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중정서가 거세지며 방송가가 직격탄을 맡고 있다. 특히 큰 자본이 들어가는 드라마는 시청자들의 비난 최전선에 섰다.

당장 논란이 된 건 SBS 새 월화드라마 ‘조선구마사’다. 극중 명나라와 국경을 둔 지역에서 쉬어가는 충녕대군과 요한 신부 일행이 식사를 하는 장면에서 월병 등 중국 음식이 등장했다. 여기에 박계옥 작가가 전작 ‘철인왕후’까지 끌어오며 비난의 목소리는 더욱 거세졌다.

사진=SBS '조선구마사' 캡쳐

이미 ‘철인왕후’는 시작부터 원작 작가가 혐한 정서를 가진 것으로 알려져 시청자들의 싸늘한 시선을 받았다. 또 철종이라는 실존 인물을 끌어와 희화화 시키며 역사왜곡 지적을 받았다. 물론 높은 시청률 속에 종영했지만 신작인 ‘조선구마사’마저 태종이 양민학살을 일삼는 장면을 등장시키며 거센 비난을 마주하게 됐다.

역사왜곡 역시 심각한 문제가 있지만 시청자들이 이토록 격한 감정을 내비치는 데는 반중정서가 깊게 반영돼 있다. 중국에 대한 감정이 악화일로로 치닫는 데는 14년 전 동북공정을 떠올리게 하는 최근 행보 탓이다. 김치를 중국의 파오차이라고 주장하거나, 한복이 중국에서 유래했다는 주장을 펼치는 탓에 최근에는 치열한 랜선 신경전이 오가기도 했다.

사진=tvN '여신강림'

종영한 tvN 드라마 ‘여신강림’은 과도한 중국 제품 PPL로 지적을 받았다. 버스정류장 전면 광고에 중국어가 등장하는가 하면, 주인공들이 카페에서 인스턴트 훠궈를 먹으며 “외국인들이 보면 중국 드라마”라는 말이 나왔다.

최근 인기리에 방송 중인 ‘빈센조’ 역시 주인공들이 ‘차돌박이 돌솥 비빔밥’이라고 적힌 즉석 식품을 먹는 장면이 문제가 됐다. 해당 제품은 중국의 유명 즉석식품 브랜드가 중국 내수용으로 만든 비빔밥이다. 한국에서는 판매도 되지 않는 제품이 버젓이 드라마에 등장한 것. 특히 이 제품을 생산한 업체는 김치를 ‘한국식 파오차이’라고 표기해 판매하는 것으로 알려져 더욱 공분을 샀다.

사진=tvN '빈센조'

이미 비슷한 사례가 되풀이 되면서 방송가 역시 이 문제를 깊이 인식하고 있다. 문제는 ‘버릴 수도 품을 수도’ 없는 중국 자본이다. 드라마 스케일이 커지면서 제작비는 높아지고, 국내에서 끌어들일 수 있는 자본에 한계가 있다보니 중국 자본이 유입되고 있는 것.

제작 뿐 아니라 배급에도 중국 기업이 깊이 들어와있다. 중국의 동영상 플랫폼 사이트이기도 한 IQIYI(아이치이)를 통해 국내 드라마 판권 판매가 활발하다. 자본은 있지만 콘텐츠가 빈곤한 중국 기업들 입장에서는 한국 드라마를 두 팔 벌려 환영하겠지만, 중국 자본에 한국 콘텐츠가 잠식될 우려도 있다.

특히 자본에 충실한 시장경제에서 콘텐츠라고 ‘중국화’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다. 문제는 어디까지 적정선을 지키느냐다. 촬영도 시작되기 전에 중국 원작을 각색한다는 이유로 뭇매를 맞고 있는 드라마가 있을 정도로 여론이 악화된 상황. 소비자인 시청자와 투자자인 중국 자본 사이에서 돌파구를 찾아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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