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에게 한계란 없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힘들어하는 국민에게 손흥민은 한줄기 빛과 같았다. 그는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대표 윙어를 넘어 전세계가 인정한 월드클래스 선수로 발돋움했다. 그야말로 ‘손세이셔널’한 한 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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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EPL 번리전에서 손흥민은 무려 70m를 혼자 드리블해 원더골을 집어넣었다. 이는 2021년 그의 엄청난 활약을 예고했다. 코로나19 여파로 EPL이 시즌을 중단했지만 손흥민은 재개와 동시에 자신의 실력을 보여줬다.

그는 2019-2020시즌 토트넘 홋스퍼 올해의 선수부터 올해의 골·주니어 팬들이 뽑은 올해의 선수·공식 서포터스가 뽑은 올해의 선수까지 4개 상을 싹쓸이했다. 2년 연속 4관왕이다. 또한 아시아 선수 최초로 EPL 단일 시즌 10골-10도움을 달성했고 개인 한 시즌 최다 공격 포인트(30개·18골 12도움)까지 ‘넘사벽’ 기록들을 작성했다.

지난 시즌 손흥민은 팔 부상, 군사훈련, 코로나19 등 힘든 시기에도 그라운드 위에서 펄펄 날았다.. 올 시즌도 시작부터 남달랐다. 2020-2021시즌 EPL 사우스햄튼전에서 잉글랜드 진출 후 첫 리그 해트트릭을 기록했으며 이를 넘어 생애 첫 ‘포트트릭(4골)’을 달성했다. 그 기세는 다음 경기에서도 이어졌다. 지난 10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원정 경기에서 2골 1도움을 기록하며 팀의 6-1 대승을 이끌었다. 맨유를 상대로 첫 득점을 기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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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유전 득점으로 손흥민은 2010년 독일 분데스리가 함부르크에서 빅리그 데뷔한 후 리그 299경기 100골을 채웠다. 한국 축구 레전드 차범근 전 축구대표팀 감독이 작성했던 한국인 유럽 리그 최다골(98골) 기록을 갈아치운 것이다. 또한 손흥민은 토트넘으로 이적한 2016-2017시즌부터 EPL 5시즌 연속 두 자릿수 득점에 성공했다. 매 시즌 꾸준한 활약을 펼치며 팀에서 에이스임을 증명했다.

올시즌 눈에 띄는 건 손흥민과 해리 케인의 콤비다. 그동안 손흥민이 케인의 득점을 도왔다면 올시즌엔 두 선수의 역할이 바뀌었다. 18일 기준 케인은 도움 10개(9골)로 리그 도움 1위, 손흥민은 11골(4도움)로 득점 공동 선수다. 두 선수는 EPL 통산 최다 합작 골 기록 경신도 앞두고 있다. 전 첼시 선수인 디디에 드록바와 프랭크 램파드가 36골을 합작해 이 부문 1위에 올랐으며 손흥민과 케인은 32골을 만들어냈다. 만약 토트넘이 구단 사상 첫 EPL 우승을 차지하면 두 선수 중 한명이 올해의 선수상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손흥민은 EPL을 넘어 전세계를 사로잡았다. 18일 국제축구연맹(FIFA) ‘더 베스트 FIFA 풋볼 어워즈’에서 한국인 최초로 올해 최고의 골을 뽑는 푸스카스상을 수상했다. 손흥민은 지난해 12월 번리와의 EPL 경기에서 터트린 70m 단독 드리블 원더골로 그 시즌 EPL 사무국 ‘올해의 골’에 선정됐고 이번엔 푸스카스상까지 받는 영예를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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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퍼포먼스에 손흥민의 몸값도 급등했다. 축구선수 이적료 전문 사이트 트랜스퍼마르크트는 지난 17일 기준 손흥민의 예상 이젹료는 9000만 유로(약 1211억원)으로 책정했다. 지난 10월 기준 7500만 유로(약 1009억원)보다 1500만 유로나 오른 것이다. 이는 전세계 축구 선수 중 13위, EPL 선수 중 공동 7위에 해당되는 액수다.

조세 무리뉴 토트넘 감독은 지난 리버풀과의 리그 경기를 앞두고 “손흥민이 이곳에 계속 있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손흥민은 무리뉴 감독에게도, 토트넘에게도 없어선 안 될 존재다. 올시즌 토트넘이 기록한 리그 득점 25골 중 11골을 손흥민이 넣었다. 각종 기록을 갈아치우고 위엄을 보여주고 있는 손흥민에게 필요한 건 트로피가 아닐까. 올시즌 손흥민이 토트넘과 함께 트로피를 들어올릴 수 있을지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내년이면 손흥민이 한국 나이로 30세가 된다. 한창 전성기를 보내고 있는 손흥민은 주중, 주말 밤마다 한국 축구팬들을 기쁘게 하고 있다. 이젠 경기마다 골을 넣는 게 당연한 일이 됐다. 그가 최근 밀고 있는 카메라 세리머니를 매 경기 볼 수 있을까. 올해가 가기 전에 토트넘 소속 통산 100골 달성(현재 99골)도 기대해볼 만 하다. 한계 없는 손흥민의 무한한 발전을 보는 게 정말 기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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