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들의 배우, 윤여정의 올라운드 활약상이 펼쳐지고 있다.

올해 나이 73세, 데뷔 56년차 윤여정이 n번째 전성기를 맞이했다. 무려 예능, 드라마, 영화 매체 대통합을 이룬 행보라 더더욱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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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카를 향한 미국발 수상 낭보는 이미 지난 연말부터 시작됐다. 정이삭 감독의 영화 ‘미나리’에서 윤여정은 낯선 미국 이민자 가정의 외할머니 역을 맡았다. 가방 가득 고춧가루, 멸치, 한약 그리고 미나리씨를 담아 미국 땅에 도착한 전형적인 ‘한국 할머니’다. 이 전형적인 캐릭터 변주를 성공적으로 이뤄낸 윤여정은 미국의 각종 비평가협회, 기자협회 등에서 연기상 부문 11관왕을 기록하고 있다. 이에 한국인 최초 오스카 수상에 대한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애플TV플러스 드라마 ‘파친코’ 출연 소식도 전해졌다. ‘파친코’가 윤여정의 첫 해외드라마는 아니다. 지난 2018년에도 미국 드라마 ‘하이랜드’에 출연한 바 있다. ’파친코’는 4대에 걸친 한국인 이민 가족의 이야기를 역사적 배경과 함께 8부작으로 담아낸다. 한국 배우가 주연을 맡은 애플TV플러스 첫 작품에 합류하며 그 의미를 더하게 됐다. 이 드라마는 한국어, 영어, 일본어 3가지로 공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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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본업은 물론 예능 블루칩으로 시청률도 고공행진 중이다. tvN 예능 ‘윤스테이’는 지난 8일 첫 방송에서 시청률 8.9%를 기록하며 이미 ‘신서유기8’를 훌쩍 뛰어넘었다. 윤여정은 나영석 PD와 함께 ‘꽃보다 누나’ ‘윤식당’ 시리즈를 연이어 선보이고 있다.

윤여정은 해외 여행을 하거나 외국인 게스트를 접객해야 하는 예능에 최적화돼 있다. 미국에서 13년을 생활했기 때문에 우선 영어에 능통하다. 여기에 열린 마인드도 한 몫하고 있다. 최우식이 편하게 농담을 건넬 정도로 ‘젊은 친구들’과 소통에 격이 없다. 나이듦을 인정하되 권위의식은 경계한다. 지금까지 ‘윤식당’, ‘윤스테이’가 성공할 수 있었던 건 언제든 상대의 의견을 수용할 준비가 되어있는 윤여정의 몫이 컸다.

가령 ‘윤식당’ 당시 갑작스러운 메뉴 추가에 “젊은 사람들이 센스가 있으니 들어야죠”라고 반응했다. 또 “우리는 낡았고 매너리즘에 빠졌고 편견을 가지고 있잖아요. 살아온 경험 때문에 많이 오염됐어요”라며 “이 나이에 편견이 없다면 거짓말입니다. 그런데 어른들이 젊은이들에게 '니들이 뭘 알아?'라고 하면 안되죠”라며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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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에 예민한 것도 젊은층이 윤여정에게 환호하는 이유다. 긍정적인 의미로 ‘윤여정처럼 늙고 싶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정유미, 최우식, 박서준, 이서진 등 젊은 배우들 옆에 있어도 위화감이 없다. 김민희, 공효진과 같은 옷을 구입한다고 ‘힐링캠프’에서 밝힌 적이 있지만 마른 체형이 이런 패션을 더 빛나게 만들어주고 있다.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제작보고회 현장에서 윤여정은 전도연의 연기에 대한 칭찬을 부탁하자 “칸에서 상까지 탄 배우의 연기가 이상하다고 하면 내가 문제가 있는 게 아니겠냐”라고 웃음으로 화답했다. 연기는 물론 사람에 대해 재단하고 평가하는 일을 여전히 낯설어하는 여배우 윤여정. n번째 전성기를 맞이한 꼿꼿한 노장의 글로벌 행보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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