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북한, 대한민국 가릴 것 없이 유력 정치인들 사이에 말폭탄이 거침없이 오가는 시대다. 고성과 막말에 연일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 귀를 의심하게 되는 현실에서 두 정치인이 신선한 감동을 선물하고 있다. 이틀 간격으로 정치인의 화술이란 어때야 하는지와 더불어 ‘셀럽의 품격’을 환기시켜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11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무엇을 질의해도 상상 그 이상의 답변으로 의원들의 기세를 꺾어 ‘극강의 전투력’ ‘고품격 총리’ ‘우문현답’ ‘슈퍼리액션’이란 칭찬을 얻었다.

“김 의원님이 한국 대통령보다 일본 총리를 더 신뢰하고 있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 자유한국당 김성태 의원의 “한미 동맹관계는 금이 갈대로 갔습니다. 오죽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아베 총리와 통화하면서 한국이 대북대화 구걸하는 거지같다는 그런 기사가 나왔겠는가? 결국 왕따 신세만 자처한 거 아닙니까?”라고 묻자.

“최순실 국정농단의 큰 짐을 떠안은 것을 저희들로선 불행으로 생각합니다. 어떻게 수혜자일 수 있겠습니까”

☞ 잠시 할 말을 잃었던 김 의원이 전열을 가다듬고 “문 정권은 최순실 국정농단의 가장 큰 수혜자”라고 공세를 이어가자 한 답변.

“잘 안 봐서 모릅니다. 꽤 오래 전부터 좀 더 공정한 채널을 보고 있습니다”

☞ 자유한국당 박대출 의원이 “MBC 김장겸 사장 내쫓을 겁니까! 최근에 MBC나 KBS에서 불공정 보도하는 거 보신 적 있습니까?”라고 묻자.

“오히려 되묻고 싶은데, 미국에서 대화를 거론하는데 미국이 대화를 말하면 전략이라 하고 한국이 대화를 말하면 구걸이라 하는 기준은 뭡니까?”

☞ 자유한국당 함진규 의원이 “문 정부가 대화제의를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북한은 ‘남조선은 대화자격 없다. 핵은 우리와 미국 사이의 문제’라는 입장이다. 그래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아베 총리와 통화해서 ‘한국이 구걸하는 것 같다’고 말하지 않았느냐”고 질문하자.

“안보예산도 필요한 건 늘려야 되겠죠. 근데 복지예산 늘어난 것은 대부분 지난 대선때 모든 정당들이 공통으로 공약된 사항들이 먼저 이행되고 있는 것입니다”

☞ 바른정당 김무성 의원이 “지금 수십조씩 퍼붓는 복지 예산을 늘릴 때라고 보십니까, 안보 예산을 늘릴 때라고 생각하십니까”라고 묻자.

“삼권분립이 무의미하다고 말씀하셨는데 조금 전에 우리는 삼권분립을 체험하지 않았느냐. 대통령이 지명한 헌재소장 후보자가 인준 받지 못한 사태가 바로 있었잖느냐. 삼권분립은 살아있다”

☞ 국민의당 황주홍 의원이 “한국은 삼권분립 국가가 아니다. 한국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제왕적 대통령 1인제 국가”라고 지적하자.

“구체적인 무기구매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었다. 박지원 의원님께서 한국 청와대보다 미국 백악관을 더 신뢰하지 않으시리라고 본다”

☞ 국민의당 박지원 의원이 “지난 9월4일 우리 정부는 한미 두 정상이 전화통화해서 탄두 중량 해제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백악관은 한국정부가 미국산 첨단무기를 대량구매하는 것을 승인했다고 발표했다. 우리 정부는 왜 이 사실을 숨기느냐. 합의가 안 된 것 아니냐”고 묻자.

 

‘비유의 연금술사’로 불려온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가 13일 교통방송 라디오에 나와 한 발언 역시 깊은 감흥을 안겨주고 있다. 귀에 쏙 들어오는 적절한 비유와 통찰력, 촌철살인의 표현이 반짝반짝 빛났다.

“아버지가 문제면 문제인 것이지 왜 학생을 퇴학시키냐”

☞ 국민의당 등 야당이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국회 부결 책임을 청와대와 여당에게 돌리는 것에 대해.

“멀쩡한 학생을 퇴학시켜 놓고 ‘참 괜찮은 학생이다, 문제는 그 아버지다’라고 하는 셈이다”

☞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가 “낙마한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가 참 올곧은 분이다. 문제는 문재인 대통령이다”고 한 것에 대해.

“요새 스스로 좀 자랑스러워하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난 것 같다. 6차 핵실험 이후에 북한의 김정은이 ‘우리가 한반도 운명 결정권을 가졌다’ 이거나 김이수 부결시킨 뒤에 ‘우리가 20대 국회 결정권을 가졌다’ 비슷하지 않나? 자유한국당에서도 부결되자마자 ‘됐어. 이제 탄핵이야’라고 했다고 한다”

☞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국민의당이 지금 20대 국회에서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정당”이라고 한 것에 대해.

“이유 없는 반항 같은 것이다. 이유 없는 살인 같은 것이다”

☞ “김이수 후보자는 박지원 전 국민의당 대표가 과거 헌법재판관으로 추천했던 분이고 국민의당으로서는 지금 문제도 없다는 분이니까 반대할 이유가 하나도 없는 것 아니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사진출처= YTN, JTBC뉴스 영상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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