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궁금합니다. 열 개의 키워드로 자신을 소개해주세요.

싱글이라면 누구나 무엇이든 픽업할 수 있는 Single’s 10 Pick.

 

김승현(34‧미술작가)

 

 

1. 오보에

나의 소년기는 매일같이 오보에와 희로애락을 함께 했다. 오보에는 여러모로 불친절한 악기다. 소리를 내는 것에서부터 매우 난이도가 있다. 어느 정도였냐면 그 전부터 클라리넷도 다루었지만 오보에를 처음 레슨 받을 때 난 선생님 앞에서 구토를 했던 민망한 적도 있이 있었다. 무대에 서는 불안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지만 내 인생의 한때 연주가가 되겠다는 뚜렷한 꿈을 꿀 때가 잠시나마 있기도 했다. 무대 위에서 여러 청중들에게 갈채를 받은 순간을 잊을 수 없었다.

지금은 여러 사정으로 취미생활로나마 꾸준히 함께 하지만 그렇게 악기와 난 20년 넘게 우정을 쌓은 친구다. 자랑이라고 하기엔 부끄럽지만 7년 전 예술의 전당에서 아마추어 오케스트라 세컨드로 연주하기도 했다. 이 악기와 내 인생은 계속 함께 할 것이다.

 

2. 캐리어

나는 방황을 많이 겪었다. 물론 누구나 겪고 사람마다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말이다.

보통 여행을 가기 전에 예산이나 경로, 목적지 등 꼼꼼히 계획을 세우고 간다. 하지만 반대로 계획에서 벗어날 때가 종종 있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다른 길을 세워야 한다. 잠시 방황하는 순간 자신의 손과 몸에는 여행 가방이 들려있다. 자신을 한자리에 가만히 두게 하지 않고 끊임없이 속삭이며 어디론가 이고 지고 끌고 가게 만드는 묵묵한 존재다. 내게 있어서 가방은 그런 존재다. 그래서 나는 여행가방에 필연적으로 꽂히게 되었다.

 

 

3. 기계식 키보드

내게는 녹이 슬대로 슨 15년 된 키보드가 있다. 투박한 모습이지만 15년 전에 중소기업에서 만든 물건으로 기계식이라 타이핑할 때 경쾌한 소리와 깔끔한 키감이 정말 좋다.

여전히 오래된 내 키보드를 한번 씩 다뤄본 사람들은 하나같이 어디서 산거냐고 내게 묻기도 하지만 이제는 똑같은 것을 구할 수 없다. 세월에 군데군데 녹이 슨 부분을 아무리 지우고 닦으려 해도 깨끗이 청소가 되지 않는다. 키를 분리 후 다시 도색해서 쓸 수도 있지만 굳이 그렇게까지 하고 싶진 않다. 남들이 보기엔 더럽게 느껴질 수 있지만 지난 세월에 내 손 때가 묻어있어서 참 애착이 간다.

 

4. 호주 횡단여행

2004년, 삼십여 일 동안 호주 배낭여행 한 적이 있다. 혼자 가기에도 안전한 나라라 많이들 찾는 곳이다.

호주는 땅이 넓고 인구가 적어서 도시마다 간격이 꽤 긴 편이다. 그래서 도시를 이동할 때 비행기를 이용하는 편이다. 값싸고 빠르니까. 그런데 타운즈빌에서 앨리스스프링스를 이동할 때는 한나절 시간동안 본의 아니게 혼자 전세버스를 이용했다. 그만큼 당시 버스를 이용하는 사람은 없었다. 나는 무슨 자신감으로 내 여행루트 모두 버스를 이용했다. 창 밖에 펼치진 광활한 풍경들을 보고 싶어서였다. 오랜 탑승시간으로 지치긴 하지만 땅이 넓은 만큼 기후와 환경도 다 달라서 사막과 초원, 숲이 이루어진 밀림까지 다 관찰할 수 있다.

 

 

5. 차

허브티를 제외한 거의 모든 차를 좋아한다. 녹차, 우엉차, 보이차, 홍차 등등 생수 대신 여러 번 마신다. 하루에 최소한 세 잔 이상은 기본으로 마시는 편이다. 속이 더부룩하고 소화가 안 될 때 특히 차를 마시면 효과가 있다. 빈속에 너무 마시게 되면 속이 쓰릴 때도 있지만 이상하리만큼 산뜻하고 구수한 그 향과 맛이 좋다.

 

6. 러쉬 더티 스프레이

호불호가 심하게 갈리는 향수다. 탈취의 개념보다는 그냥 향기가 좋아서 옷이며 신발, 가방 등에 곧잘 뿌린다. 후각이 예민하거나 센 향기를 싫어하시는 사람은 이 향을 직접 맡으면 인상을 구기게 된다. 하지만 뿌리고 얼마 안 있으면 은은하게 고급스러운 향기가 폴폴 난다.

 

 

7. 페도라

나는 흔한 말로 옷걸이가 좋은 편은 아니다. 그래서 보통 잘 꾸미고 다니지는 않지만 페도라를 좋아한다. 너무 카우보이 같은 스타일 말고 챙이 짧은 스타일을 선호한다. 페도라를 착용하면 무언가 안심하게 된다.

 

8. 장난감 기차

모형 기차 수집하는 것을 좋아한다. 지갑에 많은 부담이 있지만 수집한 것들을 보면 행복하다.

특히 주로 HO게이지를 모은다. 하지만 얼마 전에 작업실이 화재가 나면서 수집품 중 절반은 타버렸다. 이제 다시 조금씩 모으려 한다. 나는 주로 일본 아키하바라에 있는 중고매장에서 수집한다. 가격도 비교적 저렴하고 종류도 다양하기 때문이다. 물론 원하는 것이 없을 때가 많지만. 앞으로 얼마나 더 수집할지 내 예산과 노력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계속 모을 것이다.

 

 

9. 수면

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하루에 8시간 씩 꼭 자는 편이다. 전시가 있을 경우 삼일 밤을 지새운 적은 있지만 보통 수면시간을 지키려 꼭 지키는 편이다. 잠을 잘 못자면 신경이 예민하고 날카로워지기 때문에 창작을 할 때에 도움이 안 되기 때문이다. 확실히 잠을 푹 자두면 만사가 순조롭다는 믿음이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체질적으로 잠을 잘 자는 체질이다.

 

10. 공상

나는 중요한 일을 앞두고 바로 시작하기보다 공상과 같이 가만히 딴 생각을 곧잘 한다. 여러 가정들을 생각하다보면 어느새 삼천포로 빠져있는 경우도 허다하지만 내가 미처 놓친 부분이나 또 다른 작업의 영감이 파생되어 나오기도 하다. 그래서 나는 일을 시작하기에 앞서 서두르지 않는 편이다. 다른 사람이 보면 게으르거나 답답해 보일 수 있지만 나에겐 매우 중요한 과정이다.

 

사진=김승현 제공,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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