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에 이어서…

‘낙원의 밤’은 제주도라는 낙원에서 펼쳐지는 어두운 이야기(밤)를 화면에 담아냈다. 아름다운 제주도 풍경은 태구(엄태구)의 상황과 맞물려 쓸쓸하게 다가온다. 영화를 보는 시청자들은 ‘낙원의 밤’을 통해 간접적으로 여행을 간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고 배우들의 물회 먹방을 통해 배고픔을 느낄 지 모른다.

“제주도에서 두 달 동안 촬영하면서 해안도로를 따라 차를 타고 가며 밖에 풍경을 바라보는데 촬힐링이 되더라고요. 제주도 날씨가 변덕이 심하다고 생각했는데 촬영하는 날마다 정말 날씨가 좋은 거예요. 감독님, 스태프 모두 신기하다고 하셨죠. 그런데 날씨가 좋고 안 좋고는 중요하지 않았어요. 저는 무슨 일이 있어도 촬영장에 가야했으니까요. 오늘 촬영, 지난 촬영, 다음 촬영을 생각하는 게 저한테 가장 중요했어요.”

“물회 먹방 신은 저보다 전여빈 배우가 두드러진 신이었죠. 여빈 배우가 많이 먹었으니까요. 그 신에서는 처음으로 태구가 누군가에게 자기 속마음을 이야기를 하는 장면이어서 저한테는 중요한 신이었어요. 태구의 가장 소중한 사람이 가족이었는데 재연을 통해서 여러가지 감정을 느꼈을 것 같아요. 재연에게서 누나, 조카가 보이기도 하고 벼랑 끝에 있는 재연이 태구 같아 보이기도 했죠.”

엄태구는 이번 영화를 통해 다양한 액션을 선보였다. 사우나에서 나체로 칼을 휘둘렀고 수십명이 달라붙은 도로 한복판 차 액션도 소화했다. 누아르 장르에 최적화된 액션을 보여준 엄태구는 모든 공을 상대 배우, 스태프에게 돌렸다.

“처음에는 사우나 나체 액션이 많이 부끄러웠고요. 그 신을 새벽부터 저녁까지 찍었는데 스태프분들은 다 옷을 입으셔서 땀을 엄청 흘리셨죠. 액션할 때 저는 맞고 누워있지 않았는데 상대 배우분들이 보호대를 다 차시지 않은 상태로 쓰러지셔서 고생하신 기억이 나요. 저는 민망하기만 했지 고생은 다른 분들이 다 하셨어요.”

“제가 한 액션 중에 사우나 신과 차 안에서 액션 신이 기억에 남아요. 체력적으로 부담이 있었지만 저보다도 함께 해주신 무술팀 분들이 고생 너무 많이 하셨어요. 저는 액션 전문가가 아니고 그분들이 프로이시기 때문에 실제로 저를 터치 안 하시고 결과물을 만드는 게 대단해 보였어요. 덕분에 저는 전혀 다치지 않았답니다.”

스크린에서 본 엄태구와 예능에서 본 엄태구는 180도 다르다. 실제로 엄태구는 센캐가 아닌 내성적인 성격을 가진 사람이다. 말 한마디 하는 것도 부끄러워 하고 무언가를 하는 것도 조심스러워 한다. 예능을 통해 보여진 자신의 모습에 엄태구는 걱정이 앞섰지만 시청자들은 반전 매력에 흐뭇해 했다. 그만큼 엄태구에게서 인간미가 느껴졌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예능이 제 성격과 안 맞는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낯가림도 심하고 볼살이 떨릴 정도로 긴장을 많이 하거든요. 목소리도 작고요. 지금은 많이 안정된 것 같아요. ‘바퀴 달린 집’ 영향이 컸죠. 같이 나오신 선배님들, 배우님들이 저를 잘 챙겨주셨어요. 그런데도 저는 말 한마디 제대로 못하고. 모니터를 하면서 스스로 자책하기도 했답니다. 감사하게도 보시는 분들이 저를 좋게 생각해주셔서 자신감을 얻었어요. ‘바퀴 달린 집’은 저한테 고마운 프로그램이에요. 기회가 된다면 또 한번 나가고 싶어요.”

“’톡이나 할까?’에서 카톡을 처음 사용했는데 다들 제가 아날로그 감성이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렇다기 보다는 그냥 무언가에 몰두하면 잘 안 바꾸는 성격이라서 그래요. 세상이 제 생각보다 빠르게 변하더라고요.(웃음) 작품을 찍을 때도 쉽게 변화를 주지 않는 편이에요. 이번 영화에서도 애드리브를 거의 하지 않았죠. 전여빈 배우가 연기한 재연에게 ‘나도 취향이라는 게 있는데’라는 대사는 원래 시나리오에 있던 거였어요. 한번 애드리브를 한 적 있는데 조카에게 선물 주는 장면에서 아역배우분에게 ‘어린 친구들은 선물 받을 때 뭘 좋아하냐’고 물어봤어요. 그러면서 애드리브를 만들어갔죠.”

독립영화를 거쳐 상업영화 첫 주연을 맡기까지 엄태구는 쉬지 않고 달려왔다. 자신만의 강점을 가진 그는 이번에 누아르 장르에 뛰어들었듯 앞으로도 연기적인 발전을 위해 도전을 멈추지 않을 계획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제가 할 수 있는 건 연기뿐이라고 생각했어요. 저는 취미도 없고 잘하는 것도 없어요. 그래서 연기를 더더욱 놓지 않았어요. 계속 연기하면 언젠가는 잘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믿음이 있었죠. 1, 2년 전 작품을 다시 보면 제 연기가 발전했는지 알 수 없는데 오래된 작품을 보면 많이 나아지고 있다는 걸 느껴요. 지금처럼 꾸준히 연기하면 더 나은 모습을 관객분들에게 보여드릴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해요.”

사진=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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