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양각색 청춘들의 삶을 들여다보는 ‘런 온’은 최수영에게도 그 의미가 달랐다. 최수영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분단위 삶을 사는 단아를 소녀시대 시절에 비유했다.
“단아와 미주, 두 사람 모두 저의 청춘과 닮은 지점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미주의 엄청난 자존감이 참 인상깊었어요. ‘뒷배도 없어 보이는데 무릎도 안 꿇고, 사연은 많아 보이는데 청승맞지 않다’라고 단아가 미주에게 말하는 대사가 있어요. 미주의 자존감이 제가 닮고 싶은 점인 거 같아요. 한편으로 단아를 보면서 소녀시대를 많이 닮았다고 생각했어요. 한참 활동할 때 화려하고, 다 가진 것 같고, 다 주어진 것 같은 모습이랄까요. 사실은 굉장히 고군분투하면서 살고 있고, 조금이라도 틈이 주어지면 완벽함을 추구하려고 끊임없는 자기관리를 해야 하는…. 너무나 쉬고 싶은 삶이 제 청춘과 닮아있는 거 같았어요”
하지만 이 힘든 시간을 거쳐오며 누구보다 든든한 멤버들이라는 친구들이 생겼다. ‘런 온’을 보며 자기 일처럼 기뻐해주고, 도움을 준 것도 바로 소녀시대 멤버들이었다.
“연기를 하고 있는 유리랑 서현이는 제가 이런 캐릭터를 하는게 본인들도 통쾌했나봐요. (소녀시대 멤버 중) 연기를 하는 친구 중에 부자 역할을 한 사람이 없거든요(웃음). 부자인데다, 예쁘게 나오니까 너무 좋다고 하더라고요. 티파니는 가장 열심히 모니터링 해준 친구에요. 6회에 나오는 단아의 영어 대사를 티파니가 만들어줬어요. 미국에서 연기를 계속했던 친구라서 캐릭터 특성과 말하고자 하는 포인트를 (대사에) 녹여줬어요. 이 자리를 빌어서 너무 고맙다고 이야기하고 싶어요. 이렇게 연차가 오래된 친구들이 가장 가까이에 있고, 의견을 나눌 수 있다는 게 저한테는 너무 큰 자산인 거 같아요”
서단아라는 캐릭터가 작가의 상상에서 태어났다면, 생명에 호흡을 불어넣은 건 최수영이었다. 유능하고, 합리적인 사고 방식을 가지고 있는 서단아를 완성하기 위해 외적인 부분에도 디테일이 들어갔다. 정장차림에도 고집하는 운동화나 텀블러를 사용하는 모습이 그랬다.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캐릭터로 보이기 위한 설정들이 있었어요. 텀블러를 들고 다니면 어떨까 싶어서 말씀 드렸더니 후반에 단아가 북극곰을 위한 캠페인에 동참하는 걸 염두에 두고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이념과 사상이 깨어있는 단아를 어떻게 표현할까 고민한 지점이 텀블렸어요. 운동화 설정은 작가님이 써주신 설정이에요. 뉴욕에서 조깅을 하면서 출근하는 사람을 본 적이 있어요. 고층 빌딩 앞에 도착하니까 비서가 코트를 걸쳐주더라고요. 그걸 말씀 드렸더니 실제로 신에 반영해주시기도 했어요”
앞으로의 활동 방향을 묻는 말에 최수영은 “제가 아직 작품을 16개 밖에 안 했더라고요”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여느 배우들이라면 ‘꽤 많다’라고 느낄 수 있지만, 최수영은 현재에 안주하지 않았다.
“도전해 보지 않은 연기가 아직 많아요. 그리고 여전히 ‘수영이 이걸 할 수 있을까?’ ‘수영이라는 배우를 쓰는 건 모험이야’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계실거 같아요. 저를 쓰는게 모험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 때까지 숙제가 많이 남아 있는 거 같아요. 캐릭터성이 강한 인물을 연기하고 싶은 바람은 있어요. 작품의 화자가 되어서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주인공 역할도 물론 하고 싶어요. 하지만 어떤 캐릭터에 대한 선이나 한게를 두지 않고 다양한 작품에 도전하고 싶다는 바람이 제일 큰거 같습니다”
사진=사람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