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에 이어서…

심나연 감독과 김수진 작가가 ‘괴물’을 빌드업 했다면, 이를 완성하는 몫은 배우들이었다. 신하균, 여진구는 물론이고 최대훈, 이규회, 김신록 등 배우들의 화력이 몰입도를 끌어올렸다. 특히 신의 한수라고 불리는 이규회 캐스팅은 심나연 감독이 가장 많은 신경을 쓴 부분이었다.

“좋은 분들을 끌어내서 소개시켜드리고 싶었는데 시청자 분들도 좋아하셔서 신기했어요. 사람들 보는 눈은 다 똑같구나 싶어서 앞으로 잘 되셨으면 좋겠어요. 강진묵 역할을 자연스럽게 연기할 수 있는 분이 필요했어요. 동네 형 같으면서도 살기가 있는 이중적인 모습을 가지고 있어야 했는데 이규회 배우님이 딱 그랬어요”

여진구 활용법도 눈길을 끌었다. 영화 ‘화이’ 등 장르물 경험이 전무하지는 않았지만 기존에 드라마에서 소비되던 방식과 사뭇 달랐다.

“여진구 배우와 같이 작업했던 스태프나 감독님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굉장히 스펙트럼이 넓고, 많은 역할을 할 수 있을 거라고 하시더라고요. 스릴러랑 장르물이 어울릴 거 같다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어요. 이 장르를 통해서 여진구 배우에게 더 다양한 매력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굉장히 말랑말랑하고 유연한 배우에요”

용두용미라는 수식어가 생겼을 정도로 완벽했던 엔딩. 어설프게 열어놓지도, 그렇다고 여운을 차단시키지도 않았다. 인물들은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일상으로 돌아가는 대신 저마다 마음에 작은 짐을 안은 채 묵묵히 앞으로 나아갔다. 실종 피해자, 그리고 그 가족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작가의 의지가 있었기에 만들어진 결말이기도 했다.

“결말에 대한 부분은 작가님이 철저하게 설계를 해놓으신 틀 안에서 움직였어요. 작가님이 이 결말을 내셨을 때 그런 의도가 있다는 설명을 들었을 때는 따라가야 한다 싶었어요. 그리고 보는 사람한테 주는 교훈이 분명히 있어야 하는게 드라마가 가진 사회적 책임감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범죄 장르물 등을 주로 남성 감독이 맡아왔던 드라마 시장에서 심나연 감독의 선전을 많은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심나연 감독은 “성장하고 있다는 데 더 의미가 있는 거 같아요”라고 전했다.

“선배님들이 잘닦아오신 길이 있어서 여성 감독들도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남녀의 문제라기 보다 후배들도 그렇고 주목받을 만한 젊은 감독들이 나오고 있어요. 신구세대가 서로 어우러져서 서로 동료가 돼서 작품을 하는 시대가 오고 있는거 같거든요. 이번 작품을 하면서 선배님들한테 배운걸 많이 적용을 했어요. 나도 그들의 마음을 좀 이해하고, 후배들한테도 제가 느꼈던 점들을 이야기해주고 하면서 성장하고 있다는데 의미가 큰 거 같아요”

그리고 이렇게 만들어진 ‘괴물’이 백상예술대상에서 무려 7개 부문 수상 후보에 올랐다. 심나연 감독은 무엇보다 함께 일한 동료들이 인정받는데 고마움을 전했다.

“제 인생에도 이런 일이 있나 싶고요. 배우분들이 올랐을 때 굉장히 뿌듯했어요. 다들 정말 고생 많이 했거든요. 편집, 음악 다 너무 고생을 많이했어요. 그 모든걸 합해서 작품상에도 오르고 했으니까 노미네이트만으로 열심히했다는걸 인정받은거 같아서 좋았습니다”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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