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에 이어서...

이희준이 '오! 문희' 전에 선보인 캐릭터는 영화 '남산의 부장들' 곽상천이었다. 당시 몸무게를 25kg가량 증량하는 노력으로 많은 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번에는 충청도 사투리를 쓰는 보험사 직원 두원으로 변신해야 했다. 게다가 치매 노인을 모시는 인물의 감정을 표현하기란 쉽지 않았다. 이희준은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 두원과 비슷한 상황에 놓인 이와 하룻밤 생활하는 노력을 기울였다. 

"'남산의 부장들' 끝나고 한 10kg정도 뺀 상태였어요. 금산 보험사 직원으로 살만한 몸매를 준비했죠.(웃음) 영화를 하기로 결정한 다음에 감독님과 영화팀이 두원의 집 후보로 충남 논산의 어떤 집을 찾았다고 했어요. 근데 실제로 그 주인 분이 치매 부모님을 모시고 살고계셨다더라고요" 

"그 집이 후보로 유력하다는 얘기를 듣고 다음날 그 집 주소를 구해서 수박 한 통 사 들고 찾아갔어요. 아저씨가 자고 가라고 하셔서 밤새 치매 부모님 모시는 심정과 태도, 그런 얘기 많이 들었죠. 얘기하다가도 부모님이 나가시면 잡으러 가시고. 그렇게 옆에서 하룻밤 지내면서 봤어요. 그렇게 가슴으로 몸으로 실감한게 정말 큰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영화에서는 투정도 많고 애교도 많은 충청도 아들을 연기했지만, 실제 이희준은 경상도 출신 무뚝뚝한 아들이란다. "표현을 많이 하려고 애쓰기는 한다"는 그는 한 아이의 아빠가 되고 육아를 시작하면서 부모님에 대한 이해와 감사함이 어느때보다 큰 요즘이라고 전했다.

"전 경상도 출신이라 그런지 좀 무뚝뚝한 편이에요. 표현을 많이 하려고 애쓰기는 해요. 사실 초등학교 1학년 이전은 잘 기억이 안나는데, 요즘 육아를 하면서 그 잃어버린 기억을 찾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이때 어머니가 어땠을까' 하는 생각들로 말이죠"

"코로나19로 촬영도 없고, 수입도 없고, 활동을 못하고 있을때 완전히 아내와 육아에 전념했는데 그때 느낀점도 많고, 감사한 부분도 많았어요. 근데 제가 아직 철이 없는지 아이한테 감사한 건 잘 모르겠더라고요(웃음). 계속 피곤하다가 아이가 통잠을 잔지 얼마 안됐어요. 그러니까 정말 예뻐보여요. '우리 부모님이 이런걸 다 하셨구나' 몸으로 실감하는 시기인 것 같아요. 새로운 세상, 새로운 감정들을 느끼고 있죠"

연극무대에서 시작해 영화, 드라마까지 매체 구분없이 '연기'를 할 수 있는 모든 곳에 도전한 이희준에게 배우는 천직인 듯 하다. 규칙적인 생활을 못견딘다는 그는 촬영을 준비하며 이곳저곳 여행하는데서 오는 재미가 크다며 "배우를 한게 진짜 재밌는 거구나"느낀다고 답했다.

"매일 아침 같은 회사에 출근하는 일을 했다면 내가 버틸수 있었을까 싶어요. 촬영하면서도 '오! 문희' 속 보험회사 직원 인물을 생각하면 답답해요. 전 3, 4개월씩 여러 인생을 살잖아요. 그럴 때 '배우한 게 진짜 재밌는 일이구나' '안했다면 너무 갑갑했겠다' 그런 생각이 많이 들어요. 인내심이 없는 것 같기도 하고(웃음)"

"촬영할 때 인물 서치를 많이 하는편이에요. 아내 (이)혜정 씨 외가 쪽이 충청도 천안이거든요. 인사 드릴 겸 며칠 놀러가서 사람들도 만나고. 그런것도 즐거웠어요. 아이가 생겨서 좀 어려워지긴 했지만. 예전에 영화 '해무' 찍을 땐 거제도, 여수에서 혼자 일주일씩 여행다니고 했어요. 그렇게 준비하는 과정이 참 즐겁더라고요"

그렇게 즐기면서 연기를 하다보니 이희준은 어느덧 선후배들에게 칭찬을 받는 배우가 됐다. 손현주 등 선배 배우들로부터 연기력을 인정받은데 이어, 최근 tvN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에 출연한 배우 유수빈은 이희준을 롤모델로 꼽기도 했다. 이희준은 선배 배우 이선균과 얽힌 에피소드를 전하며 자신도 후배들에게 베풀어야 한다고 다짐했다고 밝혔다.

"늘 감사하게 생각해요. 배우나 예술 분야에서 배려나 사랑은 내리사랑인 것 같아요. 늘 후배들에게 내가 받은 것 이상으로 줘야한다고 생각해요. 영화 '화차'를 할때 이선균 형님이 영화 오디션을 볼 수 있게 해줬거든요. 그때 같이본 게 진선규, 박해준 등 많이 있었어요. 다들 매니저 없고 오디션 기회도 없었는데 기회를 준 것에 너무 감사했죠. 오디션 없이 영화에 출연하게 된 이후에 감독님이 언제든 연기 잘하는 후배 있냐고 물으면 최대한 받은만큼 돌려주려고 애쓰고 있어요"

나이가 들고, 아내와 아이가 생기면서 이희준에겐 새로운 마음가짐이 생겼다. 가족에 대한 책임감은 물론이고, 선배 배우로서, 작품의 주연으로서의 책임감도 더 크게 느끼게 됐다. "남 한테 이로운 사람이고 싶다"는 이희준의 다음 변신은 어떤 모습일지 기대된다. 

사진=CGV아트하우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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