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 베니스, 베를린 등 세계 3대 영화제 본상을 수상하며 거장 반열에 오른 故김기덕 감독이 세상을 떠났다. 작품성과 별개로 폭행, 미투 등 논란의 중심에서 비난받기도 했다. 어떤 방향으로든 그의 작품은 한국영화사에 오래도록 회자될 전망이다.

사진=김기덕필름

11일 러시아 외신, 라트비아 매체 델피 등은 "한국의 유명한 영화 감독 김기덕이 이날 오후 코로나19 합병증으로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이후 가족들과 전양준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등도 고인의 사망을 확인했다.

故김기덕 감독은 세계 3대 영화제로 불리는 칸, 베니스, 베를린에서 수상하며 해외에서 크게 주목받았다. 하지만 늘 예술과 외설 사이 경계에서 엇갈린 평가를 받았다.

2004년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사마리아'로 은곰상을 수상했다. 유럽 여행을 갈 돈을 모으기 위해 채팅에서 만난 남자들과 원조교제를 하는 여고생 여진(곽지민)과 재영(한여름)의 이야기다.

원조교제를 소재로 적나라하게 현실을 그렸다는 점과 더불어 남성과 여성, 죄와 구원 등 다양한 지점을 날카롭게 파고들었다는 점에서 호평받았다. 반면 여성을 성적 도구로만 바라보는 외설적인 작품이라는 비판도 있다.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는 2004년 '빈 집'으로 은사자상, 2012년 '피에타'로 황금사자상을 받았다.

'빈 집'은 빈 집을 찾아다니며 살아가는 태석(재희)이 남편의 강압에 고통받는 여자 선화(이승연)를 발견하고 사랑하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특히 대사가 거의 없이 진행되는 점에서 화제가 됐다. 사람과 공간, 그리고 그들간의 유대에 대한 깊은 성찰을 그린다. 반면 이 역시 감독의 관음증적 욕망을 실현시킨게 아니냐는 비판을 면치 못했다.

'피에타'는 외롭게 자란 한 남자 강도(이정진)에게 엄마라는 여자 미선(조민수)이 찾아오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그리움, 죄와 타락, 자비, 용서 등을 말한다. 근친상간, 존속살해 등 패륜적 소재는 역시나 일부 논란을 일으켰다.

2011년 칸영화제에서 '아리랑'으로 주목할만한 시선상을 받았다. '아리랑'은 故김기덕 감독이 자신과 자신의 영화에 대해 돌아보는 일종의 세미 다큐멘터리 형식 작품이다. 김기덕 감독이 제작, 편집, 촬영, 출연까지 참여했다. '나'에 대한 고민을 그림과 동시에 실험적인 연출로도 주목받았다.

위 수상작들 외에도 늘 외설과 예술 사이에서 평가가 엇갈렸던 故김기덕 감독이다. 미투논란 이후 영화와 감독에 대한 시각은 불호로 바뀐 경향이 있다. 사생활 논란은 비판받아 마땅하나 김기덕 감독의 파격적인 시도가 한국 영화계에 남긴 발자취는 분명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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