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2회 칸국제영화제 심사위원상 및 벌칸상 수상작, 제45회 세자르영화제 4개 부문 수상작이자 제77회 골든 글로브 외국어영화상 후보, 제92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국제장편영화상 후보로 지명된 ‘레 미제라블’이 인생이 완성한 영화의 특별한 캐스팅 비화를 밝히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사진='레 미제라블' 스틸컷

‘레 미제라블’은 프랑스 혁명을 다룬 ‘레 미제라블’ 이후 150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지속되는 분노의 노래를 몽페르메유에 전근 온 경감 스테판과 뜻밖의 사건에 몰린 소년 이사를 통해 보여주는 작품이다. 영화 속 주요한 사건들은 모두 몽페르메유에서 실제 있었던 사건임을 밝힌 레쥬 리 감독은 사적인 역사이자 교외지역에 대한 냉정한 통찰이 담긴 영화를 준비하며 영화 속 캐릭터를 경험으로 이해할 수 있는 배우들을 섭외했다.

사태를 악화시킨 경찰 그와다 역의 제브릴 종가는 클리시수부아 출신이다. 몽페르메유와 마찬가지로 대표적인 교외지역인 클리시수부아는 2005년 파리 소요사태가 시작된 곳이기도 하다. 감독은 그를 처음 만났을 때 그가 모델 출신이고 너무 잘생겼기 때문에 캐스팅을 망설였다고 밝혔지만 제브릴 종가는 아프리카계 이민자이자 몽페르메유 토박이 경찰 역을 안정감 있게 소화하며 교외지역에서 성장한 본인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연기를 보여줬다.

그와다와 같은 순찰팀 소속 경찰인 크리스 역의 알렉시스 마넨티는 감독이 활동한 창작집단 ‘쿠르트라즈메’의 일원으로 감독과도 오랜 친구 사이다. 쿠르트라즈메는 프랑스 영화계의 진보적인 창작자들이 10대 시절 함께 만든 비디오 그룹으로 다양한 영상 작업을 통해 교외지역의 진실을 알리는 데에 주력했다. 이 집단의 멤버였던 알렉시스 마넨티는 각본 작업부터 감독과 함께 하며 악역인 크리스의 인간적인 면을 함께 보여주는 데에 주력했고 그 결과 제45회 세자르영화제에서 신인남우상을 수상하며 배우로서 자리잡았다.

사진='레 미제라블' 스틸컷

전근 온 경찰 스테판 역을 맡은 다미엔 보나드는 제브릴과 알렉시스와 달리 이러한 교외지역에 대한 경험이 전혀 없던 인물이었다. 오히려 그는 교외지역을 처음 가보고는 충격을 받기까지 했는데 이는 몽페르메유로 전근 온 첫날 경찰과 시민들의 긴장관계과 폭력적인 경찰들을 목격하고 놀라는 극중 스테판과도 유사하다.

낯선 현실을 마주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믿는 선을 지키려 애쓰는 스테판은 선량한 이방인이었던 다미엔의 연기로 설득력을 얻었다. 다미엔 보나드는 이 영화로 제45회 세자르영화제 남우주연상 부문 후보로 지명됏다.

주연 배우 외에 대부분의 배우들은 길거리 캐스팅으로 섭외되며 영화의 현장감을 높였다. 뜻밖의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소년 이사 역을 맡은 이사 페리카 역시 감독이 길거리 캐스팅을 통해 섭외한 몽페르메유의 거주민이다. 연기 경험이 없었음에도 평범한 소년에서 범죄의 구심까지 섬뜩한 연기를 선보인 이사 페리카는 클레르 드니 감독의 차기작에 캐스팅되며 배우로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가장 화제가 됐던 캐스팅은 뷔즈 역의 알 하산 리다. 몽페르메유의 소년인 뷔즈는 드론을 통해 몽페르메유 곳곳을 들여다보는 관찰자이자 목격자로 이 역할을 맡은 알 하산 리는 레쥬 리 감독의 아들이다. 감독이 몽페르메유에서 일어나는 폭력을 목격하고, 영상으로 폭력을 고발해 온 자신의 자리에 아들을 배치한 것이다.

아들을 목격자로 출연시킨 감독의 선택은 자신의 성장기에도, 아들을 키우는 지금도 변하지 않은 현실에 대한 고발이자 폭력을 직시하고 문제제기 하지 않으면 더 큰 비극이 도래할 것이라는 아버지의 편지와도 같다. 그 결과 ‘레 미제라블’은 프랑스 정치계까지 움직였고 영화를 본 마크롱 대통령은 교외빈곤 실태조사 명령을 내렸다.

영화 ‘레 미제라블’은 4월 15일 개봉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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