 해나가려고요. 노래 한곡 정하는 것도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어요. 커버곡을 할지 말지, 창작곡은 어떻게 얼마나 할지도 고민하고 있죠. 멤버들의 자작곡의 경우 첫 앨범이니까 넣는 것도 유의미하겠지만 아직은 시기상조인 거 같아요. 굉장히 신중을 기하면서 콘셉트 방향을 잡아가고 있어요.”

그동안 경연 무대에서 라비던스의 프로듀서 역할은 여러 장르 음악을 섭렵한 경험이 풍부한 소리꾼 고영열과 테너 존노가 맡는 모양새였다. 하지만 현재 고영열의 팀내 역할에 대한 생각은 확고하다.

“네명이 같은 지분으로 프로듀싱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여겨요. 한명이 지휘하면 그 사람 위주의 음악이 될 수 있으니까요. 네 명이 각자 책임과 역할을 가지고 임해야겠죠. 다만 저의 특성상 팀에서 파란색 중 빨간색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봐요. 팀을 위해 음악적으로 칼을 들고 어떻게 폐부를 찌를 것인가가 저의 숙제죠. 그래서 다른 장르의 음악을 하는 멤버들에 연구도 열심히 하고 있어요. 국악 안에서도 제가 미처 못해본 장르도 많거든요. 국악을 품고 있는 라비던스가 타 장르와 융화해서 시너지 효과를 내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팀으로서 활동을 펼쳐나갈 계획이지만 각자의 개별 활동도 열정적으로 해나갈 예정이다. 그런 차원에서 멤버들의 소속사도 이미 정해진 상태다. 고영열은 과거부터 함께해온 공연기획사 헬로아티스트에서 ‘소리꾼 고영열’로서 다양한 솔로 활동을 예전처럼 진행해 나간다.

존노는 굴지의 클래식 공연기획사 겸 매니지먼트사 크레디아에 둥지를 틀었다. 이곳에는 피아니스트 임동혁·지용,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오닐, 바이올리니스트 신지아·스테판 피 재키브, 첼리스트 문태국, 테너 박지민 등이 소속돼 있다. 13년에 걸친 미국 유학생활을 청산하고 귀국한 만큼 클래식 솔리스트로서도 매진하겠다는 의지가 읽히는 대목이다.

베이스 김바울은 ‘팬텀싱어’ 시즌2 참가자인 김주택, 시즌3 참가자인 김민석 등 국제무대에서 맹활약 중인 성악가들이 대거 포진한 매니지먼트사 아트앤아티스트와 전속 계약을 체결했고, 황건하는 내로라 하는 뮤지컬배우 매니지먼트사인 PL엔터테인먼트 소속이다.

“존노 형이랑은 듀엣 무대 한번, (황)건하랑은 두 번을 하고 결승에 진출했어요. 저의 음악에 접근하는 자세는 ‘즐기되 열심히 한다’였는데 존노 형은 정말 음악을 즐기는 성악가라 저랑 통하는 사람이구나를 느꼈어요. 건하는 열심히 하는 친구예요. 삶 자체를 열심히 사는 동생이죠. 아무래도 두 사람은 듀엣무대를 같이 해서 기억에 더 남는 거 같아요.”

자신의 개별 활동에 대한 계획도 또렷하다. 지난해 3월부터 매달 혼자 피아노를 연주하면서 노래하는 ‘고영열의 미니 콘서트’를 개최해왔다. 한달에 한번씩 새로운 노래를 만들어 항상 공개했다. 창작혼을 불태우고, 음악작업의 바운더리를 넓힐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다. 리스너들은 국악인이 만든 가요의 독특한 정취에 빠져들곤 했다. 이를 재개한다.

"30여 명이 입장할 수 있는 작은 음악살롱 같은 곳에서 1시간30분 동안 제 기존 곡들을 들려주고, 대화를 나누고, 싱어송라이터로서 신곡을 들려드리고 했었죠. 지난해 11월까지 하고 ‘팬텀싱어3’ 출연이랑 코로나19 탓에 한번도 못했는데 다시 시작해요.”

고영열의 첫 번째 온라인 미니콘서트는 오는 12일 오후 8시부터 9시30분까지 DIA TV 스튜디오에서 열린다. 이번 역시 그동안 발표해온 자작곡을 들려주며 팬들과의 토크, 다채로운 악기연주를 보여줄 예정이다. 특히 피아노뿐만 아니라 기존에 보여준 적 없던 기타, 해금, 트럼펫, 북 연주를 보여준다. 코로나 팬데믹을 뚫고 마련한 금쪽같은 공연은 고영열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만나볼 수 있다.

사진= 최은희 Oso0@sli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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