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에 이어서…

김강우는 ‘결혼전야’ 이후 6년 만에 홍지영 감독과 ‘새해전야’로 만났다. “평소에 자주 전화하고 사적으로도 만나요”라는 김강우는 홍지영 감독의 페르소나처럼 느껴졌다. 그는 홍 감독에 대한 믿음이 컸고 어떤 작품이든 할 수 있다는 신뢰를 가지고 있었다. 이혼을 경험하지 않았어도 홍 감독의 주문으로 이해할 수 있을 정도가 됐으니 말이다.

“저도 페르소나인 줄 알았는데 긴 호흡의 장편에서는 안 불러주시더라고요. 제가 감독님을 좋아해요. 그래서 대본 보지 않고 이번 영화도 출연하게 된 거죠. 직업적으로도, 인간적으로도 존경하죠. 저보다 연배가 있으시지만 비슷한 시대를 살아가는 영화인이고, 감독님의 코드들이 저는 좋고. 일할 때도 그래서 편한 것 같아요. 감독님이 원하실 것 같은 걸 잘 캐치하게 되고. 2시간짜리 영화를 풀로 출연한 것도 아니지만 서로 원하는 걸 눈치로 알고 있는 느낌? 감독님은 김강우의 다른 모습을 꺼내주실 거라는 믿음. 좋지 않은 대본은 만들지 않을 거라는 믿음. 그래서 대본 보지 않아도 하게 되는 믿음이 생겨요.”

“이혼하면 어떠냐고 효영이 물어보잖아요. 처음으로 지호에게 사적인 질문을 한 거죠. 그때 담담하게 지호가 말하는데. 감독님의 어른스러운 주문이 거기서 표현될 것 같았어요. 어른스러움이 나보다 어린 사람에게 살아온 경험을 이야기하는 거잖아요. 그걸 통해 공감대를 형성하고요. 그 부분이 와닿지 않을까 싶어요. 저 역시 좋았고 대사도 기억에 남아요.”

영화에서 김강우가 연기한 지호는 딸이 있다. 하지만 딸과 마주하는 장면은 나오지 않는다. 이혼한 남자를 연기하며 가족이 한번은 떠올려졌을 김강우. 그가 두 아들의 아빠로서, 아내의 사랑스러운 남편으로서 어떠한지 궁금해졌다.

“아이들한테 하인이 됐다가 머슴이 됐다가 호랑이, 친구가 됐다가. 왕 포지션이 되지 않으면 핸들링하기 힘들어요. 한없이 자상한 아빠이고 싶지만 아침마다 다짐합니다. ‘하느님, 이 아이들에게 인자한 모습만 보이게 해주세요’라고요. 기도가 끝나자마자 소리가 들리죠. 아이들의 장난치는 목소리.(웃음) 일상을 보내면서 가장 좋아하는 게 아이들하고 같이 운동장에서 축구하는 거예요. 코로나19 때문에 그거를 못 하는 게 아쉬워요. 올해는 꼭 뛰어놀고 싶어요.”

“저는 사실 아들들한테는 친구 같지 않아요. 아버지는 아버지라고 생각해요. 그 아버지라는 게 예전에 알았던 가부장적이고 엄한 것에서 살짝 벗어난 거지만요. 오히려 아내한테는 친구예요. 와이프와 연애도 오래했고 동갑이고요. 지금도 친구죠. 가장 친한 친구.”

김강우는 데뷔 후 20년 동안 쉼 없이 달렸다.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오가며 때로는 강렬하게, 때로는 코믹하게 자신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줬다. 코로나19가 그의 생활을 바꾼 만큼 배우로서 마음가짐도 다시 다잡게 됐다. 그는 새해가 다가오는 새해전야처럼 설레는 감정을 연기할 때마다 느끼고 있다.

“올해가 데뷔 20년인 해네요. 제가 2002년에 ‘해안선’으로 데뷔했는데 저는 그때와 마음이 똑같아요. 단, 그때는 지금보다 애정이 덜 했어요. 그때는 남이 절 찾지 않으면 10년도 못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죽을 때까지 어떻게든 하고 싶어요. 어떤 배우가 될지는 잘 모르겠지만, 제가 얼마전에 ‘결혼전야’를 TV로 봤어요. 풋풋하고 귀엽더라고요. 제가 배우를 하고 있지만 저를 보시는 분들과 같이 살아가는 기분이 들었으면 좋겠어요. 같이 호흡하는 배우로요.”

“제가 ‘결혼전야’를 6년 전에 찍었어요. 그때 30대였어요. ‘새해전야’는 40대 때 찍었죠. 제 나이대에 맞는 평범한 남자를 연기해서 좋았어요. 50대 때도 어떤 ‘전야’를 찍게 될 지 궁금하답니다. 작년에 모두 힘들었잖아요. 코로나19가 배우들에게 영향이 컸어요. 이 업계 종사자 모두에게도요. 그래서 올해는 장르, 캐릭터 상관없이 작년에 못했던 시간들을 만회하고 싶어요. 많은 작품을 하는 한해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진부한 이야기라 말하기 싫지만 상황이 특별하니까요.”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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