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랑 작가의 ‘보건교사 안은영’이 이경미 감독과 만나 전에 없던 괴이한 세계로 탄생했다. 기존 TV드라마라면 어려웠을 이 조합을 넷플릭스가 완성시킨 셈. 이경미 감독은 ‘페르소나-러브세트'에 이어 벌써 두번째 넷플릭스와 협업을 하게 됐다. 이미 첫 작품인 ‘미쓰 홍당무’부터 장르의 관습을 비튼다는 평가를 받아온 이경미 감독에게 넷플릭스는 어떤 측면에서 찰떡같은 플랫폼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넷플릭스는 기존 미디어와 굉장히 많은 차이가 있다. 우리나라 영화는 한 편에 결정권을 가진 사람이 여러명이기 때문에 과감한 결단이 필요할 때 빠른 결정을 내릴 수가 없다. 넷플릭스는 내가 이야기해야 할 사람이 분명하게 있고, 빨리 결정할 수 있다는게 좋았다. 하지만 넷플릭스가 활성화된다고 해서 극장용 영화가 사라지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극장용 영화는 사운드를 웅장하게 쓸 수 있고, 어두운 영화는 어둡게 갈 수 있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통제되지 않은 환경에서 즐기기 때문에 모든 사람들을 고려해 가장 안전한 수치에 맞춰야한다”

이경미 감독이 ‘보건교사 안은영’의 연출을 맡겠다고 결심하게 된 건 바로 ‘두꺼비 괴물’ 에피소드였다. 해당 에피소드를 영상화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가장 컸다고.

“학교를 부수고 등장하는 두꺼비 괴물 시퀀스를 너무 영상화 해보고 싶었다. 그 장면에서 쾌감을 느꼈다. 개인적으로 학교에 대한 여러가지 감정이 있는 것 같다. 즐거웠던 기억도 있고, 싫었던 경험도 있다. 그때의 친구들을 생각하면 그립기도 하지만 다시는 돌아가기 싫은 시절인 것 같다. 그래서 그걸 (작품을 통해) 터트리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사실 원작 팬들 사이에서는 넷플릭스 ‘보건교사 안은영'이 다소 불친절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기존의 에피소드를 모두 담기에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었고, 일부의 이야기가 빠져나갔기 때문. 이경미 감독은 “내가 투입 됐을 때는 이미 어떤 에피소드를 시리즈로 가져갈지 정해져있는 상태였다”라고 밝혔다. 다만 꼭 시리즈에 넣고 싶은 에피소드가 있어 추가된 부분은 존재했다.

“소설을 읽으면서 너무 재미있어서 꼭 넣고 싶었다고 한 게 유치원 정현이, 그리고 허완수(심달기) 에피소드였다. 원작에서 가져오고 싶지만 못 담은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이 아직 많이 있다. 소설 후반에 두꺼비 괴물처럼 거대한 시퀀스가 있었다. 시즌1에 넣고 싶었지만 규모가 굉장히 커서 저희가 소화해야 하는 촬영 회차로는 부족했다”

어떤 작품이든 접하는 사람에 따라 느끼는 바가 다양하겠지만 ‘보건교사 안은영'은 호불호가 확실한 작품이었다. 완전히 ‘안은영’의 세계에 빠져들거나,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었다. 소설 원작이 따뜻하고 말랑한 느낌이라면 영상화 작업에서 보다 강렬한 서사와 이미지들이 덧입혀졌다. 하지만 이경미 감독은 이를 ‘숙명'처럼 받아들였다.

“호불호가 이 이야기가 가지고 있는 소재 때문은 아니라고 본다. 소설은 시리즈물보다 따뜻하고 부드럽다. 시리즈물로 영상화되면서 호불호가 생긴 거 같다. 기획단계에서 호불호에 고민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 우선 판타지물이기 때문에 좀 더 자유롭게 해보고 싶었다. 넷플릭스 플랫폼이기 때문에 상업용 영화처럼 여러가지 검열을 거치지 않아도 됐다. 이런 기회가 인생에 흔치 않을텐데 ‘한번 누려보겠다'는 심정으로 했다. 내 작품은 늘 호불호가 나눠지기 때문에 은영이처럼 숙명이라고 생각하며 즐기고 싶었다”

②에 이어집니다.

사진=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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