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2021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맨체스터 시티, 리버풀 등이 시즌 초반 불안함을 드러내며 ‘빅6’에 균열을 내고 있다. 코로나19 여파 때문일까. 지난 시즌 1~3위 팀이 험난한 여정을 시작했다.

AP=연합뉴스

지난 시즌 EPL은 리버풀의 우승으로 마무리됐다. 리버풀은 1992년 EPL 출범 이후 첫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올시즌에도 리버풀은 강력한 우승후보다. 지난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팀인 바이에른 뮌헨에서 중앙 미드필더 티아고를, 울버햄튼에서 조타를 영입하며 부족한 부분을 채웠다. 시즌 초반 3연승을 달렸던 리버풀은 지난 주말 충격적인 패배를 당했다.

5일(한국시각) 영국 버밍엄 빌라 파크에서 열린 EPL 4라운드 아스톤 빌라 원정 경기에서 리버풀은 2-7로 대패했다. 올리 왓킨스가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3골 1도움, 잭 그릴리쉬 역시 2골 3도움을 기록해 아스톤 빌라의 역사적인 승리에 기여했다. 리버풀은 1963년 4월 토트넘을 상대로 2-7 패배 이후 무려 57년 만에 1경기 7실점을 허용하는 굴욕을 당했다. 리그에서 아스톤 빌라에 패한 것도 6년 만이다.

올시즌 리버풀에게 생긴 변화는 수비다. 지난 시즌 38경기 33실점을 하며 경기당 0점대 실점율을 자랑했지만 올시즌은 벌써 4경기 11실점했다. 단 4경기 만에 지난 시즌 총 실점의 3분의 1을 허용한 것이다. 전방 압박이 강한 리버풀을 맞아 상대팀들은 빠른 역습, 뒷공간을 노리는 공격으로 리버풀의 수비를 흔들었다. 위르겐 클롭 감독의 머리가 아플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AP=연합뉴스

가장 문제의 팀은 맨유다. 지난 시즌 극적으로 3위를 기록해 챔피언스리그 본선 진출권을 획득한 맨유는 손흥민의 토트넘을 상대로 홈에서 1-6 대패를 당했다. 2011년 라이벌 맨시티와의 경기에서 1-6으로 진 후 9년 만에 같은 스코어로 패한 것이다. 맨유가 EPL 한 경기에서 6실점이나 한 것은 1996년 사우스햄튼, 2011년 맨시티전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맨유는 지난 시즌 EPL 팀 중 가장 늦게 시즌을 끝마쳤다. 유로파리그 준결승에 진출하며 8월 말까지 경기를 소화했다. 선수들이 쉴 수 있었던 기간은 보름 남짓이었다. 코로나19 여파로 빠듯한 일정이 불가피해진 만큼 선수들의 피로도도 높아졌을 것이다. 하지만 맨유의 문제를 코로나로만 설명하긴 어렵다.

현재 3경기 11실점, 리그 16위라는 초라한 기록의 원인을 찾을 필요가 있다. 맨유는 올시즌 전부터 오른쪽 윙어, 중앙 수비수, 전방 공격수 등 다양한 포지션 영입을 예고했다. 하지만 현재 중앙 미드필더 반 더 베이크만 영입했다. 글레이저 가문과 우드워드 부사장에 대한 비난은 거세지고 있다. 지난 시즌 36실점했지만 올시즌 벌써 11실점 중이다. 토트넘전에서 수비는 완전히 무너졌다. 미드필더들은 수비수들을 보호하지 못했고 공격수들도 파괴력은 없었다. 맨유는 토트넘전 이후 17일부터 3~4일 간격으로 뉴캐슬, 파리생제르맹(챔스), 첼시, 라이프치히(챔스), 아스날, 바샥셰히르, 에버튼을 연달아 만난다. 그야말로 죽음의 일정이다.

AFP=연합뉴스

맨체스터 두 구단 모두 힘든 시즌을 예고하고 있다. 맨시티는 현재 1승 1무 1패로 리그 14위에 올랐다. 6득점 7실점, 경기당 2득점하고 있지만 지난 시즌 유일하게 100골 돌파에 성공했던 점을 감안하면 슬로 스타트가 아닐 수 없다. 지난 주말엔 승격팀 리즈 유나이티드 원정에서 1-1 무승부를 거뒀다. 지난 9월 28일엔 레스터 시티에 홈에서 2-5 대패를 당했다. 리버풀과 맨유의 기록적인 패배에 조금 가렸지만 이 경기도 전세계 팬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이제 EPL 팀들이 펩 과르디올라 감독 전술의 파훼법을 알아챈 것처럼 보인다. 매 시즌 수비수 영입에 큰 돈을 쓰고 있지만 수비는 나아지지 않고 있고 공격도 예전만큼 파괴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맨시티 역시 험난한 일정을 앞두고 있다. 미켈 아르테타 감독과 함께 조금씩 발전하고 있는 아스날, 최근 물오른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는 웨스트햄이 기다리고 있다. 물론 챔피언스리그도 빼놓을 수 없다.

올시즌 초반 EPL 전승을 기록한 팀은 에버튼과 아스톤 빌라다. 이 두 팀의 퍼포먼스는 지난 시즌 리버풀, 맨시티를 보는 듯하다. 아직 시즌 초반이기 때문에 언제든지 전통의 강호들이 반등할 기회가 있다. 하지만 충격적인 패배의 후유증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시즌 1~3위 팀들이 과연 시즌 마지막엔 웃을 수 있을지 축구 팬들의 이목이 쏠린다.  

저작권자 © 싱글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