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에 이어서...

‘차인표’엔 등장인물이 많지 않다. 극중 차인표가 무너진 건물에 갇혀 있는 시간이 대부분이어서 차인표와 김아람 매니저(조달환)를 중심으로 극이 흘러간다. 하지만 실제 아내 신애라의 목소리 연기, 류승룡의 카메오 출연, 그리고 최민식, 이병헌, 설경구 등 연기 4대천왕 거론 등이 이목을 끌었다.

“영화에서 아내(신애라)한테 꼼짝 못하는 신이 있는데 그게 현실과 정말 비슷해요. 사실 제 매니저가 극중 매니저와 닮았어요. 오랜 기간 저를 봐왔죠. 알게 모르게 편한 관계가 됐어요. 극중에서 조달환 배우가 김아람 매니저 역을 정말 현실적으로 표현했어요.”

“극중 차인표가 최민식, 이병헌, 설경구와 함께 연기 4대천왕이 되길 원하고 그렇게 생각하잖아요. 저는 개인적으로 이분들은 만난 적은 있지만 친하게 부를 만큼 가깝진 않아요.(웃음) 영화와 현실은 많이 다르죠. 물론 존경하는 선후배님들이죠.”

차인표는 ‘타워’ ‘감기’ 등에서 주조연, 특별출연을 맡아왔지만 주연으로 스크린에 걸린 건 정말 오랜만이다. 최근 ‘옹알스’로 감독, 프로듀서, 편집까지 도맡아 해 그의 스펙트럼을 더욱 확장되고 있다. 차인표 본인이 느꼈듯 그동안 대중은 차인표를 봉사활동, 분노의 양치질 짤, ‘사랑을 그대 품안에’ 등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이젠 차인표가 기존의 이미지를 씻을 계획을 세우고 있다.

“대중이 판단하는 저의 전성기는 초기였겠죠. 저는 ’오늘’이라고 생각해요. 하루 행복하게 지내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는 오늘이 전성기예요. 제가 데뷔하고 군대 다녀온 뒤 10년 동안 열심히 일했고 나중엔 봉사활동도 했어요. ‘힐링캠프’도 출연하고 예능도 하다가 제 이미지가 한쪽에 쏠렸다는 걸 느꼈죠. 40대 중반에 다시 연기하려고 보니 ‘옛날처럼 쉽게 복귀할 수 없구나’라고 깨달았어요.”

“‘차인표’로 얻은 소득은 젊은 분들에게 피드백을 받은 거였어요. 제 나이 또래이신 분들이 젊은 분들에게 소통할 기회가 많지 않잖아요. 그리고 저를 잊으셨던 팬들이 다시 차인표라는 배우를 떠올려주셔서 감사했어요. 영화에서 정치 공천 이야기가 나오는데 실제로 저는 하지도 못하고 할 생각도 없어요. 평생 연기자가 되고 싶다기보다는 평생 이 업계에서 어떤 일이든 하고 싶어요. 유망한 분들이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창출하고 작품을 일으키는 등 이런 일에 일조하려고요.”

“배우가 연기를 하지 못하면 배우가 아니다”라는 차인표는 자신의 현실을 직시하고 있었다. 그의 현실과 영화 속 스토리는 ‘버드맨’으로 재기에 성공한 마이클 키튼을 떠올리게 했다. 그가 ‘차인표’를 시작으로 배우로서 대중에게 어떻게 다가갈지 기대가 된다.

“위기감을 많이 느꼈고 혼자서 풀어나갈 수 없으니 배우는 작품으로 해내야겠다는 생각으로 임했죠. 마이클 키튼은 ‘버드맨’을 잘 성공시키고 재기했는데, 저는 ‘사랑을 그대 품안에’ 때처럼 계속 주연을 맡고 싶다는 게 아니라 어떻게든 작품에 참여해 즐겁게 배우 생활을 하고 싶어요.”

“제가 공포영화를 잘 못 보고 관심도 크지 않아요. 사람이 호불호가 있잖아요. 과거엔 그렇지 않은 작품은 재미 여부에 따라 선택했어요. 그런데 최근 몇 년 동안은 작품이 들어오지 않아 선택할 지 말지 고민도 없었어요. 이 영화를 하며 제 거울을 보는 것처럼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구차한 느낌도 들었지만 측은하고 재미있는 기분이 들었어요.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란 말이 있듯이 저도 ‘차인표’를 통해 다시 한번 저를 바라보게 됐어요.”

사진=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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