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랑랑이 새 앨범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으로 돌아왔다. 전작 '피아노북'이 지난해 발매된 클래식 앨범 중 최고 판매고를 기록한 만큼, 이번 신보에 대한 클래식 팬들의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다. 또한 오는 12월 13일에는 직접 한국을 찾아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연주를 펼칠 것으로 예정돼 국내 팬들에게도 주목받고 있다.

최근 공연계는 코로나19 여파로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랑랑 역시 "70여 개의 공연이 모두 미뤄졌다"며 "뮤지션에게 악몽같은 요즘"이라고 상황을 전했다. 그럼에도 "이런 시기일수록 내면적으로 강해져야 하고 끊임없이 연습해야 한다"고 밝히며 세계적인 아티스트다운 모습을 보였다. 그런 그가 새 앨범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를 준비하며 어떤 생각들을 해왔는지, 일문일답을 통해 들어본다.

Q. 10대 시절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연주했을 때, ‘훌륭하다’는 평가를 받았음에도 이 세상에 선보이기까지 20년이나 더 걸린 이유가 궁금하다.

이 곡은 바흐 곡의 다양한 면을 보여준다고 생각했다. 항상 반복할 수 있기에, 이 곡은 항상 다양한 면을 보여주고 반영하는 바로크 오케스트라의 진수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보면 결국엔 처음의 아리아와 끝의 아리아를 통해 상당히 동양적인 부분도 엿볼 수 있다. 매 년의 마지막 날의 끝에, 우리의 영혼을 씻어내고 시작에서 끝을 돌아보고 이것을 반복하는, 아시안의 철학을 담았다고 말할 수 있겠다.

하지만 이것은 분명한 바로크 음악이고, 이를 이해하기 위해선 첫째로 바로크 연주자를 반드시 공부해야 한다. 특히 정확한 바로크의 꾸밈음을 만들기 위해 엄청난 시간을 필요로 한다. 현대의 피아니스트들에게는 이것이 상당한 어려움이다. 20년이 넘게 배움의 과정이 지속되는 이유다. 안드레스 슈타이어와 함께 이 작품을 보다 더 집중하여 배울 수 있게 됐고, 마침내 나 자신이 보다 더 바로크 스타일로 연주할 수 있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었다.

Q.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흔히 '음악적 에베레스트'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당신은 이 표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사실이라고 생각한다. 테크닉적으로나 음악적으로 확실히 가장 어려운 작품 중 하나다. 개인적으로는 25번째 변주는 가장 어려운 느린 동작이었다. 또한 변주 25의 굉장히 어둡고, 수동적이고, 고군분투하고, 상당히 우울하고, 고통스러운 해석을 하는 데 있어 굉장히 오래 걸렸다. 한 번 연주하고 다시 반복하면 어려움과 고통이 두 배인 것 같다. 내 생각엔 고통을 이해하기 위해선 시간이 걸리는 것 같다. 그래서 나이가 들어가는 것이 도움이 많이 된다. 10대가 25번째 변주를 연주하는 것은 고문 그 자체가 될 것이다

Q. 당신이 생각하는 골드베르크의 매력은 무엇인가?

바흐는 여러 변주를 표현했다. 파르티타부터 클라비어까지 배운 모든 것들을 넣었다. 이 모든 작은 작품들을 캐논 사이에 넣고 있다. 그의 모든 형태를 이 거대한 피라미드 안에 넣고 있다. 그것도 충분하지 않았는지, 다시 각 변주의 반복을 필요로 한다. 

그들을 한 그룹에 묶을 수도 있고, 쌍둥이같이 비슷한 스타일을 한데 묶어 같은 터치를 적용할 수도 있다. 마치 레고를 가지고 노는 것과 같다. 감정적인 낭만주의 음악을 연주하는 것과는 굉장히 다르게 마치 영화나 색 등을 묘사하는 것과 같이 좀 더 수학적이지만 당연히 감정도 필요하다. 

Q. 바흐라는 작곡가에 대한 당신의 생각이 궁금하다. 

굉장히 신앙심이 깊은 사람이다. 칸타타 등 굉장히 많은 종교적인 음악을 썼고, 교회를 위해 많은 음악을 썼다. 이와 동시에 굉장히 전형적인 시골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끝까지 양배추 수프를 먹으며 친구와 노래하며 노는 멋진 순수한 시골 소년으로 남아있다. 모차르트처럼 그는 이 두 가지 면을 가지고 있다. 

나는 바흐가 오직 그의 영혼을 씻기 위한 이유로 연주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는 그보다 훨씬 많은 중요한 부분을 가지고 있다. 또 그가 마치 두 개의 뇌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이유는 그는 항상 모든 것을 두 명분으로 만들었다. 또한 그는 다른 작곡가에 비해 화성이 훨씬 많았다. 아마 그에겐 세 번째 뇌가 어딘가에 있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Q. 수많은 골드베르크 속에서 랑랑을 가장 유니크하게 만드는 부분은 무엇인가?

가장 중요한 부분은 내 안의 바흐가 정말 바로크 시대의 것이라는 것이다. 그것이 첫 번째 원칙이었다. 나는 바흐를 바로크 시대와는 상관없는 다른 세대의 누군가가 연주하는 것처럼 들리지 않길 바랐다. 하지만 동시에 나는 개인적으로 굉장히 좋은 테크닉을 갖고 있기 때문에, 오르간의 소리를 흉내 내는 것 같은 완벽한 스타카토와 아름다운 레가토 등의 순수한 테크닉을 조금씩 보여주고 싶었다. 평온함, 외로움, 힘듦 등의 감정을 더 공유하고 싶었다. 글렌 굴드의 버전처럼 아름답거나 애를 쓰는 부분만이 아닌, 즐거움 또한 포함되도록 하고 싶다.

Q. 당신의 곡에 대한 해석은 언제나 흥미롭다. 이번 레코딩에서 피아니스트 랑랑이 표현하고자 했던 ‘골드베르크 변주곡’의 음악적 해석은 무엇이었나?

작품은 30개의 다른 변주로 이루어져 있고, 연주자는 각 변주에 성격을 부여해야 한다. 이 곡을 연주함에 있어 필요한 기술은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바흐나 바로크 음악이라고 하면 감정 없이 연주하는 경향이 있다. 방법론적으로는 맞지만 인간의 감정으로 볼 때 틀린 판단이다. 이 작품에 있어서도 낭만주의 작곡가들을 대하듯이 완전히 마음을 줘야 한다.

Q. 한국계 피아니스트와 결혼해서 한국에서도 굉장히 큰 화제가 됐다. 결혼 후 한국과의 접점이 더 커졌다고 들었는데 결혼이 당신의 음악 세계나 활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궁금하다.

아내가 한국계니까 한국이랑 더 가까워진 느낌이 든다. 장인어른 장모님이 항상 맛있는 불고기를 만들어주신다. 전보다 훨씬 더 많이 한국 음식을 먹게 됐다. 결혼을 하니 감정도 더 안정적이다. 가족에 대해 생각해야 하고 미래를 위해 노력해야 하니까. 전보다 더 성숙해진 기분이다. 

Q. 피아니스트로서 가장 행복한 순간은 언제인가? 연주자로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는 무엇인가?

무대에서 연주할 때다. 연주자로서 문화 대사가 되거나 사람들이 서로를 더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특히 요즘과 같은 때에는 문화와 생각을 연결할 수 있는 다리가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그게 음악가로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다. 사람들이 서로 존중할 수 있는 전세계적인 대화의 창을 마련하는 일이 중요하다.

사진=유니버설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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