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드라마 ‘사랑을 그대 품안에’로 국민 스타가 된 차인표가 25년이 지나 자신을 다시 바라본다. 지난 1일 공개된 넷플릭스 영화 ‘차인표’는 한때 대스타였던 차인표의 이야기를 그린 픽션이다. 오랜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온 차인표가 카리스마를 무장해제하고 코믹으로 돌아왔다.

영화는 1994년 드라마 ‘사랑을 그대 품안에’로 전국에 ‘차인표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던 차인표의 이름을 그대로 사용한 것은 물론 그의 이미지를 마음껏 변주해 실제와 가상을 오가는 신박한 기획과 거침 없는 웃음으로 전에 없던 코미디의 탄생을 예고한다. 그 안에서 차인표는 카리스마를 벗고 코미디라는 딱 맞는 옷을 입은 듯 열연을 펼친다.

“1월 1일 첫 공개됐을 때 완성된 영화를 처음 봤어요. 코미디와 더불어 인간 마음의 굴레를 조명할 거라고 생각했죠. 저예산에 촬영 기간도 한 달이었는데 어려운 여건을 감안하면 잘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평점으로 따지만 포털사이트 평점과 비슷합니다.(웃음)”

“처음에 영화 출연을 거절한 이유는 차인표 캐릭터가 현실의 저와 다르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어요. 4년이 지나 다시 제안을 받았을 때 출연을 결정한 이유도 똑같았어요. 그때는 그 차인표가 못마땅했는데 수락했을 때는 저와 닮아 보이더라고요. 이 작품을 통해 저의 다른 모습을 발견하고 싶었습니다.”

차인표는 4년 전 김동규 감독에게 출연 제안을 받았지만 영화 속 차인표가 자신과 맞지 않다고 생각해 거절했다. 하지만 4년 후 그는 영화 ‘차인표’에서 자신을 발견하게 됐고 아내 신애라도 적극적으로 출연에 힘을 실어줬다. 그가 ‘고착화’ 된 이미지를 씻을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만큼 ‘차인표’는 우리가 알던 차인표를 지우게 해준다.

“김동규 감독님이 저를 캐릭터로 한 이야기를 쓰고 캐스팅한 이유는, 제가 생각할 때는 이미지가 고착화된 배우여서 그러지 않았을까 싶어요. 분노의 양치질 등 희화화 할 수 있는 부분도 있고요. 4년 전에 거절하면서 감독님한테 다른 배우 캐스팅할 생각 없냐고 했는데 ‘선배님 아니면 차태현 씨와 해보고 싶습니다’라고 한 기억이 나네요.”

“예전보다 주연 작품이 안 들어오는 건 당연해졌어요. 저의 호불호에 따라 작품이 들어오면 좋죠. 지난 4-5년 동안은 그 기대에 못 미쳤어요. 문제가 저한테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제 이미지 변신이 시급하다고 판단했고 그런 생각을 하는 와중에 ‘차인표’를 만나게 됐어요. 영화 속 차인표와 저는 많이 다른 인물이죠. 극중 차인표는 무너진 건물에 갇혀 나올 생각을 안하는데 저였으면 부끄러움은 둘째치고 바로 나왔을 거예요.(웃음)”

차인표에게 이 영화는 부담이 될 수 있었다. 제목부터 캐릭터까지 자신의 이름을 내건 것이기 때문이었다. 한국영화에서 이런 설정의 작품은 없어 차인표에겐 새로운 변신을 할 수 있는 기회이자 모험이었다.

“영화 제목도 캐릭터도 제 이름을 걸었고 제가 오랜만에 영화에 출연하는데 힘들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이 영화에 참여한 모든 분들을 위해 마음을 다잡는 게 중요했어요. 현장에서 꼰대처럼 있지 않고 스태프, 배우가 저보다 어려도 똑같은 위치에 있길 바랐어요. 실제로 조감독님이 저보다 어린데도 끝까지 존댓말을 했어요. 예의를 지키는 게 제가 작품을 대하는 자세라고 생각했으니까요.”

“극중 차인표가 ‘진정성’을 계속 이야기하잖아요. 저는 본인이 사는 거랑 행동이 일치하는 게 진정성이라고 생각해요. 그 부분을 많은 사람이 공감해줄 때 진정성이 다가오는 것 같아요. ‘차인표’가 ‘비포 차인표’와 ‘애프터 차인표’를 나누는 분기점이 될 작품이라고 믿어요. 앞으로는 하고 싶은 역할들 맡고 넓은 스펙트럼을 보여주고 싶어요.”

②에서 이어집니다.

사진=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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