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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노트] '슈퍼리그' 창설...빅클럽 vs FIFA·UEFA, 축구판 '쩐의 전쟁' 미래는?

3년 전 아스날 전 감독 아르센 벵거는 유러피언 슈퍼리그(ESL) 출범을 예상했다. 그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향후 몇 년 안에 주말 슈퍼리그를 가질 것이다. 이는 불가피하다. 이유는 간단하다. 빅클럽과 스몰클럽이 돈을 나눠 갖는 것이 문제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고 했다. 그의 예상은 현실이 됐다. 이제 전세계 축구판의 ‘쩐의 전쟁’이 시작됐다.

EPA=연합뉴스

19일(한국시각) AC밀란, 인터 밀란, 유벤투스(이상 이탈리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FC바르셀로나, 레알 마드리드(이상 스페인),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의 ‘빅 6’인 아스날, 첼시, 리버풀, 맨체스터 시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토트넘 홋스퍼 등 12개 구단이 ESL 창설에 동의한다는 공동 성명을 냈다.

이들은 “새로운 주중 대회인 슈퍼리그 창설에 동의했다”며 “새로운 리그와 축구계 전반에 최상의 결과를 가져오기 위해 UEFA, FIFA와 논의를 이어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국제축구연맹(FIFA)과 유럽축구연맹(UEFA), 각국 축구협회, 리그 사무국 등이 강력하게 반대 의사를 밝히고 있다.

ESL은 과거부터 꾸준히 논의된 대회였다. UEFA가 네이션스리그를 만든 순간 모든 게 꼬였을 가능성이 높다. 각 리그 구단들은 늘어나는 경기 숫자를 감당하지 못했고 선수들은 체력적인 문제에 시달렸다. 여기에 중계료 분배도 문제가 됐다. 빅클럽들과 스몰클럽의 중계권료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아 빅클럽들이 반발하기도 했다.

사진=슈퍼리그 홈페이지 캡처

가장 큰 문제는 역시 돈이었다. 영국 더선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의 대형 금융사 JP모건이 ESL에 46억파운드(약 7조1185억원)를 투자하는데 창림 멤버들은 매해 모든 경기에서 지더라도 1억3000만파운드(약 2011억원)를 받을 수 있다. JP모건이 ESL에 관여하는 것은 ESL이 진정한 쩐의 전쟁이 될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상금 측면에서도 ESL이 UEFA 챔피언스리그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우승을 할 경우에는 여기에 2억1200만파운드(약 3282억원)가 추가로 주어진다. 2019-2020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의 경우 우승팀의 우승상금은 1900만유로(약 254억원)였다. 각종 경기 수당 등을 합치면 8200만유로(약 1096억원) 이상을 받을 수 있지만, ESL의 예상 상금에 미치지는 못한다.

ESL에 합류하는 구단들은 감독, 선수들에게 이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리버풀의 위르겐 클롭 감독,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올레 군나르 솔샤르 감독은 ESL에 대해 잘 모르는 것처럼 인터뷰를 했으며 현재 은퇴하고 해설가로 활동하는 맨유 레전드 게리 네빌과 리오 퍼디난드는 맨유의 ESL 합류에 분노를 터트리며 “강등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슈퍼리그 홈페이지 캡처

다음 시즌부터 시작될 것으로 보이는 ESL은 리그 창립 멤버가 주관하는데 12개 구단에 추후 3개 구단이 추가로 합류할 경우 15개 구단이 창립 멤버가 된다. 초대 회장은 플로렌티노 페레스 레알 마드리드 회장이 맡는다. 15개의 창립 구단과 직전 시즌 성적에 따라 출전 자격을 얻는 5개 구단. 총 20개 구단이 리그에서 경기를 펼친다.

각국 정규리그와는 별개로 주중에 치러지며 8월부터 10개 팀씩 2개 조로 나뉘어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경기를 펼친다. 각 조의 상위 3개 팀이 자동으로 8강에 진출하고 4위와 5위 팀은 플레이오프를 거쳐 8강 진출 팀을 가린다. 결승전은 5월 중립 구장에서 단판으로 치러진다.

성명을 낸 12개 구단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대유행으로 유럽 축구 경제의 불안정성이 가속됐다”며 “팬데믹은 유럽 축구의 이익을 지키고 가치를 강화하기 위해 전략적 비전과 지속가능한 상업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걸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새 대회의 연대지급액은 현재 유럽 대항전을 통해 얻는 금액보다 훨씬 높아질 것이다. 초기에 100억유로(약 13조3600억원)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한다”며 “또 창립 구단들에는 인프라 투자와 코로나19 피해 극복을 위해 35억유로(약 4조6782억원)가 주어진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 트로피 '빅이어')

UEFA는 잉글랜드·스페인·이탈리아 축구협회와 EPL·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이탈리아 세리에A 사무국과 함께 성명을 내고 “ESL은 일부 구단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진행하는 프로젝트”라며 “대회가 창설된다면 우리는 이를 막기 위해 연합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자국 리그도 ESL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ESL로 인해 자국 리그가 인기를 얻지 못할 가능성이 크고 빅클럽들이 떠나 일명 ‘그들만의 리그’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1992년 상위 구단들의 반발로 EPL이 출범했다. 그때는 리그의 체제를 바꾸는 것이었다. ESL은 다른 리그의 빅클럽들이 한데 모여 경기를 치른다. 알렉스 퍼거슨 전 맨유 감독, 벵거 전 아스날 감독이 일으켜 세운 EPL은 ESL로 인해 무너질 수도 있다.

엄청난 규모의 쩐의 전쟁인 만큼 유럽 국가들의 정치계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유럽은 축구가 곧 삶이기 때문이다. 또한 자국 리그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영국의 보리스 존슨 총리는 트위터를 통해 “ESL은 축구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비판했으며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도 “연대와 스포츠의 가치를 위협한다”며 “프랑스 구단들이 동참하지 않은 걸 환영한다”고 말했다.

로이터=연합뉴스

FIFA는 지난 1월 ESL에 참여하는 선수들이 월드컵을 포함해 FIFA 주관대회에 뛰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하지만 3개월 뒤 구단들은 ESL 출범을 강행했다. 현재로선 ESL과 UEFA, FIFA 그리고 각 나라 리그들이 양극단에 서서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일부 팬들은 일주일마다 강팀들의 빅매치를 볼 수 있다는 기대와 함께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간간히 성사되는 빅클럽간의 경기를 매주 보게 돼 희소성이 떨어지고 쩐의 전쟁에 자국 리그 몰락이 실현될까봐 걱정하고 있다.

ESL은 유럽 축구뿐만 아니라 세계 축구의 판도를 바꿀 수 있다. 토트넘은 ESL 멤버로 합류했다. 토트넘에서 뛰고 있는 손흥민이 FIFA의 ESL 제재로 인해 월드컵에 출전하지 못할 수도 있다. 선수들에겐 선택권이 없다. 구단과 연맹, 협회의 줄다리기 싸움에 선수, 팬, 감독, 스태프들만 피해를 볼 지 모른다. 이 역대급 쩐의 전쟁의 결말이 어떻게 될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박경희 기자  gerrard@sli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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